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계(Quality World)’ - 아기돼지 삼형제의 집 짓기
박 은 미 헬레나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갖가지 환경에 둘러 싸여 있으며, 이 다양한 사람과 환경에 어떤 식으로든 맞추면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나 환경의 어떤 부분은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또 어떤 부분은 충족시키지 않으므로, 다양한 인간관계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다가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심리적인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물론 스트레스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또 하나의 대안을 배우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의 각 시기에 필요한 발달을 이루어 나가지만 말이다.
<선택이론>이라는 심리학 이론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 우리를 기분 좋게 한 사람, 환경, 사물, 활동, 생각, 믿음 등이 마치 사진첩에 담긴 사진들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추상적인 공간으로 ‘좋은 세계(Quality World)’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당신의 삶은 누가 통제하는가』제3장 참조). ‘좋은 세계’는 한 개인의 고유하고도 독특한 기억의 일부이자, 그 개인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바램들의 집합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은 각자의 ‘좋은 세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달라진다.
‘좋은 세계’는 각 개인 자신만의 기준점,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에 비유할 수 있다.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예로 들어보자. 돼지 엄마는 돼지 삼형제에게 이제 다 컸으니 집을 떠나 각자의 집을 짓고 살라고 말한다. 그러자 돼지들은 각각 지푸라기, 나무, 벽돌이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집을 짓는다. 각 돼지의 ‘좋은 세계’에 들어 있는 집 사진은 무엇일까. 첫째 돼지에게 집은 그저 비나 피하면 되는 곳이었던 듯하다. 지푸라기로 대충 집 얼개만 갖춘 뒤 첫째 돼지는 늘어지게 잠을 청한다. 둘째 돼지에게 집은 비바람을 피하고 외부인의 침입도 막을 수 있는 곳이고, 막내 돼지에게는 비바람이나 외부인으로부터의 피해도 막고, 친구들도 불러 들여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묘사된다. 이 동화에서 늑대는 각 돼지의 집이 그에게 얼마나 질적인 곳인지를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게 보면 ‘아기 돼지 삼형제’라는 동화는 ‘좋은 세계’의 사진을 구체화하는 일의 중요성, 다시 말하면 우리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이미지를 얼마나 선명하게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생활방식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달라질 수 있음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행복한 삶은 어쩌면 모든 사람의 바램일 것이다. 그런데 행복한 삶의 모습이 우리 각자의 ‘좋은 세계’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는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많은 돈을, 어떤 이는 가족들사이의 화목을, 또 어떤 이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자신의 행복감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을 것이다. 특정 사진이 옳고 나머지 사진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진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에서 세 마리 돼지는 동일한 양육환경에서 자랐지만 집에 관련된 서로 다른 사진을 지니고 있었기에 완전히 상이한 삶을 꾸려 가게 되었듯이, 우리 역시 각자의 인생에 대해 머릿속에 어떤 사진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자신의 삶을 운영해 가는 양상도 달라진다.
특히 ‘좋은 세계’에 들어 있는 사진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다. ‘좋은 세계’에 다양한 사람들이 픙요롭게 들어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훨씬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발육에 필요한 적절한 보살핌이나 사랑,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세계’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한 개인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따라서 많은 교육학자들은 자녀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라면 값비싼 외식이나 물건, 또는 고액과외나 학습기기같은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일, 성장기의 다양한 멘토를 만들어 주는 일이 가장 훌륭한 활동이라고 조언한다.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을 많이 해 나갈수록, ‘좋은 세계’에는 새로운 사진을 계속해서 추가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진으로 풍요롭게 채우고 더욱 구체화해 나갈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물질이 주는 인위적인 만족감은 단기적이어서 그 강도를 계속 높여 주어야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내는 활동을 통해 얻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만족감은 장기적인 효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또 그런 사진은 ‘좋은 세계’에 매우 선명한 사진으로 기억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왕이면 물질적인 단기 충족감에 매달리기보다는, 어떤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면 더 좋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좋은 세계’를 어떤 사진들로 채워 나가면 좋을지 실천하는 생활을 만들어 보자.
품 심리상담센터 소장(empark932@hanmail.net / 트위터 @Helena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