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2009년 11월, 두물머리와 첫 인연을 맺기 시작하면서 두물머리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그 안에 숨
겨진 영험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때로 부터 수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월의 풍파와 더불어
여러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두물머리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두물머리 930일의 삶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 은하수
건너 저 별들이 다 타서 없어진다 해도 그것만은 또렷이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두물머리 마지막 주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두물머리 주일 미사를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구리 성당 연희 마리아 자매님 입니다. 그동안 아들 군대 면회 때문에 한 번 빠진 것 외에는
단 한번도 두물머리 주일 미사를 거르지 않았던 고마운 분입니다. 그 한 번도 휴가를 내거나 일을
쉬는 토요일에 꼭 벌충을 하십니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이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던 분, 주님의 정의가 세상에 실현되기를 바라
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셨던 분입니다. 오늘 연희 마리아 자매님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었
습니다. 표현할 수 없이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고 주님께 의탁하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두물 삶,
결코 잊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태양이 매일 떠오르는 것은 매일 새 힘을 북돋워 주려는 것임을
연희 마리아 자매님의 환한 미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 농지 보존을 위한 929일, 구 백 스물 아홉 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수원교구 양기석 신부님, 서울대교구 김성은 신부님, 김찬미 신부님, 꼰벤뚜알 수도회 윤종일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양기석 신부님은 "우리가 두물머리에서 생명과 평화, 특히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가치를 생각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어떤 곳에 가서도 그것과 똑같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합
니다. 좋은 풍광이 없다 할지라도, 편안한 쉼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너무나 많은 사
람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할지라도 두물머리를 찾았던 이웃들이라면 그러한 곳
도 외면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법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법규가 담아내고 있는, 지키고자 하는 그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시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고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아니라 진
정으로 참된 의인의 삶을 살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그 장소가 두물머리가 되었든, 혹
은 강정 마을이 되었든, 쌍용자동차나 인천의 콜트콜택 현장처럼 누군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내
쫒기는 그 곳, 그 사람들이 손을 씻고 음식을 먹든 먹지 않든 우리가 눈길을 주고 관심을 기울여
야 될 사람은 바로 그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 농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셨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하느님
의 사랑 속에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그런 신앙인들이 되어주셨으면 좋겠
습니다." 라며 강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서울대교구 조해붕 신부님과 천주교 농부학교, 수원교구 과천 성당 자매님들, 서울대교구
사회 교정 사목위원회 회원들, 두물머리 주일 미사 단골 신자들을 비롯한 50여명의 교우들께서
연중 제22주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 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