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유행병 사태, 공급망 이슈, 우크라이나 사태 등 난제를극복하기 위해 분투해온 가운데 올해 반등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에선 기술력, 판매망 등 사업 기초체력을 탄탄히 갖춘 국내 부품업체들이 오는 하반기 대외변수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 실적을 개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이오닉 5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모습. 출처= HMG저널
지난 1분기 국산차 생산 추이에서 국내 부품업체의 실적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22 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산차 생산량은 전년동기(90만8,840대) 대비 7.9% 감소한 83만7,179대로 집계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부족한 반도체 물량 때문에 차량을 수요 대비 충분히 출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점은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높여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의 공급실적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날 현재 국내 주요 부품업체 중 가장 먼저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현대모비스는 해당 기간 영업이익을 전년(4,903억원) 대비 21.1% 감소한 3,869억원 기록하는데 그쳤다. 만도, 한온시스템 등 다른 부품사들의 실적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기되는 실정이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올해 들어 각종 부정적 변수의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판매실적을 코로나19 시국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시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유동성을 확대 지원하고 미래차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을 인센티브 위주로 전환해가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년 1분기별 국산차 부품 수출 규모 추이.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재가공
1분기 수출 규모, 올해60억불 돌파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반등할가능성의 실마리도나타나고있다. 앞서 지난 1 분기 국내 부품사들의 수출 실적이 개선된 것이 호재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동차 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분기 국산 부품 수출 규모는 전년동기(억달러) 대비 1.3% 증가한 60억1,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기록한 1분기 수출실적 중 처음 60억달러를 넘어섰다.
산업부는 지난해와 비교해 지난 분기 전세계의 신차 생산 현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한편 친환경차 등 고부가 차종에 탑재되는 부품을 발히 수출함에 따라 실적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생산·판매량은그간 이어온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늦게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부정적 이벤트들의 영향이 일부지역에 국한되고 지속 기간도 짧을 가능성이 높은 점은 다행인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완성차 시장의 생산·판매 지표가 개선되고 보상심리에 따른 소비경향(펜트업 수요)이 이어지며 이동수요가 증가하는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국내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량 흐름에 연계돼 하반기 실적을 개선하는 상저하고의 실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 청라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스택 공장의 조감도. 출처= 현대모비스
미래차 시장 대응력 두루 높아야
다만 부품업체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완성차 산업 국면에 대응해야 하는 점은 업체별 실적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현상이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이 현대차·기아 협력업체 126개사에 설문한 결과 미래차 관련 제품을 '생산·개발·관련 계획수립'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이 61%(약 77개사)에 달했다. 반면 '계획이 없다'거나 '타 업종에 진출한다'고 답한 비중도 18%(약 23개사)를 기록했다. 나머지 기업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 경우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 같이 자금력과 경쟁력을 갖춘 일부 부품사 외 나머지 내연기관 부품사가 미래차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붕괴될 수 있다.
이 뿐아니라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가 현지 생산 제품에 대해서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부품업체의 새로운 과제다.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시장별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부품사와 함께 해당 시장에 동반 진출할 경우 국내 부품업계의 실적 격차가 더욱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 정부가 현지 생산품에 대해서만 세제, 탄소배출 비용 산정기준 등 분야별 혜택이 주어지는 기조를 보이는 점은 한국 부품 생산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다양한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의 능동적인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탄소중립을 추구함에 따라 새롭게 발생한 산업 흐름에 적응하기 버거운 업체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해, 산업 생태계를 안정시켜야할 것이란 관측이다.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한국자동차 부품업계는 품질과 생산효율을 지속 향상시키고 기업 스마트화, 수출 판로개척, 미래차 연구개발·인력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며 "한편 특정 구동장치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미래차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정책 대안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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