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고 나는 이 여름을 나름 즐기기 위해 약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가한 지금 어디 알래스카 쯤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걸리는게 많아 용단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걸리는 놈은 고양이 입니다. 어릴 때 어미를 잃고 내가 주사기로 우유를 먹여 키운 고양이 '치타'가 어느듯 새끼를 낳았습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는 것은 타고난 본능과 후천적으로 어미한테 학습 받아서 일텐데 치타는 젖 먹이는 것까지는 하는데 그외 관리를 잘 못했습니다. 어미한테 배은게 없어서 일테죠. 그리하여 고양이 새끼들은 똥 칠갑을 하고 냄새도 엄청납니다. 학교에서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워 봤지만 새끼 고양이 똥은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어미들이 다 먹어 버리기 때문이죠. 그런데 치타는 배운게 없어 그걸 못하는 겁니다. 냄새가 나니까 젖 주러 잘 오지도 않습니다. 할수 없이 매일 내가 새끼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고양이 목용은 그야말로 진땀 나는 일입니다. 다섯 마리나 되는 새끼를 목욕시키는 내내 새끼들은 죽는다고 비명을 지릅니다. 걱정이 되지요. 고양이 새끼 목욕 시키다 모두 죽였다! 이렇게 될까봐 진땀이 질질 흐릅니다. 다행히 요즘은 치타가 알아서 처리하여 내가 많이 편해졌습니다.
두번째 걸리는 놈은 개입니다. 학교의 개는 개이면서 개사료는 절대 먹지 않습니다. 학교의 개사료는 오히려 고양이들이 다 먹어 치웁니다. 이러니 한 일주일 어디 갔다 오면 개는 굶어 죽어 있을게 분명합니다. 나 놀자고 생명을 죽일 수도 없고...
주먹만한, 그러나 있을거 다 있는.
오늘은 '파일럿' 지붕 수리를 했습니다.
파일럿 지붕의 용마루 벤트의 싱글이 몇장 날라가고 없는 것을 발견한 것은 사실 며칠 전입니다. 얼마전 강풍 때 날라 갔을텐데 지금 발견한거죠. 싱글이 날라 가면 벤트를 고정한 못이 노출되기 때문에 비가 샐 수도 있습니다. 즉시 올라 가서 수리해야 하지요. 그런데도 며칠을 미룬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년전 비설거지를 위해 파일럿 지붕에 올라 간 나는 지붕 처마 아래에 붙어 있던 벌집을 우연히 쑤셨습니다. 찐짜 '벌집 쑤신' 거죠. 벌들은 가미가제 처럼 공격해 왔고 지붕위 도망 갈데도 없는 나는 빗자루를 휘두르며 처절한 고함을 지르며 방어 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이 밑에서 봤더라면 볼만 했을 겁니다. 연료가 다 된 가미가제들이 철수하는 순간을 이용해 도망 내려 오다 보니 모자가 남겨져 있더군요 모자 줏으러 올라 가자 가미가제 2진이 기다렸다는듯 다시 공격해 왔습니다. 그때 내 머라 속의 컴퓨터가 계산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당하면서 저항 못하고 사다리로 철수하는게 낫나? 아니면 밭으로 뛰어 내리는게 낫나? 밭으로 뛰어 내리다가 발이 부러질 수도 있는데? 부러질 확율은? 구닥다리 컴퓨터의 분석이 끝나기 전에 공격이 끝났고 나는 여러군데 쏘였지만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 후로 파일럿 지붕은 정말 쳐다 보기도 싫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비 온다니 오늘은 올라 가야 합니다. 일단 사다리를 놓고 사다리 위에서 지붕에 벌집이 있나 정찰 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방심하면 안됩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에 끝내고 내려울 수 있게 잘 차지 않는 못주머니까지 차고 자재를 준비하여 드디어 지붕에 올라 갔습니다. 에프킬라도 못주머니에 넣고. 싱글이 날라간 부분은 물론 못이 노출되어 실리콘 처리를 한 곳 들도 모두 실리콘을 다시 처리해 주어야 했습니다. 파일럿을 2004년에 지었는데 12년 지나니 실리콘이 못 견디는군요. 긴장과 여름 햇살 덕에 땀에 젖은채 무사히 작업을 끝내고 내려 왔습니다.
파일럿 좌측면
우측면
첫댓글 예전에 교장 선생님 부양 가족이 많아서 멀리 여행 가기도 힘이 드시네요...
게다가 지붕 고치는데 벌이 웬수 네요...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