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낙엽 위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천제(天祭)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첫댓글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깊은 깨달음이 담긴 시, 10월의 제단
반복하여 감상합니다~~
10월 행복 가득한 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이 가을이 아름답기를
삶이 단풍처럼 곱기를 손 모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