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화 읽기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
가여연 연구교수 박 은 미
4*11 총선 전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 가운데 하나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였을 것입니다. 지난 4년간 공중파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탓에 해군기지 문제가 제주 이외 지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던 사이, 제주 올레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를 끼고 있는 강정 공동체는 내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을 모두 통제하기는 역부족이었는지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트위터 등의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가다가, 해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강정 해안에 펼쳐진 구럼비 바위 폭파 공사가 전개되면서 비로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구럼비’로 유명한 제주 강정 해안은 국내 천연기념물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곳입니다. 2011년 11월에는 무수한 사기 의혹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스위스 N7W(the New 7 Wonders)재단이 선정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제주도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강정마을은 해군 기지 건설 찬반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부모-자식이, 친척끼리 제사에도 함께 참석하지 않는 등 공동체 해체가 심각하고, 공사를 강행하려는 건설사와 군 당국, 그리고 공사를 저지하려는 환경과 평화운동가, 시민들이 첨예하게 대치하며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비극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유치되는 과정, 유치가 참여정부 시절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제주 해군기지의 계약부터 현재까지의 사업 추진과정 대부분이 불법 강행되고 있다는 것이 현재의 갈등을 촉발하는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한 예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계약에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해군부두 옆에 크루즈 터미널을 설치하고 배후에 해양공원도 만들겠다는 것이 애초의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해군기지 총 예산이 9,770억원인 것에 반해 민간시설 예산은 534억 원으로 무려 18배나 차이가 난 것으로 보아, 관광미항이라는 계약대로 민간시설들이 들어설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 또 강정마을은 특별법상의 ‘절대보전지역’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절대보존지역 안에서는 건축과 시설물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공유수면의 매립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이를 무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강정 해군기지 유치 결정은 2007년 5월에 이루어졌는데, 2년 뒤인 2009년 9월에 절대보전지역 지정 해제신청이 이루어졌으니, 2년 동안 불법공사를 강행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난 것이지요.
이런 사실을 반영하듯, 2011년 12월 31일, 국회는 여야 합의로 제주 해군기지 관련 예산을 정부 원안인 1327억원보다 1278억원 삭감된 49억원으로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1년에 집행되지 못한 예산 1084억원 등을 활용해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정치권과 대중의 비난을 사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 어디서든 ‘생명과 평화 지킴이’로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가톨릭교회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부터 반대 운동을 시작하여, 줄곧 강정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는 선봉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회장 윤정옥 수녀) 산하 민족화해분과위원회(위원장 소희숙 수녀) 소속 19명의 수녀와 예수회 신부, 환경운동가 등 20여명이 서귀포경찰서에 강제연행되었다가 다음날 새벽 3시에 풀려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1월 10일 :『가톨릭신문』 1월 22일자 6면). 공사장 정문에서 진행한 묵주기도와 153배 평화기도가 공사차량 출입을 방해했다는 혐의였습니다. 3월 9일에는 제주 구럼비 바위 발파를 저지하기 위해 공사현장에 들어갔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김정욱 신부(예수회)와 이정훈 목사가 구속되었습니다(『가톨릭신문』3월 25일자, 6면).
또 강정 해군기지에 상주하시며 반대 운동을 벌여 온 문정현 신부(전주교구)가 4월 6일 강정마을 방파제 테트라포드(뿔 모양 콘크리크 구조물) 사이로 떨어져 중상을 입고 입원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문 신부는 성금요일을 맞아 십자가의 길 13처를 끝내고 14처로 이동중이었는데, 해양경찰의 무리한 제지에 항의하기 위해 테트라포드에 올라갔고, 해양경찰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6m 아래로 추락한 것입니다(『가톨릭신문』 4월 15일자, 7면).
성직자, 수도자들이 굳이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행위는 정치와 한발짝도 빗겨 서 있을 수 없으며, 사랑과 생명존중이 예수님의 필생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제자의 태도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도 각 교구 사제들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릴레이로 봉헌하고 계시고, 한국가톨릭여성연합회를 비롯한 교회 내 여성단체 회원들 역시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현장의 사제들과 강정 마을 주민들을 격려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주를 다시 ‘평화의 섬’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지금, 우리 각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성찰해 보면 어떨지요.
● 글쓴이 : 품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