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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역술 특강 수강 에세이
"너무 무시했던 동양의 학문"
J 대학교
2학년 정ㅍㅍ
사실 동양 역술 특강을 수강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 과연 ‘학문’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사회가 서구적 합리주의 이성관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들은 동양의 학문은 상대적으로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이라고 여긴다. 또한 ‘역술’이라는 분야 또한 비논리적이고 미신과 같이 치부되는 경향이 짙다. 나 또한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계속되던 고민 끝에 ‘확실히 이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깨 결림 때문이었다. 장시간 컴퓨터에 앉아 있었던 탓인지 아침부터 어깨가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어머니께서는 병원대신 한의원에 가보라고 권하셨는데 나는 침을 맞는 것도 무서웠을 뿐더러 한의학을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조금 쉬면 낫겠지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니 학교도 못갈 정도로 심해졌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 선생님께 먼저 경추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어깨 부분에 침을 놓으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에 침을 놔주시려고 하셨다. 그 때 나는 “저 손은 안 아픈데... 그냥 목이랑 어깨만 아픈데요...”라고 말했다. 아마 그때까지도 나는 한방이 양방보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목, 어깨와 손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손에 침을 맞자... 헉! 소리가 났다. 손이 결린 것처럼 무척 아팠던 것이다. 침을 맞고 병원에서 잠깐 쉬다가 나왔는데 한결 나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몇 번 더 그곳에 갔는데 그 그때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신기하게도 어깨와 목이 덜 아픈 만큼 손에 침을 맞아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정말 몸이 연결되어있구나.
일회적인 치료에 그치지 않고 몸의 연결성과 자가 회복성을 꿰뚫고 있는 한의학에 신뢰감이 생김과 동시에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마침 동양 역술 특강의 수업 계획서를 보니 경락과 경혈 이론을 간단히 알려주면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간단한 몸의 이상을 치료하는 법을 다룬다고 했다. 곧 수강을 결심하고 ㅊㅊㅊ 교수님의 동양 역술특강을 클릭했다.
첫 번째 시간에 교수님은 강의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계획을 하셨는데 그 중에서 ‘왜 동양 역술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논하셨다. “동양의 역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이유는 서양과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자연과 인체의 작동이론이기 때문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처음 내가 던졌던 질문인 ‘과연 동양 역술이 학문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동양의 역은 단순히 미신이나 근거 없는 낭설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동양의 성인들이 연구했던 분야로 그 경험이 축척된 것이다.
동양의 역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말한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나 몸의 각 부분들 모두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을 때 이 ‘연결성’에서 동양의 학문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동양의 다섯 가지 술법의 분야인 명복의 상산 중에서 명(운명으로 사주팔자)은 내가 태어난 날과 시를 통해 인생을 점치는 것이다. 점을 친다고 하니 비이성적인 분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해 보면 나름의 논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아래 태어난다. 이를 천간과 지지라고 하는데 사람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두 기운의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게 된다. 점은 이 두 기운을 종합하여 그 사람의 인생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예측은 억측과는 다르게 이전에 축척되어 왔던 통계적, 선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내다보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논리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예측을 할 때는 늘 오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점이 틀릴 가능성(오차의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현실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명복의 상산 중에서 의(동양의학으로 체질, 운기, 침, 뜸, 진맥, 한약 등을 말한다.) ‘연결성’에 충실한 동양의 학문 중 한 분야이다. 몸은 자연과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연에서 난 음식들을 먹으면서 몸에 이상이 고쳐지기도 생기기도 한다.
또한 우리 몸 자체도 복잡한 연결성을 띠고 있다. 예로 간과 쓸개는 눈 근육, 고관절, 엉덩이와 연결되어 있으며 심장과 소장은 혈관, 명치, 혀, 주걱뼈, 주관절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간이 나쁘면 눈에 눈곱이 잘 끼거나 고관절이 시큰거린다. 심장과 소장이 나쁘면 명치가 답답하거나 주걱뼈가 아프기도 한다. 때문에 몸의 한 부분을 보면 몸의 다른 부분의 건강 또한 알 수 있다. 동양 의학은 이러한 연결성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리하여 놓았다.
얼굴형상에 따른 체질분류에 대한 강의를 들은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얼굴이 동그란 편으로 ‘토’의 체질을 갖고 있다. 성격은 꼼꼼하고 현실적이고 이치대로 설명해야 이해한다고 하는데 실제 나의 성격과 꼭 들어맞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푸는 것도 그랬다. 선천적으로 약한 장기는 ‘간’이라고 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간이 나쁘면 나타나는 증상들이 나에게 많이 나타났더랬다. 눈에 눈곱이 끼기도 하고 눈이 침침해서 눈을 감았다 떴다를 자주 반복한다. 또 다리에 쥐가 잘 나서 걸음을 못 떼는 경우도 많았다. 이 증상은 비타민이나 오렌지 주스와 같은 신맛으로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또 나름대로 건강에 관심도 있는 편이니까 한 번 시행해 보기로 했다.
오렌지 주스나 비타민은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꾸준히 오렌지 주스를 먹고 만약 오렌지 주스가 없는 날이면 아이스티(레몬맛, 복숭아 맛)를 자주 먹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매일 먹었다. “신맛”을 먹은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은 많이 없어졌고 잠을 많이 못 잔 날이 아니면 눈이 아프지도 않았다. 나만 덕을 볼 수야 없지! 곧바로 가족들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에게서 폐야 대장이 약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는 증상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화장품을 잘 못 쓰면 곧바로 뾰루지가 올라오기도 하고 특히나 피부가 간지러워서 피부약을 복용하고 계시는 중이었다. 과거에는 치질 기운이 있기도 하셨고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생강차나 계피차와 같은 매운맛을 많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강차를 타드렸는데 역시나 증상이 많이 없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피부약을 복용하신 것도 있겠지만 ‘매운맛’을 꾸준히 드신 것도 배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적은 노력으로 가벼운 질병 증상을 없어지게 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감기에 대처하는 양약을 공부하면서는 동양 의학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동양 의학은 감기가 일반적으로 몸을 차게 했을 때 몸의 약한 장부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감기에는 양명감기, 태양감기, 소양감기가 있고 치료하는 법이 모두 다르다. 또한 목감기는 간이 나쁜 것으로 시게 먹어야 하고 코감기는 폐가 약한 것으로 맵게 먹어야 한다는 것 등은 각 감기마다 대처하는 법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동양의학은 양약처럼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형태가 아니라 몸의 면역력을 자연스럽게 키움으로써 감기를 물리치는 법을 일러준다. 이렇게 몸의 면역력을 키워 질병을 물리치는 동양의학은 최근 조명 받고 있다. 왜냐하면 신종플루와 같은 변형 바이러스는 양약이 바이러스와 싸우고 물리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백신과 싸우면서 계속해서 진화하고 백신은 바이러스의 진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변형 바이러스가 생긴다. 때문에 몸의 면역력을 키워 자연스럽게 병을 몰아내는 동양 의학은 신종플루가 성행하고 있는 때에 새로운 대체의학 분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수업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주풀이였다. 요즘에는 전문적으로 사주를 보는 곳 보다는 카페와 사주를 함께 봐주는 공간인 사주카페가 유행하고 있다. 작년에 갓 대학을 졸업한 나는 강남역에 있는 사주카페에서 사주를 보러 들렀다. 친구는 그 곳이 너무 잘 맞춰서 자기도 놀랐다는 얘기를 곁들였다. 자리에 앉아 전반적인 운을 봐주길 부탁하자 한 아저씨가 너덜너덜한, 한자가 가득 써져 있는 책을 들고 내 앞에 앉았다. 19ㅍㅍ년 11월 ㅍㅍ일 미시 생이라고 말하자 아저씨는 지렁이같이 한자를 흘려 쓰더니 말하셨다. 신기하게도... “19살에는 운이 좋지 않았어. 힘들었을 거야.” “우와! 아저씨 어떻게 아셨어요?” 19살은 내가 유난히 대학 운이 없어서 재수를 결정했던 시기였다. 늘 결승선 코앞까지 갔다가 미끄러지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내 사주에 그런 것까지 나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계속해서 아저씨를 보챘다.
“아저씨! 저 직업은 뭐가 좋을까요.” “음... 전생에.. 선생님이었으니까 선생님하면 잘 할 수 있을거야.” “하하하. 아저씨. 전 선생님 별 생각 없는데요.” 그런데 그 후로 1년 뒤인 최근에 교직이수가 되면서 점차 선생님으로 진로를 좁혀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저씨! 저 결혼은...?” “음, 이번년도에 임신을 조심하고.. 남편 복을 별로 없을 것...” “우이씨!!!! 아저씨!!!!!!!!저 아직 결혼도 안했거든요?” 그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서 더 이상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 물론 임신은 하지 않았고 남편복은 나중에 가봐야 알 것 같다. 그 이후에도 가끔 사주를 본 적이 있었다. 으스스 할 만큼 잘 맞는 이야기도 있고 틀린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적으로 사주를 믿는 것은 인간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일정부분을 맞는 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주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사주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오래된 선인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통계이다. 통계는 일반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적용할 때 일정부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틀린 면이 어느 정도는 있지만 신통하게 '나‘를 맞춘 기억을 떠올리며 동양역술 특강을 수강할 때 사주특강을 더 열심히 들었다. 나도 나름대로 나의 인생을 예측해보고 더 익숙해지면 내 주위 사람의 인생도 예측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으니 나오는 말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는 법이 몇 개의 강좌로 이해될까.
내가 천재도 아닌데. 그래도 직접 나의 사주를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게는 된 것으로 만족한다. 강좌가 끝나더라도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더 해 보아야 심층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야겠다. 더불어 나는 ‘사주’를 풀이하여 나의 인생을 이해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얽매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점’이나 ‘사주’에 너무나 얽매인 나머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어떤 일을 하건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 일쑤이며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운명 탓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계에 자신의 개인적인 것을 모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통계란 늘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주’를 하나의 학문분야로 일정하고 연구함과 동시에 완벽한 학문은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고 도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느꼈다.
수업을 한 강좌 한 강좌 일주일마다 들으면서 하나의 새로운 학문 분야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편견이나 주변의 강요 때문에 ‘동양의 학문’을 너무나 무시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양의 역‘도 서양의 학문과 같이 많은 시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것인데 말이다. 한 학기 수업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하나의 학문 분야를 발견하고 조금은 진지하게 그 학문을 마주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동양역술특강을 듣는 시간은 참 좋은 시간이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