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로 승격하면 잭팟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그러면, 챔피언십 팀이 EPL로 승격하면 과연 얼마 정도의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될까요?
가장 큰 이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중계권료 배분입니다. 잉글랜드의 중계권료 배분은 여타 빅리그들에 비해 매우 공정한 편입니다. 1위 팀 수령액이 꼴찌 팀의 1.6배 정도입니다. 바로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독식하다시피하는 라리가는 이 비율이 14대 1에 달하며, 세리에 A 10대 1, 분데스리가 2대 1임을 감안하면, 매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은 전체 중계권료에서 리그 운영비, 하부 리그 지원금(강등팀에게 주어지는 낙하산 보상금 포함), 각종 축구 관련 단체 지원금, 유스 지원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에게 배분합니다. 대략 전체 금액의 80% 정도입니다.
이 중 영국 국내 중계권료에 대해서는 50%는 균등 배분, 25%는 TV 중계 횟수에 따른 배분(facility fees), 25%는 성적에 따른 배분(merit payment)을 하게 됩니다. 해외 중계권료는 20개팀에 균등 배분합니다. 성적에 따른 배분은 꼴찌팀 1, 19위팀 2, 2위팀 19, 우승팀 20 등의 비율입니다.
2012-13년 시즌에는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6081만 파운드(한화 1049억원)를 받았으며, 최하위 QPR이 3975만 파운드(686억원)를 배분 받았습니다.
2013-14년 시즌에는 중계권료가 급등하였기 때문에 팀당 배분 금액도 크게 높아질 전망입니다.
스포팅 인텔리전스의 추산에 따르면, 올 시즌 1위 팀은 1억280만 파운드(1773억원), 꼴찌 팀은 6370만 파운드(1099억원)를 받게 됩니다. 꼴찌를 하더라도 지난 시즌 1위팀인 맨유가 받았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입니다. 20위에서 순위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128만 파운드(22억원)가 추가됩니다. 챔피언십에서 받는 중계권료는 200만 파운드(34억5천만원)에 불과합니다.
맨유 같은 거대 클럽은 TV 중계권료 비중이 20% 정도지만, 2012년 강등된 블랙번은 TV 중계권료 수입이 전체의 73%에 달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낙하산 보상금(parachute payment) 5900만 파운드(1018억원)를 확보합니다. 낙하산 보상금은 향후 챔피언십으로 강등될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으로,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 중계권료로 받은 돈 중에서 지급하는 일종의 보험금입니다. 강등으로 말미암은 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강등 첫해에 2300만 파운드, 두번째 해에 1800만 파운드, 세번째 해에 900만 파운드, 네번째 해에 900만 파운드 등 4년에 걸쳐 총 5900만 파운드를 지급합니다.
낙하산 보상금은 지난 시즌까지는 4년간 총 4800만 파운드가 지급되었으나, TV 중계권료의 증가로 2013-14년 시즌부터는 낙하산 보상금 규모도 인상됩니다.
영국 언론들이 올해 승격 팀인 카디프 시티, 헐 시티, 크리스탈 팰리스가 '1억2천만 파운드의 잭팟'을 터뜨렸다고 보도한 것은 중계권료와 낙하산 보상금을 합한 금액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년 승격팀들이 중계권료 3975만 파운드와 낙하산 보상금 4800만 파운드 등 이 두 부문에서만 총 8775만 파운드를 확보한 반면, 올해 승격팀들은 1억 2270만 파운드를 확보했습니다. 작년보다 3495만 파운드(603억원) 더 받게 되는 것입니다.
중계권료와 낙하산 보상금 외에도 승격에 따른 상품 매출 증가 및 스폰서 계약, 입장료 상승에 따라 얻는 추가 수입이 1500만-2300만 파운드로 추정됩니다.
마지막으로 프리미어 리그는 모바일 및 지연 중계료, 나이키 공인구 채택료(연간 600만 파운드), 바클레이 스폰서십(3년간 8250만 파운드), EA Sports, Topps tradind cards, Lucozade 등과의 계약(연간 300만 파운드) 등을 통해 얻는 연간 5000만 파운드의 수입을 프리미어 리그 클럽에 배분하는데, 클럽당 250만 파운드 정도를 받게 됩니다.
이밖에 유로파 리그나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호성적을 올리면 성적에 따른 수당 및 중계권료 배분 등으로 수입은 더욱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선수 이적료나 연봉 등에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지만, 팀 수입의 엄청난 증가는 커다란 매력일 수밖에 없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승격에 따른 기대 수입
-TV 중계권료 6370만 파운드(20위에서 순위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128만 파운드씩 추가)
-낙하산 보상금 4년간 5900만 파운드
-상품 매출, 스폰서십, 입장료 등에서 얻는 추가 수입 1500만-2300만 파운드
-바클레이 스폰서십 등에서 얻는 수입 배분금 250만 파운드
-총 1억4020만 파운드(2418억원)-1억4820만 파운드(2556억원)
올해 승격한 카디프 시티의 경우 2012-13년 시즌에 거둔 총매출이 2000만 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그보다 적은 1500만 파운드였습니다. 카디프 시티는 올해 꼴찌를 하여 다시 강등되더라도, 작년 매출의 7배가 넘는 1억4820만 파운드를 이미 확보한 셈입니다.
프리미어 리그로의 승격은 팀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중소 도시를 연고지로 가지고 있는 최근 승격 팀들은 대체로 3000만 파운드에서 5000만 파운드 정도의 경제적 부양 효과를 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카디프 시티에 대해서는 상당히 편차가 큰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3000명 내지 5000명의 고용 효과 등 1억2천만 파운드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같은 웨일즈 클럽인 스완지 시티가 2011년 승격 당시 400명의 고용 효과 등 지역 사회에 5800만 파운드의 경제적 가치가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600-700명 정도의 고용 효과에 수천만 파운드 정도의 경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승격했던 여타 팀들보다 훨씬 큰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근거는 카디프가 웨일즈의 수도이고, 국제 공항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어, 관광 및 비즈니스 방문지로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잉글랜드에서는 승격 팀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낙하산 보상금이 그 논란의 중심입니다. 강등된 팀에게 4년간 5900만 파운드나 되는 큰 돈을 지원하는 것이 경쟁의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낙하산 보상금을 받지 않는 다른 챔피언십 팀들은 연대 지원금(solidarity payment) 명목으로 연간 230만 파운드를 받을 뿐입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QPR 등 강등팀들은 1890만 파운드를 썼습니다. 나머지 21팀이 사용한 돈을 모두 합쳐도 1740만 파운드에 불과합니다. 선수를 내보내며 받은 이적료도 강등팀들이 전체의 60%를 차지합니다. 막대한 낙하산 보상금에 따르는 자금력의 차이로 인해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된 팀들이 다시 승격되는 빈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논란은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 큰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하나의 증거일 따름입니다. 승격에 따른 커다란 메리트가 동기를 유발시키고 리그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K리그 클래식에는 언제 이런 날이 올까요?
첫댓글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K리그의 수익 구조도 어서 안정되어야 할텐데...
정말 많은 정보 감사합니다. 얼른 K리그도 이런날이 와야할텐데요...
앞으로 우리 리그도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게, 옆나라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제일 많이 밀어주는 스포츠가 축구입니다. 당연히 중국 프로축구 리그의 중계권 및 부가 수입도 같이 증가하고 있죠. 그리고 자연스레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그 틈바귀에 끼려면 축구에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승강제 정착하고 야구가 고사하면 더욱 탄력을 받겠죠. 마무리는 경평 축구의 부활 정도? 통일은 좀 힘들 것 같으니.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리그도 이런날이 왔으면...
와 정말 엄청나네요.. 금액으로 보니까 국내리그가 얼마나 갈길이 먼지 새삼 실감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