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사 엄나무 구유(牙木槽)
(Manger made of Korean honey loc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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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에 위치한 석남사(石南寺)는 신라 진평왕 49년(627)에 도의국사(道義國師)가 창건한 역사 깊은 고찰로서 현재 청도의 운문사(雲門寺), 공주의 동학사(東鶴寺)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사찰이다.
석남사에는 23동의 건물이 있으며 1천명 스님의 밥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다는 엄나무구유를 비롯하여 부도와 석탑 등 중요한 문화재가 많이 남아있다.
구유는 큰 나무토막이나 돌의 한쪽을 파내어 만든 그릇으로, 절에서 공양을 지을 때 쌀을 씻어 담아두거나 밥을 퍼 담아놓는 통(그릇)을 말한다.
석남사 구유는 엄나무를 깎아 속을 파내어 만든 것으로 길이 630㎝, 폭 72㎝, 높이 62㎝의 대형이다. 이 그릇으로 1천명의 공양을 너끈히 준비했다고 한다.
현재 석남사 대웅전 뒤편에 보관되어 있으며, [肝越寺 柚 壬○(간월사 유 임○)]이라는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 원래 울주군 삼남면 등억리 간월사(肝月寺)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에 의하면 약 500년 전 간월사가 폐사로 인해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박흥국 위덕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당시 같은 절을 두고 다른 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므로 간월사가 폐사되자 석남사 스님들이 이 구유를 가져다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엄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키는 20m에 이른다고 한다. 가지에는 가시가 많으며 어린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껍질, 줄기, 뿌리 모두 몸에 이로운 나무라 알려져 있다. 엄나무는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가지에 커다란 가시들이 있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어 안방 문 위쪽에 가지를 걸어두어 귀신을 물리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엄나무는 다루기 쉽고 큰 널판을 얻을 수 있어 합판, 가구, 악기 등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고 있다.
<자료참조>
『동해고래는 반구대에 살고』(경상일보), 1999. 69~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