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_보시_20. 공작의 왕과 사냥꾼과 임금의 어리석음
예전에 보살이 공작의 왕이 되었는데, 따르는 아내가 5백이나 되었으나 그 옛 짝들에게 돌려보내고, 푸른 공작만을 아내로 하고자 하였다.
푸른 공작은 오직 감로(甘露)와 좋은 과실만을 먹었으므로 공작은 아내를 위하여 날마다 다니면서 그것을 구하여 왔다.
그 나라 왕의 부인이 병이 있었는데, 꿈을 꾸니 공작의 고기가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
깨어서 왕에게 말하니 왕이 사냥꾼에게 명령하여 빨리 가서 찾으라 하였다.
부인이 말하였다.
“누구든 그것을 잡는다면, 막내딸의 사위로 삼고 금 백 근을 주리라.”
나라의 사냥꾼들이 퍼져서 다니며 찾다가 공작의 왕이 한 푸른 공작을 따라 항상 먹는 데가 있음을 보고, 곧 꿀에 반죽한 보릿가루를 그곳 나무에다 발라 놓았더니, 공작이 그것을 취하여서 그 처에게 주었다.
사냥꾼이 꿀에 반죽한 보릿가루를 자기 몸에 바르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공작이 와서 보릿가루를 취하니 사람이 그때 공작을 잡았다.
공작이 말하였다.
“그대는 몸을 삼가는 것이 반드시 이로울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금산(金山)을 보여 주겠는데, 무진장의 보배라 이를 만하다.
내 목숨을 놓아 달라.”
그 사람이 말하였다.
“대왕은 내게 금 백 근을 주기로 하였고, 막내딸의 사위로 삼기로 하였는데, 어찌 네 말을 믿겠느냐?”
곧 왕에게 바쳤다.
공작이 말하였다.
“대왕님께서 인자하셔서 윤택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시니, 제 작은 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물을 조금만 주시면 제가 자비로써 축원할터이니, 그것을 복용하면 병이 곧 나으리다. 만약 효력이 없다면, 그때 죄를 주셔도 늦지 않을까 합니다.”
왕이 그 뜻을 받아들였고, 부인이 그 물을 먹으니, 모든 병이 다 나아서 화색이 좋아졌다.
궁 안의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서 병들이 나았다.
온 나라가 왕이 넓은 자비로 공작의 목숨을 보전하여 한 나라 전체의 목숨을 늘리게 하였음을 칭찬하였다.
공작이 말하였다.
“원컨대 제가 몸을 저 큰 호수에 던져서 그 물에 축원을 할 수 있다면, 온 나라 백성들의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습니다.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몽둥이로 제 발을 치소서.”
왕이 좋다고 하니 공작이 곧 축원을 하였고,
나라 사람들이 물을 마시매, 귀먹은 자가 듣고 장님이 보며, 벙어리가 말을 하고 꼽추가 펴져서 모든 병이 다 나았다.
부인의 병이 없어지고 나라 사람이 아울러 무병함을 얻으니, 공작을 해하는 마음이 없었다.
공작이 모두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의 살려 주신 은혜를 받고, 제가 보답으로 일국의 수명을 건졌습니다.
보답이 끝났사오니 물러가게 하여 주소서.”
왕이 좋다고 하니 공작이 곧 날아서, 나무 위에 올라가서 다시 말하였다.
“천하에 세 가지 어리석은 것이 있도다.”
왕이 물었다.
“무엇이 세 가지냐?”
“첫째는 내가 어리석은 것이고,
둘째는 사냥꾼이 어리석은 것이고,
셋째는 대왕께서 어리석은 것입니다.”
왕이 설명해 보라고 하니, 공작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중한 계율은 색(色)을 불로 여긴 것이니, 몸을 불태워서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5백의 받들어 주는 아내를 버리고 푸른 공작을 탐하여서, 그 먹이를 찾아 주기를 종과 같이 하다가, 사냥꾼의 그물에 걸리게 되어 목숨이 위태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나의 어리석음입니다.
사냥꾼의 어리석음이란, 내가 지성스럽게 말했지마는 한 산의 금덩어리를 버리고, 무궁한 보배를 버리고, 부인의 사악하고 거짓된 속임수를 믿고 막내딸로 아내 삼을 것을 바랐으니, 세상에 미치고 어리석은 것들을 보면 다 이런 무리들입니다.
부처님의 지성의 계율을 버리고 귀신과 도깨비의 속임을 믿어서, 술마시기를 좋아하고 음란하다가, 혹 파문(破門)의 화를 가져오고, 혹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면 그 고통이 무수한데, 다시 사람이 되기를 생각하나 마치 날개 없는 새가 날아서 하늘에 오르고자 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음란한 여자의 요망함은 저 도깨비보다 지나치니, 나라를 망치고 몸을 위태롭게 함이 이에 말미암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남자는 이를 존중합니다.
만에 한 가지도 성실한 말이 없거늘 사냥꾼이 믿었으니, 이것이 사냥꾼의 어리석음입니다.
임금님께서는 천의(天醫)를 얻으셔서 한 나라의 병을 제거하고 모든 독이 다 없어져 얼굴들이 한창 핀 꽃과 같으니 모두들 기뻐서 의뢰하거늘, 임금님께서 놓아 주셨으니 이것은 임금님의 어리석음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의 왕이 이런 뒤로 팔방에 두루 돌면서, 번번이 신약으로써 인자한 마음으로 보시하여 중생의 병을 고쳤나니,
공작의 왕은 내 몸이었고, 국왕은 사리불이었으며, 사냥꾼은 조달이었고, 부인은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