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태풍 볼라벤 걱정에 이른 새벽, 두물머리에 들어섰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 곤파스 태풍의
위력만큼 강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볼라벤이 지나간 후 세차게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더
걱정스러웠습니다.
오늘은 인천교구가 담당하는 마지막 두물머리 미사였습니다. 그 마지막 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아쉬움의 크기는 서해안을 강타한 볼라벤 태풍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부터 두물머리 까
지 태풍을 뚫고 달려와주신 인천교구 신부님들과 교우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두물머리 은인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기도가 있었기에 두물머리가 끝까
지 버텨 낼 수 있었음을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거센 강풍에 휘어져도 끝내 부러지지 않는
두물머리 십자나무 연약한 가지들에게서 겸손과 온화함을 배우는 하루였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924일, 구 백 스물 두 번째 두물머리 생명 평화
미사는 인천교구 김종성 신부님, 장동훈 신부님, 꼰벤뚜알 수도회 이태영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
행되었습니다.
장동훈 신부님은 "저는 오늘 인천교구가 담당하는 화요일 마지막 두물머리 미사를 준비하면서 나
는 무엇을 선택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우리도 무엇인가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겉
으로 보기에는 정부와 농민들이 합의한 두물머리 합의안 일 수도 있고 또 두물머리가 잔혹하게
파헤쳐지는 것을 막았다고 하는 어떤 결과물에 대한 선택 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것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서운함의 마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서 우리는 매 순간마다 우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
다. 우리가 함께 걸어 온 두물머리 3년이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선택이 가끔은 무기력해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이고, 쓸모없어 보였던 때가 많았던 것 같습
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받은 마음을 서로 어루만지고 쓰러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그
선택을 함께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벌레들은 걸러내는데 낙타를 집어 삼키는 위선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야기 하시는 이것 역시 선택의 일종입니다. 권력과 사람들에게 군림하고 싶은 욕구대신 힘없어
보이고 소박하고 또 남들과 같은 위치에 있어야 되는 무기력한 평등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공
존과 상생의 삶을 선택한 것이 이곳 농민들이 지켰던 3년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오늘 복
음에서 말씀하시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리석고 쓸모없어 보이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온 3년의 선택에 대해서 서로 용기를 북돋고 위로하
고 격려하는 시간들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각각 선택의 모양은 다를 것입니다. 제가 선택
한 것은 관계라는 선택입니다. 그저 몸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궁금하게 하는 그 관
계가 확장되어 두물머리를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인내를, 또 어떤 분은 신앙을,
그렇게 여러 모양으로 우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선택의 자리에 기꺼이 동참시켜주신 농민 여
러분들, 그리고 함께 두물머리 미사를 봉헌했던 우리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축복드리고 싶습니
다." 라며 강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또한 김종성 신부님은 인천교구 두물머리 미사를 마무리하는 인사 말씀을 통해 " 이 두물머리 미
사는 마지막 이지만 또 다른 두물머리가 있습니다. 쌍용이라는 두물머리, 강정이라는 두물머리,
또 끊임없이 두물머리가 우리 주변에서 도사리고 있을 때, 그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새로운 출
발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장동훈 신부님 말씀처럼 선택을 하라면 그리스도를 선택하
는 것이 우리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인천교구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 인천교구 노동사목원회를 비롯한 스물 두 분의 교우
들께서 성 아우그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해 주셨습니다. 두물머
리 미사 하우스를 집어 삼켜버릴 듯한 볼라벤의 강풍에도 의연함을 잃지않고 정성을 모아 기도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