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두물머리 합의가 성사된 이후 부터 두물머리 하루의 흔적을 달력에 남겨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늘 미사를 포함하여 꼭 다섯 번의 두물머리 미사가 남았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 수록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회가 새록 새록 지난 3년의 기억을 더듬게 합니다.
한 때는 두물머리 12번째 농가로 겨울 배추도 심고 오이도 따며 두물머리 진짜 농사꾼의 꿈을 훔
쳐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두물머리 3년의 세월중에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
니다. 두물머리 상리 농민 임인환, 최요왕, 서규섭, 이주향, 중리 농민 공만석 어르신 내외 분, 양
평 친환경 유기농 인증 1번을 자랑하던 하리 농민 노태환, 유정숙, 김병인, 이효준, 이재교, 그
리고 12번째 농가였던 컨테이너 사제관,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았던 그 날, 그 시절의 두물머리 십
자 나무는 생명력 넘치는 초록의 새잎과 가지로 무성했었습니다. 그때가 지금도 무척그립습니다.
일주일 중에 가장 바쁜 날인 수요일, 오늘도 평택으로 가는 2백리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두물
머리 임인환 농민이 길 동무를 해주었습니다. 위험 천만한 졸음 운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옆 자리
에서 숙면을 취하는 임인환 농민의 태평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농업을 개 밥 그릇만도 못
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무릇 농부가 된다고 하는 것은 저런 천하태평함과 배짱으로 무장되어
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열 네 번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는 수원교구 조영준 신부님, 이상헌 신부
님, 최재철 신부님과 정자 꽃뫼성당, 화서동 성당 자매님들, 와락 가족 등 열 일곱 분의 교우들께
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평택 역 앞을 무심히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발길과 무관심한 시선들의 확
연한 경계를 가슴 아파하며 오늘도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삶을 위한 미사를 정성을
다해 봉헌했습니다. 쌍용자동차 사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대한문
앞에서 풍찬 노숙을 마다하지 않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호소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
기를 기도합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925일, 구 백 스물 다섯 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의정부 교구 조해인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조해인 신부님은 "세례자 요한은 정의로움, 올바른 것에 대해서 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때문
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입
니다. 주님이 오시는 길을 곧게 하여라 말씀하시는 그 의미들을 자신의 죽음에 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작은 사람, 나를 드러내는 것
이 아니라 나는 준비하는 사람, 즉 예수님을 준비하는 사람, 진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람, 그것을 마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인식할 수 있을 때 내가 누구인지를 알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도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모습 속에서 올바른 것, 진리를 위해서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 일 때, 나의 길을
통해서 예수님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들을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삶을 통해서 그의 수난과 죽음이 예수님을 드러내는, 그리스도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주었던 바탕
이 되었던 점들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물머리를 찾는 우리들의 발걸음, 우리
가 기억하는 생명과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외침들이 단순히 다른 모든 권력
자나 힘있는 자들이 침묵하라고 할 때에도 그것을 멈출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그 진리에 대한 힘이 우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말 할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 바로 그것은 그리스도를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세상에서 드러내는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며 강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서울대교구 문정동 성당 젬마 자매님과 수녀님들, 의정부 교구 덕소 성당 아녜스 자매님을
비롯한 열 다섯 분의 교우들께서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
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