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에 써 보았던 글인데, 컴퓨터를 정리하다 다시 읽게 되었네요.)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호'라는 것이 있었지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외에 자신의 철학을 담은 또 다른 이름을 지어서 사용했지요.
요즘은 인터넷에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는 대신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카페에 동록하면서 닉네임으로
littleones(소자)를 사용했었습니다.
제가 오래 동안 이메일 주소나 로그인
ID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성경에서 소자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겸손하고 순수한 소자의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소자라는 이름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골키퍼'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골키퍼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선교지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 저에게 깨우쳐 주신, "내 자리와 역할"이 바로 골키퍼였습니다.
중국에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선교사님들과 때로는 현지인들과 축구를 했습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축구를 하면 늘 공격수를 했었습니다.
(글쎄요, 몇 분이나 이 사실을 믿어 주실지 모르지만...)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중앙에서 수비로 그리고 골키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은 골키퍼가 심심하고 운동도 되지 않는 다고 하기 싶어하지만, 저는 골키퍼를 하면서 축구의 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격수를 하면서는 오직 골을 넣을 생각으로 뛰었지만, 골키퍼를 하면서는 경기를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상대방팀에 따라 우리팀의 선수배치 그리고 공격 및 수비의 작전을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골키퍼는 상대방의 슛을 잘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한 목표가 아니고, 상대방이 슛을 하지 못하도록 수비들의 위치를 정해주고 위험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소리를 질러 우리 팀의 경각심을 일으키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아울러 공격 시 빠른 속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상대방의 헛점을 파악하여 공을 전달해 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골키퍼의 임무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교회에서 목회자인 저의 역할이 '골키퍼'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고 믿습니다.
목회자는 교회 전반적인 상황을 읽어야 하고 교회가 안정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적인 무장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가 잘못된 곳으로 치우칠 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바른 길로 되돌아 오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감독님의 비전과 작전)을 바로 깨닫고 전달하는 일을 하여야 합니다.
한우리 가족 중에는 제가 전통적인 목회자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공격수가 되어 주기를 바라실지 모르겠습니다.
흠… 죄송합니다.
저는 골키퍼입니다. 여러분이 앞에서 뛰셔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고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저는 뒤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나는 골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