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찾거든
詩. 연송 이제희 (낭송 고은하)
슬픔이 나를 찾거든
나, 떠난 지 오래라고 말해다오
슬픔이 기억을 물어오거든
그, 기억 잊은 지 오래라고 말해다오
그때 그 사람도 그님의 사랑도
흐르는 물과 같은 시간 속에 유유히 멀어져
빛바랜 공간속에서 제자리를 잃은 지 오래.
시간은 가고 계절은 다시 오는데
떠나는 사람 속에 여전히 홀로 남은 한 사람.
채곡히 쌓인 낙엽처럼 흔적 두었을지언정
하룻밤 전설처럼 다 태웠다고 말해다오.
아파도 내 아픔 말할 이 없어
슬퍼도 눈물 닦아 줄 이 없는
서글픈 하루살이 같은 인생
별빛 새벽을 넘나들고
눈물 떨어진 빈 잔 기울이는
끝 간 데 없는 사랑.
슬픔이 나를 찾거든
당당히 웃어보이리라
슬픔이 내게 ‘너는 누구냐?’ 묻거든
너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나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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