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이운진 지음. 사계절 펴냄.
작가들도 글을 쓰면서 독자의 시선을 궁금해할까? 작가가 되지 못한 저로서는 다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짐작 정도를 할 뿐입니다. 사실 읽는 이들은 어느 지점에서 읽는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대신 생각의 속도와 밀도를 높여 글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나름의 통로를 찾게 되지요. 아마 이 지점을 정확하게 감지한다면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인기 있는 글을 쓰게 될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이 모두 다르다는 거지요. 대개의 사람은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시간과 공간의 뒤편에 불편하고 찌질한 것들을 숨겨두기 마련인데, 묘하게도 독서는 이런 지점을 기억해내게 하고 꺼내서 다시 돌아보게 하는 불편한 까칠함이 있어요. 물론 그 지점을 타인이 눈치채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요.
이운진의 이번 책은 시와 그림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그 못난 지점의 좌표를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는 매력이 있네요. 책을 읽다 보니 조용히 머리를 수그리고 내 찌질한 기억들을 만나보게 되네요. 문장의 세련됨보다는 읽는 이의 눈높이와 마음 안에 새겨진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이야기가 편한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