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오늘 연 인원 4만여명의 사제와 수도자, 교우들이 함께 했던 두물머리 생명 평화 미사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930일 두물머리의 삶을 통해 느끼고 체험했던 표현 할 수 없는
만 가지 감정이 한번에 터져 버릴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오늘 두물머리 마지막 생명 평화 미사는 지난 2009년 11월 24일 두물머리 첫 미사를 주례하셨던
수원교구 최덕기 주교님의 주례로 조해붕 신부님, 서상진 신부님, 윤종일 신부님, 김재학 신부님
을 비롯한 수도권 4개 지역 교구와 수도회, 광주대교구 등 마흔 두 분 신부님들의 공동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3백여명의 교우들과 수도자들이 두물머리 강변 야외 미사터를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오늘 두물
머리 마지막 미사를 시작하면서 최덕기 주교님은 "여러분은 이곳에 오시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어떤 마음으로 오셨습니까? 저는 이 곳에 오면서 마음이 좀 복잡했습니다. 이 곳에
서 열심히 기도하시고, 열심히 두물머리를 찾으신 분들은, 아마 이 곳 두물머리에서 오시면서 만
감이 교차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마지막 미사를 드리지만 아직도 완전한 끝맺음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끝이 좋아야 모두 좋다.' 우리에게는 유기농장을 기반으로 한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조성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또 이 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
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것도 저는 잘 모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잘 마무리 될 수 있기
를 빌면서 그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이 곳에 오셔서 미사를 드려주
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우리 다 같이 감사의 미사를 봉헌합시다." 라고 말씀하셨습
니다.
또한 서상진 신부님은 "오늘의 미사는, 이 곳 두물머리에서 봉헌하는 930번째의 미사이며 동시
에 마지막 미사입니다. 그동안 덥거나 춥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하여 주신 여러분 고맙
습니다. 사실 이 고마움은 우리 모두 서로에게 해야 할 고마움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와 자연을
위하여 함께 기도하며, 서로 희망과 확신을 북돋아 주었고, 용기와 힘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어
느 누구 몇사람이 아니라 이곳 두물머리 미사에 단 한 번이라도 참례하고, 격려하고, 기도하고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함께 마음 조려야 했던 모든 분들이 '우리' 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고마워하는 것입니다. 함께 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오늘 미사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마치 우리가 오늘의 미사를 위하여 일부러 선택한 말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이 곳에 처음, 매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하여 둥지를 틀었을 때, 인간적인 계산
이나 성공의 여부에 상관없이 오직 누군가는 기도하고 외치고 알려야 한다는 신앙에 근거한 사
명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독서의 말씀처럼 '나는 여러분 가운데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
도, 곧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 만을 생각하며 이 곳에 자리를 잡고 미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독서는
두물머리의 이 미사를 시작했던 우리의 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이런 말씀을 전해 주고 있습
니다. '사실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 나는 약했으며, 두렵고 또 무척 떨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는 악한 공권력의 강한 힘에 눌려 두렵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독서의 말씀처럼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의 힘' 에 의지하며 오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곳, 두물머리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 새로운 희망과 깊은 절망 중에서도, 주님께
서 가신 그 길을 우리가 뒤 따를 것을 다짐해야 할 때마다 되새기곤 했던 말씀을 전해 주고 있
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
시키는 일 입니다. 그 일이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며,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야
할 길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4대강에서 벌어진 공사로 인한 해악이 계속되는 한,
다시 되돌리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용산에서의 참사, 쌍용 자동차의 노
조 탄압, 강정 마을에서의 횡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협과
같은 일이 계속되는 한 우리도 계속하여 생명과 평화를 위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고, 외치
고, 싸워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곳 두물머리에 생태 학습장이 잘 마련되도록 많은 기도와 관
심,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그 장소가 어디이던 상관없이,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죽이는 현장에서, 온갖 악행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해치는 바로 그 곳에,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 위하여 우리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노력하는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하여, 선이 끝내 이긴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하여,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
여, 우리는 또 오늘처럼 모여야 할 것입니다. 그 곳에서 다시 만납시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라
며 강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두물머리 마지막 미사를 마치고 두물머리 십자나무 이식 행사를 가졌습니다. 두물머리 십자나무
가 드러낸 앙상한 뿌리가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앙상한 뿌리 하나로 겨우 버텨 온 두물머리
의 지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꼰벤뚜알 문호리 수도원에 두물머리 십자 나무를 옮겨 심고 나서 안심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무
엇인지 모르는 어색함도 느껴졌습니다. 어둠이 내린 두물머리 강변 미사터 두물머리 십자 나무가
서 있던 그 자리에 누군가 놓아 둔 꽃 바구니를 발견하고 나서야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
니다. 이제 두물머리에 십자나무가 없습니다. 두물머리가 텅 빈 마음 같았습니다.
허탈하고 공허한 마음 한 켠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평택역 가은이의 밝은 미소입니다. 다시
발동이 걸린 안성 미산 골프장 재추진 소식도 새로운 전의를 불태우게 합니다. 그동안 두물머리
소식을 전하면서 가슴에 묻어 두어야만 했던 이야기들도 많았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따로 기록
한 두물머리 야사가 있습니다. 먼 훗날, 마지막 눈을 감을 때, 두 딸들에게 유언처럼 들려주고
싶은 두물머리 삶의 진수입니다.
지난 930일, 두물머리를 위해 늘 기도해 주신 최덕기 주교님과 신부님들, 수녀님들, 모든 두물
머리 은인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두물머리 삶의 은총을 넘치도
록 받았습니다. 두물머리 농부들과 미카엘라, 로사리아 마중물 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제 인생의 큰 행운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언제라도 다정한 오라버니처럼 손잡아 주시는 최덕기주교님을 모시고 봉헌된 마지막 미사.........
주영훈대표농부님께서 큰절로 그동안의 힘듬과 감사를 전 할땐 가슴이 벅차 오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따가운 9월의 햇살로하여 '햇볕알러지로 얼굴과 목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행복한 시간였지요.(지금 엄청 가려움)
마른버드나무 십자상에서 새잎이 돋는것을 보며 승리의 기쁨을 확신 했더랬습니다.
모쪼록 저들이 약속대로, 많은 이들의 눈물어린 땀이 밴 이곳 두물머리에 생태 학습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기를 지켜 보겠습니다. 우리 모두 파수꾼이 되어 감시감독해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뒤집는 그들을..
좋은거름이 땅을 살리듯 분명 두물머리미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밭을 살찌우는 좋은 유기농거름이 될거라 믿습니다. 마지막 미사는 못갔지만 글과사진속에서 감동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십자가와 미사 위로 비쳐 더 감흥이 넘칩니다. 930일.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랫만에 다시보는데도
여전히
울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