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민님과 KTKIM님께서 키에보 베로나의 예를 소개해 주셔서 잉글랜드의 예를 더 찾아 보았습니다.
잉글랜드 풋볼 리그의 디비전 4는 1958년에 새로 생겼습니다. 1921년부터 디비전 3(사우쓰), 디비전 3(노쓰)로 나누어져 있던 것을 디비전 3(사우쓰)의 상위 12팀과 디비전 3(노쓰)의 상위 12팀을 합쳐 디비전 3로, 두 리그의 하위 12팀을 합쳐 디비전 4로 개편한 것입니다.
그래서, 1958년 이후에나 디비전 4에서 디비전 1로의 승격이나 디비전 1에서 디비전 4로의 강등 예가 나타납니다.
중간에 일시적인 강등 없이 디비전 4에서 디비전 1로의 승격을 처음 맛본 팀은 노쓰햄턴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디비전 1로의 승격 직후 곧바로 디비전 4로 강등되었다는 점이고, 더 놀라운 사실은 디비즌 4에서 디비전 1, 디비즌 1에서 디비전 4로의 롤러코스터가 불과 9년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노쓰햄턴은 1960-61년 시즌에 디비전 4에서 3위를 차지하여 디비전 3으로 승격하였고, 2년 후인 1962-63년 시즌에는 디비전 3에서 우승하여 디비전 2로 승격하였습니다. 그리고, 1964-65년 시즌에 디비전 2에서 2위의 성적을 올려 팀 역사상 처음으로 디비전 1에 승격하게 됩니다.
그러나, 노쓰햄턴의 영광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숨가쁘게 올라왔던 길을 다시 거꾸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1965-66년 시즌에 디비전 1에서 21위를 기록하여 디비전 2로 강등되었고, 다음 시즌인 1966-67년 시즌에도 디비전 2에서 21위를 차지하여 강등되었습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가 1968-69년 시즌에 디비전 3에서 또 21위를 기록하여 마침내 종착역인 디비전 4에 도착하였습니다.
디비전 4에서 디비전 1로 계속하여 승격한 두번째 팀은 코벤트리 시티입니다. 1958-59년 시즌에 디비전 4에서 2위를 차지하여 디비전 3로의 승격이 이루어졌고, 1963-64년 시즌에는 디비전 3의 챔피언이 되어 디비전 2로 승격하였으며, 3년 후인 1966-67년 시즌에는 디비즌 2에서도 우승하여, 노쓰햄턴과 마찬가지로 팀 역사상 처음으로 최상위 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디비전 1에서 단 1년밖에 머무르지 못했던 노쓰햄턴과는 달리 코벤트리 시티는 프리미어 리그가 탄생할 때까지 25년 연속 디비전 1에서 강등되지 않았습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창설 멤버가 되어 9년을 최상위 레벨에 더 머무르다가 2001년이 되어서야 강등되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9년을 포함하여 34년 연속 최상위 레벨에서 활약한 것입니다.
크리스탈 팰리스가 세번째 팀입니다. 1960-61년 시즌에 디비전 3으로 승격하고, 1968-69년 시즌에 팀 역사상 처음으로 디비전 1로 승격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디비전 4에서 디비즌 1로의 수직 상승을 경험한 팀은 루턴 타운과 칼라일 유나이티드입니다. 두 팀은 1973-74년 시즌에 디비즌 2에서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하여 디비전 1로 승격하였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디비전 2로 강등된 바로 그 해입니다.
칼라일 유나이티드는 다음 시즌에 디비전 1에서 바로 강등되었습니다. 칼라일 역시 처음으로 디비전 1에 도달하였으나 노쓰햄턴과 마찬가지로 머문 기간은 단 1년이었습니다.
루턴 타운도 흥미로운 예입니다. 위에 언급한 팀들과는 달리 최상위 레벨의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루턴 타운은 1959-60년 시즌에 디비즌 1에서 22위를 차지하여 디비전 2로 강등되었고, 1964-65년 시즌이 끝난 후 디비전 4로까지 수직 낙하하였습니다. 바로 그 루턴 타운이 1967-68년 시즌부터 수직 상승하여 1974년에 재차 디비전 1 고지에 오른 것입니다.
루턴 타운이 디비전 1에서 디비전 4로, 디비전 4에서 디비전 1까지 롤러코스터 운동을 하는데 걸린 기간은 15년이었습니다. 노쓰햄프턴은 상승 후 하락 운동이었는데 반해 루턴 타운은 하락 후 상승 운동이었습니다.
루턴 타운은 비운의 팀입니다. 1987-88년 시즌에는 아스널을 3대 2로 물리치고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는 최절정의 순간을 맞기도 하였으나,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구단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아서 챔피언십으로부터 5부 리그인 컨퍼런스 프리미어로까지 강등되었습니다.
루턴 타운 이후에도 울버햄튼, 그리고 가장 최근의 스완지 시티에 이르기까지 많은 팀들이 디비전 4에서 중간 강등 없이 디비전 1로 승격하였습니다. 울버햄턴은 루턴 타운과 함께 디비전 1에서 디비전 4로 수직 강등된 후 디비전 4에서 디비전 1(당시는 프리미어 리그)로 수직 승격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이한 팀입니다.
이 밖에 디비전 1에서 디비전 4로 계속 강등된 팀들도 있는데 아래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중간 강등 없이 디비전 4에서 디비전 1로 계속 승격한 팀
*디비전 4에서의 마지막 시즌, 디비전 1 승격이 결정된 시즌, 소요 기간 순
*1992년 이후 디비전 1은 프리미어 리그에 해당함
노쓰햄턴 1960-61년, 1964-65년, 4년
코벤트리 시티 1958-59년, 1966-67년, 8년
크리스탈 팰리스 1960-61년, 1968-69년, 8년
칼라일 유나이티드 1963-64년, 1973-74년, 10년
루턴 타운 1967-68년, 1973-74년, 6년
노츠 카운티 1970-71년, 1980-81년, 10년
왓포드 1977-78년, 1981-82년, 4년
올드햄 어슬레틱 1970-71년, 1990-91년, 20년
볼턴 1987-88년, 1994-95년, 7년
반슬리 1978-79년, 1996-97년, 18년
울버햄턴 1987-88년, 2002-03년, 15년
스완지 시티 2004-05년, 2010-11년, 6년
◈중간 승격 없이 디비전 1에서 디비전 4로 계속 강등된 팀
*디비전 1에서의 마지막 시즌, 디비전 4 강등이 결정된 시즌, 소요 기간 순
브렌드포드 1946-47년, 1961-62년, 15년
루턴 타운 1959-60년, 1964-65년, 5년
노쓰햄턴 1965-66년, 1968-69년, 3년
브리스톨 시티 1979-80년, 1981-82년, 2년
울버햄턴 1983-84년, 1985-86년, 2년
시즌 연속으로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는 이상한 팀들도 있습니다.
이 부문 세계 기록은 키프로스의 아리스 오브 레메소스라는 팀이 가지고 있는데, 이 팀은 1996-97년 시즌(강등)부터 2005-06년 시즌까지 10년 연속 승격과 강등을 반복했습니다.
◈연속 시즌 승격, 강등 반복 기록
1. 아리스 오브 레메소스(키프로스) 10시즌: 1997년(강등)~2006년(승격)
2. SK 브란 오브 베르겐(노르웨이) 8시즌: 1979년(강등)~1986(승격)
3.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스페인) 7시즌: 1962년(승격)~1968년(승격)
3. 홍콩 FC(홍콩) 7시즌: 1973년(승격)~1979년(승격)
3. 드로게다 유나이티드(아일랜드) 7시즌: 1994년(강등)~2000년(강등)
마지막으로 최상위 레벨 승격과 관련된 팀은 아니지만, 하부 리그에서 승격을 거듭하고 있는 AFC 윔블던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7~8년전 사월에 AFC 윔블던에 대한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AFC 윔블던은, 윔블던 FC가 1999년 노르웨이 자본에 의해 인수된 후 연고 이전을 준비함에 따라, 2002년에 서포터스들이 만든 팀입니다. 윔블던 FC는 2003년 잉글랜드 축구사에 유례가 없던 밀턴 케인즈(윔블던에서 70 마일이나 떨어진)로의 이전을 강행하고, 2004년에는 팀명도 밀턴 케인즈 돈스로 바꾸게 됩니다.
이러한 사태는 재정 악화에 시달리던 구단 측과 밀턴 케인즈에 축구 클럽을 운영하고자 했던 음악 사업가 피트 윈클만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윔블던 FC는 1999-00년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 18위에 그쳐 14년만의 강등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프리미어 리그 시절부터 런던 라이벌 클럽들보다 관중이 적었던 윔블던 FC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윔블던 FC는 입장 수입 제고를 위해 더블린과 카디프를 이전 대상지로 고려하였으나 여의치 않았고, 윈클만의 경우도 루턴 타운, 바네트 FC, QPR 등의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던 터라 양자의 이해가 일치할 수 있었습니다.
AFC 윔블던은 이런 과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첫 출발은 9부 리그였습니다. AFC 윔블던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78경기 연속 무패의 잉글랜드 기록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 끝에 다섯번의 승격을 하여 리그 2에 진입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9부 리그에서 4부 리그로까지 승격한 것은 지금은 없어진 루시덴 앤드 다이아몬즈에 이은 사상 두번째라고 합니다.
AFC 윔블던은 첫 시즌인 2003-04년 시즌에 42승 4무의 무패 기록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여 8부 리그로 승격하였고, 2004-05년 시즌에는 29승 10무 3패를 기록하여 7부 리그에 승격하였습니다. 이어 2007-08년 시즌 후에는 6부 리그로 승격하였고, 2008-09년 시즌에는 우승을 차지하여 5부 리그인 컨퍼런스 프리미어로 승격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마침내 2010-11년 시즌에는 컨퍼런스 프리미어에서 2위를 차지하여 리그 2로 승격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2에서 현재 순위 7위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윔블던에서 뛰쳐 나갔던 밀턴 케인즈 돈스는 현재 리그 1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AFC 윔블던은 21세기에 만들어진 클럽 중에서 풋볼 리그(챔피언십, 리그 1, 리그 2)에 진입한 최초의 팀입니다. AFC 윔블던이 프리미어 리그로 복귀하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