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이야기
지난 겨울방학에 “충북청소년통일아카데미”를 다녔다. 비영리민간단체 충북1004통일포럼에서 주최하는 아카데미였다. 진천과 음성에서 하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이었다. 『생각의 좌표』 독서토론회, 『생각의 좌표』저자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회,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피스메이커』 독서토론회 등이 있다.
5주 동안 진행하는 이 아카데미 프로그램 중에는 통일에 대해 4주 동안 강연을 듣고 마지막 주에 초등학생 아이들 대상으로 직접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까지 완수하여 수료증을 받기 위해 힘들어도 꾸준히 다녔다.
이 아카데미에 참석한 학생들은 다 동생이 있어서 쉽게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동생이 없기 때문에 친구 동생들에게 대충 읽어주고 사진 몇 장 찍는 걸로 때우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음성군에 있는 “청보리” 아동센터가 있는데 자원봉사도 할 겸 가라고 하셨다. 나는 평소에 어린 아이들을 좋아해서 관심도 많고, 내 꿈도 유아복지 쪽으로 가고 싶고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청보리”에 도착했는데 10명 넘는 아이들이 내가 들어오자 다 나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낯가림이 매우 심한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낯을 가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둘씩 먼저 다가와 줬다. 먼저 말도 걸고 "예쁘다"라고 하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본모양인지 먼저 말도 걸어주고 안기고 해서 더 친해지기 쉬웠던 것 같다.
5주 동안 통일을 배웠던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해줘야 되는데 솔직히 너무 막막하였다. 통일에 관한 책이 있는데 “피스메이커”라는 아주 두꺼운 책이 있다. 그 책을 보자마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굵은 책을 언제 다 읽냐며 짜증부터 냈다. 다 읽지 못해 통일에 대해 설명하는데 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다문화와 통일, 생각의 좌표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갖고 통일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기.
아이들한테 알아듣기 쉽게 전달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낯가림도 심해서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아서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내가 대학진학을 유아교육이나 아동복지 쪽으로 가려면 친화력도 좋아야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 결과 낯가림도 아이들을 만나면서 많이 극복한 것 같았다. 이와 같이 남과북도 떨어져 있던 기간이 길어서 아직까지 통일이 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싶다. 남과북도 얼른 접선하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통일에 관해 시도 쓰고, 글도 써야 되는데 초등학생들이라 그런지 개구 짖은 아이들도 많고 말 안 듣고 딴 짓하고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순간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되니 할일도 알아서 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했다. 아이들 걸 하나하나 읽어봤는데 그 어린아이들이 글은 어찌나도 잘 쓰는지 나보다 더 잘 쓰는 것 같아서 놀랐다. 나는 이 나이 때 매일 놀기만 하고 했던 것이 후회 될 정도로 날 반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정말 이 나이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은 똑똑하고 상상력도 풍부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쓴 시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가 있는데 바로 인혜가 쓴 ‘산’이라는 시였다.
산
남인혜
우리 통일하자
이쪽 산봉우리에서 외치면
우리 통일하자
저쪽 산봉우리에서도 답을 해요.
메아리를 소재로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아이들의 상상력 앞에 내가 준비한 많은 자료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을 준비했었다.
통일이 되지 않으면 또다시 전쟁이 일어 날 수도 있다. 또한 전쟁을 하려면 무기로 인해 무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같은 민족끼리는 총,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은 이지구상에서 우리민족 밖에 없는데 마치 형제가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통일을 하면 경제적으로는 국가 영토가 커지고, 군사적 비용과 식량 부족 문제가 해결 될 것이고, 이산가족도 상봉 할 수 있고, 북한 주민의 인권도 찾으며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같이 협력도 할 수 있고, 더욱더 경제가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아이들도 역시 나와 같은 의견들이 많았다. 통일을 하면 전쟁 때문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죽을 수 있다고 반대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통일을 꼭 전쟁으로 해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협상해서 전쟁 없이 통일이 되었으면 한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동센터의 어떤 아이 중에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걸 통일에 대한 시로 표현한 아이들도 있었다.
엄마가 소리치면
아빠가 냄비를 던지던 기억밖에 없어요.
그리고 선택을 하라고 했지요.
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랐어요.
지금은 엄마와 살고 있지만
아빠와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가 떠올라요.
6.25 전쟁 같았던
엄마 아빠의 싸움은
분단된 우리 한반도처럼
우리 가정을 쪼개놓았어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있는데
저의 소원은 엄마 아빠의 통일이에요.
그러고 시간이 금방 가서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이랑 산책을 했는데 옆에 꼭 붙어서 "같이 가요", "여기로 가요" 이러는 게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해맑게 뛰어다니고 놀고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이런 아이들은 똑똑해서 아픈 상처가 있는 줄도 몰랐다.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양쪽양가 부모님들이 온전치 않은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처럼 현재 우리의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남북이 갈라서있는 것처럼 부모님이 서로 갈라서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상처인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쯤 되었는데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1~2학년으로 평생을 살아야한다고 들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정말 착해서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는데 그건 가정에서 말고도 이런 사회복지나 유아복지분들께서도 그 상처를 치유해줘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클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난 행복한 가정 안에서 커서 그런 아픔을 잘 모르지만 오늘 아이들을 보고 많은 것 을 느꼈다. 이런 아이들이 크면 자신이 아픔을 있다는 것 을 더 크게 느낄 텐데 그 아픔을 스스로 알아서 고쳐가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
보통 유치원교사보다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더 노력해서 커서 이런 아이들 옆 에서 부모님의 빈자리나 아픔을 함께하고 고쳐 나가고 싶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활동도해보고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도 꼭 또 와서 그때는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놀아주고 수업해주고 싶다.
반면에, 아이들에 비해 나는 통일에 대해 평소에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정말 기특한 것 같다.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렵고 이해를 못해서 졸았던 기억밖에 없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그나마 “생각의 좌표”라는 책을 읽어서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만 귀에 조금 들어왔다. 다른 강연들은 무슨 내용인지 귀에 익지도 않아서 계속 졸았던 것 같다. 홍세화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이 질문에는 두 가지의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정말로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온전히 본인 스스로 선택 및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인가? 주변 환경이 나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나? 라는 것이다.
한마음고등학교 3학년 안유정
청보리 이야기.hwp
관련 기사
제5회 6.15통일문학상 시상식 열려..대상은 장재희 시인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