『일본 고대사의 진실』(2)
1998년 초판 후기
필자의 나이 60세 전후였을 때로 기억한다. 신라 시대의 가족제도를 연구해 오다가 일본 고대사학의 흐름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논저를 읽어 감에 따라, 일본 고대사학자는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한국 고대사에 손을 대고 있었으며, 또한 그들이 정치사에 손을 대든 사회사에 손을 대든 간에 똑같은 목소리로 『삼국사기』의 기록은 조작ㆍ전설의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여기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구나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고, 더 나아가 그들의 일본 고대사 자체의 진실 은폐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고대사는 진실의 은폐사이고, 허구의 일본 고대사를 조작하는 데『삼국사기』가 방해물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리하여, 필자는 고대 한ㆍ일관계사 내지 일본 고대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뛰어들어 지난 십여 년 동안 온 힘을 쏟아 이 일에 매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고대 한ㆍ일관계사 내지 일본 고대사에 관해 여섯 권 정도 분량의 논문을 발표하였다(개정판이 출간되는 현시점(2010년)에서는 20여 년의 연구를 통해 9권 분량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고대 한ㆍ일관계사 내지 일본 고대사의 실상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입문서를 저술하게 되었다. 필자가 계획을 세운 대로 20세기가 가기 전에 이 일을 이루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면서도 문장은 가능한 한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장을 재미있게 쓰면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 오히려 야사野史로 오해받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되기도 하였다. 그럴 바에야 역사적 사실 전달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한편, 도표는 되도록 제외하기로 계획하였으나 꼭 필요할 때는 넣기로 하였다. 예를 들면, 가야와 미마나任那가 같은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본서는 편의상 각주脚註는 일절 붙이지 않았으나 독자를 위해 그 출처는 밝혀두고자 한다.
미국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미국의 초기 시대에는 영국의 식민지였음을 분명히 밝혀 놓았다. 일본에서도 그처럼 사실을 사실대로 기술한 역사책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100년 후가 될지, 1,000년 후가 될지는 모르나 언젠가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일본 고대사가 쓰여질 것으로 생각한다. 고대 한국(백제, 통일신라)이 일본(야마토왜)의 종주국이었다는『일본서기』의 수많은 기사를 언제까지나 덮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 고대사 내지 고대 한ㆍ일관계사를 올바르게 파악하려면 『일본서기』를 비롯한 일본 사서의 성격이나 일본 사학자들의 논리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론(附論)으로 그러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야마토왜가 시작된 서기 400년경부터 통일신라까지의 한ㆍ일관계가 구한말 이후의 한ㆍ일관계와 판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놀랐을 것이다. 배를 만드는 기술이나 항해 기술만을 두고 보더라도 두 나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초기 일본인의 거의 전부가 한국인이었고, 한국인의 정치적ㆍ문화적 지도에 의해 고대 일본이 건설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ㆍ일관계는 통일신라 이전의 한ㆍ일관계와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본서의 독자들은 이러한 한ㆍ일관계의 역전이 언제 그리고 왜 일어났는지를 늘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 일본 고대사의 진실을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는 자유가 완전하게 보장되는 시대가 도래하면 본서의 내용은 일본에서 사적私的인 자리뿐만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도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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