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년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통해 6대 왕인 12살의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합니다. 그가 바로 7대 왕인 세조입니다. 이에 단종을 복위시키고자 세조 2년에 집현전 학사 출신들인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과 무인 유응부가 명나라 사신 환영회에서 거사를 도모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합니다. 배신자 김질의 밀고로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세조는 성삼문 등 여섯 충신을 벌겋게 달군 인두로 담금질하며 이렇게 국문을 합니다.
“너희들이 감히 왕명을 거역하고 반란을 모의하다니!성삼문 등 역적들은 듣거라! 내 너희들에게 녹을 내렸거늘 국록을 먹는 신하가 어찌 감히 임금을 배신하는 것이냐?“ 하고 노발대발하자 “나리, 상왕이 계시거늘 나리께서 어찌 저를 신하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나리가 내린 녹은 한 톨도 먹지 않고 광에 쌓아두었으니 믿지 못하겠으면 가산을 몰수하여 헤아려 보십시오.” 성삼문은 끝까지 세조를 ‘나리’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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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이 비등하는 여론에 못 견뎌 중도하차 하자 문대통령은 5선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사건, 유재수 사건, 울산시장 하명 부정선거 등을 법률에 의하여 처리하려 하자 문대통령이 강골인 추미애 의원을 법무장관에 임명하여 위기를 수습하려고 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추미애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대검 검사 급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조국가족비리와 유재수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차장검사로, 청와대 울산시장선거개입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으로 이동시키는 등 대검검사 급 검사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한편 문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검장의 꽃이라 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었습니다. 결국 이번 인사로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던 윤 총장의 수족이 사실상 잘려나가면서 3대 의혹사건이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가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1월 검사장급 인사에서 윤총장과 충돌하자 그 유명한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는 고압적인 말을 하여 지금이 이조시대냐며 “명을 거역한 것”이라는 표현은 왕조시대나 쓰던 유물이라고 비난까지 받았습니다. 지금이 왕조시대인지 세조가 사육신을 호통 치며 국문하던 장면과 오버랩 되어 입맛이 씁쓸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운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엄히 수사하여 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 되었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능력과 성과를 인정한 문재인대통령은 윤석열 서울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우리 윤 총장님, 좌고우면하지 말고 살아 있는 권력도 강력히 수사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하라”는 격려까지 하였습니다.
추 법무장관은 이러한 검찰총장을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민주당 초선 간담회에서는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잘라먹었다”며 “장관의 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면서 책상을 쿵쿵 치며 한편으로는 애들 다루듯 실실 웃는 모습으로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 본 장관이 없다“는 등 모욕성 발언을 거침없이 해 댔습니다. 정의당 선임대변인조차 "초선의원들 앞에 두고 '장관 자리 노리고 장관을 두드리는 행태는 하면 안된다'는 발언은 요즘말로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발언이 아닌가"라고 되물었습니다. 또한 MBC등이 검,언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을 연수원으로 발령내고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라는 지시를 내려 법조계에서 위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추장관이 자기정치를 위해 장관의 품격을 버렸다”고 인성의 문제로까지 비난하며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말을 너무 쉽게 뱉는다”고 질책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런 법무장관은 처음 본다."며 "지휘랍시고", '잘라먹었다'는 천박한 표현은 북한에서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입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추 장관은 윤총장의 무덤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정권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민을 모독하는 법무장관을 즉각 해임하라”는 등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법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임기가 보장되는 임명직 고위공무원에는 감사원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이 있습니다. 모두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직책으로 이들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은 특정 정파나 정권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것입니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political neutrality)을 긍정적으로 볼 때는 공무원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인사관리 등에 있어서 정치로부터 간여를 받지 않게 함으로써, 행정의 안정성, 계속성, 공평성을 기하게 해주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장관의 장단에 맞춰 여권에서 윤 총장에게 쏟아내는 막말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설훈 의원은 “나 같으면 그만두겠다”는 말로 윤총장의 의중을 찔러보자 곧이어 여러 여당의원들이 윤 총장에게 “이렇게 망가진 검찰총장이 있었나? ”너절해진 총장“ ”윤 총장이 장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은 행정체계를 거스르는 것“ 등등 수많은 공격성 발언의 수위를 멈추지지 않고 있습니다. 윤 총장이 무슨 큰 죄라도 진 듯이 자진 사퇴를 종용하는 월권적 행위들입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조리돌림이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어제가 6.25전쟁이라서 그런가”라며 “검찰총장에 대한 집단 이지메가 6.25 때 인민재판 보는 듯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간의 대립을 없애는 길은 간단합니다. 대통령이 윤총장을 해임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총장을 임명하면 됩니다. 그 전까지는 어떤 압박이 있어도 윤 총장이 그 직에서 물러나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끝까지 부정부패 행위를 적발하여 처벌하는 본연의 임무에 한 치의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 점은 명심해야 합니다. 잘하면 ‘내 편’, 못하면 ‘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는 정치적 이분법은 언젠가 되울림으로 돌아 올 것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2020.6.26.) 지산
첫댓글 잘하면 ‘내 편’, 못하면 ‘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는 정치적 이분법은 언젠가 되울림으로 돌아 올 것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네~ 울시인님 최고야~!!! ㅎ
항상 건필하시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