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Pod-Cast)’ 열풍
가여연 연구교수 박 은 미
해가 바뀌면서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계신 지인 몇 분에게 2012년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여쭈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니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다”, “정치 정의, 경제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는 등의 대답을 해 주시더군요. 우리가 하는 일상의 모든 행위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올해는 특히 정치적인 이슈와 더불어 생활하게 되리라는 말씀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 사회를 뒤흔든 키워드 하나가 눈에 띄는데, 바로 ‘팟캐스트’라는 용어입니다.
‘팟캐스트(Pod-Cast)’라는 명칭은 미국 애플사의 MP3 기기인 아이팟(I-Pod)의 ‘Pod’과 방송이라는 의미의 ‘Broadcast’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로,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라디오 방송 형식의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작년에 타계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로 유명한 애플사의 아이튠즈(I-Tunes)가 대표적인 팟캐스트 응용 프로그램이지요. 사용자들은 이곳에 올려진(업로드) 자료들을 검색하여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전 세계 어디서나 내려 받아(다운로드) 들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자료는 기업 홍보, 어학 공부, 종교 설교 등 다양하며, 사용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같은 휴대용 플레이어 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려 받아 재생할 수 있습니다. 무료 컨텐츠이므로 사용자는 무료로 이용하지만, 올리는 사람은 해당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서버를 이용하는 지출 비용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인터넷 듣기 매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든 촉매제가 바로 <나는 꼼수다> 였습니다. 보도를 통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 인사의 비리로 사퇴하고, 공영방송 MBC가 간판 프로그램인 저녁 9시 뉴스를 10여분 밖에 보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은 지난 몇 년간 언론계에서 일어난 사태가 누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방송과 신문매체를 아우르는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진 결과이지요.
대표적인 사례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강정마을 사람들과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 그리고 국내외 평화운동가들을 중심으로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었지만, 제주 지역 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제주교구장님과 활동가들이 보내오는 동영상이나 팟캐스트를 통해서만 절박한 현장 소식을 접할 수 있을 뿐, 언론 특히 공영방송에서 강정 소식을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그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내용에 대한 공감 여부와는 별개로, 대중의 일상 감정과 언어를 매개로 대중에게 보도되지 않았던 각종 정치, 사회적 사건의 내막을 뒷담화 형식으로 풀어 담고, 인터넷 청취라는 새로운 형식을 빌어 전달함으로써, 무기력한 한국 언론계의 내용과 형식 모두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업로드되는 <나는 꼼수다>가 전 세계 팟캐스트 1위를 몇 차례나 경신했고, 매회 다운로드 받는 횟수가 수십만 건이 넘어 누적 다운로드수가 천만 건을 훌쩍 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EBS 측으로부터 TV 강의 하차를 요청받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여 하차의 부당성을 고발한 내용이 팟캐스트된 뒤, EBS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로 도올 선생이 강의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은 <나는 꼼수다>와 시민 언론의 힘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최근 <나는 꼼수다> 이외에도 다양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경제 쟁점들을 알기 쉽게 풀이해 주는 <나는 꼽사리다>, YTN 과 MBC 해직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뉴스타파>, 김삼순의 아버지 역을 맡았던 탤런트 맹봉학씨가 주축이 되어 만드는 <추정60분> 도 인기 팟캐스트의 하나입니다.
팟캐스트나 동영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기존의 인맥 관계를 강화시키거나 새로운 인맥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SNS : Social Network Service)인 인터넷 카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무한대로 공유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유자가 1200만명을 돌파했다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세상이 나날이 복잡해져 따라잡기 힘들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이왕이면 내가 지닌 기기의 기능을 나에게 맞게 최대로 활용하려는 도전적인 태도, 정보가 다양한 만큼 선별하여 수용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비록 나와 다른 의견일지언정 다양한 흐름에 눈과 귀를 열어 두는 능력이 긴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 글쓴이 : 품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