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사냥 재개(12월 19일 부터)
한달을 쉬고 다시 사냥을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 우리 내외에겐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하루 지난 20일부터 21, 22일 연 사흘을 사냥을 하기로 하고 아침 다섯 시에 출발.
장장 4시간 이상을 달려 (360km) 옥종 지구대에 도착하니 창원 안효균 후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했다.
안내해 준 곳을 터는데 계속 장끼가 뜨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냥이 되질 않았다.
여러번 포인을 했는데도 안전핀을 풀지 않아 또 방향을 잘못 잡아 동네 쪽으로 날게 했고 고라니가 나가서 고라니 냄새 때문에 그런 줄 알고 개를 부르는데 장서방이 나는 등등 실수만 해대니 영 체면을 구겼다. (지금까지 경험으론 고라니가 나간 곳에서는 꿩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냥에 고라니가 있는 곳도 꿩이 있다는 사실을 두 번이나 경험을 했다.)
더군다나 한달만에 나와서인지 양 쪽 다리에 심하게 쥐가 나서 잘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루키’가 포인을 해준 장끼를 선불을 시켜서 물고오지 못하는 불상사까지 생기니
너무도 실망하여 사냥을 할 마음이 없어져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옛날 ‘짱’ 같으면 부상당한 꿩을 자기가 보지 못해도 떨어진 곳을 일러주면 쫓아가서 거의 다 물어왔는데 ‘루키’가 못하니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첫날은 꽝!
다음날 오전에도 꽝!
이제 이 땡포 박은 사냥을 접어야할 나이가 된 것이 아닌가?
참으로 우울하다, 안타깝기만 하다. 어깨가 축 늘어진다.
그런데 오후에 경남 밀양 우시장에서 송아지를 사서 목장으로 보내고 온 옥천포, 김남용씨를 만났다.
“회장님? 어제, 오늘 오전까지 꽝을 치셨다면서요?”
“부끄럽소이다! 그렇게 됐오!”
“그럼 저만 따라오세요! 꿩을 잡게 해드릴 테니까! 그제 두시간 동안 장끼를 14마리나 보
고 4마리를 했읍니다. 하! 하! 하!”
옥종면 사무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인데 우린 전혀 몰랐던 곳으로 갔다.
4년 전 진주에서 사냥을 할 때 강을 건너 다 이쪽으로 날라 온 것을 기억하고 다시 찾은 곳이다. 근데 오늘은 도통 꿩이 안 보인다.
아마 다 산으로 붙은 것 같다.
옥천포 후배는 산 밑으로 돌았고 우린 산길을 따라 높은 곳으로 향했다.
“여보? 왜 힘든데 산을 타요? 편하게 다니지? 어제 당신 쥐가 나서 무척 힘들어했잖아요?”, 아내 정포의 불평이다.
산 중턱에 오르니 더 높은 곳은 과수원, 아래는 빽빽한 고사리 밭이 쭈욱 깔려 있다.
‘루키’가 고사리 속으로 힘들게 전진하는데 냄새를 달았나보다.
“포인!”, “들어갓!” 또 “포인!”
“후다닥!”, 고라니다.
“야! ‘루키’ 뒤로!”, 휘슬을 불면서 총은 오른 쪽 어깨에 걸쳤다.
다시 개를 부르고 돌아서려는데,
“꽈드등! 꺼겅껑껑!!!
나 이런~? 선달이 힘차게 오른 쪽 산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황급히 총을 내려 안전핀을 밀어 올리면서, “탕!”
떨어지는데 선불이다.
개가 보지 못해,
“야! ‘루키’! 빨리 이쪽으로! 빨리! 빨리!”
그러나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자기 코앞에서 나간 부상당한 장끼를 세 번이나 물어오지 못해 전혀 개를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근데 웬일인가?
개가 달려가니까 그 앞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을 친다.
아마 떨어질 때 충격으로 잠간 기절을 했었나 보다.
열 걸음도 안돼 턱 물고 의기양양하게 내 앞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루키’는 원래 욕심이 많아서 다 와서는 주인한테로 가져오지 않는다.
아내 정포가 쫓아갔다.
그때서야 어쩔 수없이 내게로 왔다.
얼른 육포를 주면서 꿩을 빼앗았다.
휴~ 얼마만인가?
정말 기분이 상쾌하다.
어젠 그냥 돌아가고 싶었는데....
"여보! 이젠 산을 타지 말고 밑으로 내려가면서 합시다!“, 아내 정포의 말씀!
우린 아래로 천천히 돌았다.
한 2천여평 정도의 넓은 논이 나왔다.
차를 동네 앞에 세워놓았는데 3~400m 밖에 남지 않은 거리다,
이게 뭐야? 논 한가운데서 ‘루키’가 포인!
배를 땅에 깔고 살살 수색을 하는데 빤빤한 논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틀림없이 금세 날랐거나 뚝 덤불에 숨었을 것인데 계속 5분 이상을 헤맨다.
불러도 오질 않는다.
“‘루키!’ 너 이리 안와? 금방 날아간 것 같은데 너 뭐하는 거야? 이 바보야!”
“야! 여기나 뒤져봐라!”
그제서야 덤불 쪽으로 온다,
개가 냄새도 달지 않아 ‘앞에 총’한 것은 풀고 힘들어서 총을 어깨에 걸쳤다.
몇 발자국 갔을까?
논옆 작은 덤불에서 묵치가 별안간 “꽈드등! 꺼겅껑껑!” 소리를 치면서 앞산으로 솟구쳐 오르는 거다.
이런? 젠장!
그런데 웬지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잽싸게 엽총을 어깨에서 내려 안전핀을 풀고, “탕!!!”.
어라? 그만 하탄이 나서 몸통에 정통으로 맞아 두 다리가 다 부러졌다.
그러나 다행히 앞산을 치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힘에 부쳐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휴~! 다행이다!”
“여보! 축하! 축하해요! 오늘은 기가 막히게 잘 쏘시네!”
박수를 치면서 너무 행복한 아내 정포의 모습을 보니 나도 무척이나 즐거워진다.
아내도 오늘 세 방을 쏘았다.
내가 안전핀을 풀지 않아 실수할 때 한발, 고라니가 나가서 선달이 없을 줄 알고 산 위에서 개를 불렀다가 아내 코앞에서 하늘 높이 날라 올라 집 쪽으로 가려는 장끼를 보고 급히 두발을 쏘곤 어의가 없어 하던 일 등등 즐거운 엽행이었다,
또 옥천포 후배는 세 마리나 잡아오는 저력을 과시했다.
창원 안후배, 옥천포 후배, 유경열 후배, 옥종면의 유지 3명 그리고 우리 내외 다 함께
옥천포와 안후배가 잡아온 꿩으로 꿩탕(맑은 탕)을 즐겼는데 너무나도 일품이었다.
식당 수고비는 우리가 쐈다.
이 늙디 늙은 노땅, 땡포 박도 꿩을 잡을 수가 있다는 것을 후배들께 보여 준 것이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잡은 꿩 두 마리도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후배들께 다 나누어 드렸다.
우린 또 내일이 있기에!
첫댓글 재미 있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꿩사냥을 좋아하는데
글 읽을때마다 넘 재밌습니다.
만든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로 있던 걸 쓰니까 사냥을 하시눈 분들은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진주는 수렵 종료 되었습니다
남은 기간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
하동을 선택한 사냥꾼들은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미안 합니다.
멋진글 잘봤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십시요~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