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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 장면은 시대에 밑에서 일하는 근로 여성들, 지금 한국의 하녀들을 보여주다 자살로 마지막 저항을 마친 하녀 한 명을
그린다.
그녀의 삶은 알 길 없이 연민과 궁금증, 불쾌감을 잠시 안겨주고 금새 잊힌다. 그녀가 아마도 겪었을 부조리함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가 남긴 핏자국을 잠깐 보다가 역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복수를 끝낸 은이도 그렇다.
아이 키우기 힘들어
은이와 친구가 병원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 '나라에서 뭐 보태주는 것은 있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관객은 대답을
알고 있다. 나라는 혼자 아이키우는 은이에게 유의미한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남의 집 식모로 있다 주인집 남자와 바람피워 미혼모가 된 은이를 향하는 시선은 차가울 것이다. 그녀들의 대화는 그대로 현재 한국 얘기다. 열심히 돈 모아서 생활비와 교육비 등
지출하고 나면 남는 게 없고 은이에겐 더욱 힘들다.
임신 한 해라와 훈의 관계 장면에서 서우도 얘기한다. 형님네가 아이를 둘 낳고
그만 낳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그건 보통 사람을 얘기 아니냐고. 그래, 보통 사람들은 아이 여럿 낳아 키우는 게 힘들다. 훈과
같이 잘 살아야 키울만하다.
아이를 둘이나 가진 해라 일당이 은이의 아이 마저도 지워버리는 게 상징적으로 인식된다.
달라진 욕망
원작에서의 주인집 남자는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녀의 유혹을 거부하려하고 관계 이후에도 후회한다. 하지만 신작의
훈은 아무런 가치 갈등이 없다. 원작과 달리 하녀를 먼저 유혹했으며 관계 후에도 죄책감이나 걱정없이 태연하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감정 부재의 단순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큰 액수를 제시함으로써 문제를 봉하곤 어떤 도덕적 갈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해라의 엄마를 다그칠때도 진정 자기 아이를 낙태시켰다는 분노보다는 문제 해결의 여부를 확인하고
그러한 이유를 들어 권력에서의 우위를 점하려고 상황을 이용한다. 과거보다도 돈은 도덕과 윤리를 많이 먹어들어간 세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해라와 그녀의 엄마가 하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달라진 욕망이 드러난다. 과거엔 가정 해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 여기선 권력을
빼앗길 지 모르는 두려움이다.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훈의 행동에 침묵하다 훗날 돈에서 기인하는 권력이 자기에게 모이고 훈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듯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 될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길 '장애물' 하나를 치운 것이다. 곤란함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도덕적 가책은 없다.
원작의 하녀는 임신 후 주인집 남자를 끊임없이 여보라고 부르며 어떤 댓가를 받아도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을 상기시키며 계급 상승의
욕망을 드러냈다. 반면 은이는 나미 아빠라고 부르며 다른 집 남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돈도 필요없고 해코지도 하지 않을테니 아기를 데리고
떠나게만 해달라고 말한다. 은이는 계급 상승보다 순수한 친절을 받길 원한다. 은이가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이놈의
불친절한 세상'에서 순수한 친절을 원하는 것을 상징한다. 훈의 가족과 지향하는 가치가 완전히 다르므로 백치로 보여지기도 하고 곤란함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병식같이 산다
관객 대다수는 순수하게 이 짓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생계를 위한 이 일이 아더매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돈 몇푼을 위해 참고 사는 병식이기 쉬울 것이다. 끝까지 인간적인 가치를 놓진 못하지만 상류층이 먹다 남긴 음식 부스러기라도 먹길 바라고 중간에서 기회를 틈타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려고 스스로 아더매치하게 사는 것이다. 병식이 영화 후반에 은이에게 인간적 연민을 드러내는 것은 은이가 겪은 일이 임계선을 넘게하는 큰 일이기도하지만, 그녀의 아들이 검사에 임용됐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석한다. 어느 정도 상류층에 끼었다는 판단이 있으므로 그 짓을 그런식으로 그만두어도 되는 것이다. 극적인 상승을 하지 못하면 서두의 여자처럼 추락해버리든가 그럭저럭 하녀로 지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기대만큼 훌륭한 영화
신작 하녀를 기대한 것은 원작을 좋아했고 배우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 얘기가 다뤄질 거라는 걸 알아서이다. 원작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혹은 짐짓 아는 체 하려 많은 우려를 하던것에 비해 난 참 많이 기대했다. 앞서서도 썼지만 영화가 첫 머리에 그대로 찍어도 좋았을 하녀로 살고 있고 심지어 은이와 전공마저 비슷하여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었다.
연기자들의 연기는 참 좋았다. 각 캐릭터가 돋보여 즐거웠다. 보기에 흐뭇한 훈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야기를 이어주는 병식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화녀에서 주인공 식모이자 피해자로 등장했던 윤여정씨가 2010년엔 훈네와 은 사이에서 잇속을 챙기는 늙은 하녀로 변모한 것이 재밌다. 젊은 하녀가 계급 상승을 못하고 음흉한 늙은 하녀가 된 것 같아 흥미롭다.
첫댓글 영화 첫장면은 은이가 어떤 배경속에서 살고 있는 인물인지 주변배경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그리고 보여주는 과정에서 어느 한 여성이 자살하려고 난간에 매달려서 결국 죽음의 길로 가는 것 까지..사람들은 단순히 걱정보다는 그녀의 죽음을 단순히 휴지조각을 버리듯이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는 것같아요~사회에서는 특별하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점에서 서로 도와 주면서 사는 의지가 없는 심각하고 꽉 막힌 사회~문제점을 잠깐 제시하면서 은이가 이 사회속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탈출 구명계기를 만들어 주고 대저택의 하녀로 은이의 제2 인생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은이가 그 사건현장에 갔을때 은이에게 뭔가가 일어 날것이라는 암시도 함께 가는 것같아요~ gogigui님~~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