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5. 성탄축하 및 감사예배 설교
누가복음 2장 8~14절
영광이요 평화이신 예수님
■ ‘띠~띠~띠~띠~ 삐리리~’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어둠 속에 누가 떡하니 서있는 겁니다. 그때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까? 침착하게 ‘누구세요?’라고 물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누구야?’하고 소리를 빽 지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으악!’하고는 그냥 그 자리에서 졸도하시겠습니까?
강심장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는 침착하기가 어렵겠죠? 그러나 강심장도 놀란답니다. 베들레헴에서 양을 키우던 목자들은 강심장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들판에서 밤중에도 양떼를 지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들판의 밤중은 무섭습니다. 2천 년 전에는 전기는 없었고, 인적도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사납고 무서운 야생동물들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강심장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직업상 강심장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강심장의 사람들이 어느 날 밤중에 크게 놀라는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 때문이었을까요? 8~9절입니다.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
강심장을 가진 목자들을 무섭게 만든 것은 무엇입니까? 주의 사자가 그들 곁에 섰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의 영광을 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감히 볼 수 없는 것으로, 보게 될 경우에는 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그러니 이를 본 목자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겠습니까?
그러나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천사가 준 메시지는 다행스러운 메시지였습니다. 10절에 있는 대로 “무서워하지 말라!”였습니다.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렇다면 왜 무서워하지 말라고 한 것일까요? 10~12절입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목자들에게 주의 영광이 나타난 것은 목자들을 겁박하려고 나타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신 것이었습니다. 구주(救主)/구세주(救世主)가 탄생하셨다는 소식을 전하러 오셨던 것입니다. 구주/구세주가 무슨 뜻입니까? ‘세상을 구원하시는 주님’입니다. 11절의 “그리스도 주”라는 말은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주님’이라는 뜻입니다. 천사는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친히 사람으로 세상에 오셨다는 사실을 전한 것입니다.
사실은 이 사실이 놀라운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을 보고 놀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구세주로 이 세상에 오셨다는 이 사실에 놀라야 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에 대해 놀라야합니다. 왜냐하면 신이 사람이 되는 경우는 우리의 하나님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에 놀라지 않는 것도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신이 사람이 되셨다니, 신에게 뭔가 결함이 있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신에게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치명적인 결함 때문에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문제를 가진 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신이 사람이 되셔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성인(成人)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아기로 오셨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다 자란 어른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시작부터 시작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람이 겪는 일체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으심으로 인해 하나님의 입장이 아닌 우리를 입장에서 인생을 이해하시겠다는 것으로, 하나님의 속 깊은 사랑입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이 놀라운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야 함을 모델로 보여준 사건이 본문에 있습니다. 13~14절입니다.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와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나를 위해 사람이 되 주신, 그리고 구세주가 되 주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천군과 천사들처럼 찬송을 드려야 합니다. 참으로 찬송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구세주께 영광과 감사를 올려드리는 예배 행위입니다. 이 예배 행위를 통해 임하는 은혜로 내가 위로와 평안을 얻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다시 강조해서 설명 드려야겠습니다. 우리는 자주 찬송을 통해 위로를 받고자 합니다. 어떤 곡들은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찬양의 주(主)는 하나님께 영광이고, 객(客)은 평안과 위로입니다. 그런데 객인 평안과 위로를 주로 놓고 노래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 자신이 주인 노릇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이것은 신앙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신앙을 빙자한 심리치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설명 드린 대로, 찬양 중에 은혜를 허락하실 것입니다. 이때 평안과 위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입니다. 그러나 평안과 위로를 얻기 위해 드리는 찬양은 조심해야 할 신앙적 태도입니다. 목자들 앞에서 보여준 천군과 천사들의 노래가 찬양입니다. 자신들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우리는 천군과 천사들의 찬양에서 매우 귀중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신지에 대한 것입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영광’이고, 또 하나는 ‘평화’입니다.
‘영광’(δόξα, 독사)이라는 것은,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이요, 하나님의 일’이심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 이해입니다. 더 이상 그 어떤 사건도, 행위도, 일도 인간의 결과라고 보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사건, 행위, 일의 결과는 하나님의 것이요,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내 삶의 모든 사건, 행위, 일의 결과도 하나님이 하신 일입니다. 그렇기에 천군과 천사들이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은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노래한 것입니다.
‘평화’(εἰρήνη, 에이레네)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마음의 평정과 위로로 이해됩니다만, 성서의 평화는 이와는 결이 다릅니다. 구약성서의 ‘샬롬’ 신학의 전통을 이어 받은 것이 신약성서의 ‘에이레네’입니다. 샬롬은 부정의(不正義)가 제거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샬롬은 정의가 실현된 상태를 말합니다. 하나님이 지시하신 계명을 따라 바르고 참된 것을 실현해 낸 상태가 샬롬이고, 이를 누리는 것이 평화입니다.
바로 이러한 평화를 주시려고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오셔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리고 사람과 자연사이의 불화(不和)와 불편(不便)과 불안(不安)을 해결하시기 위해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평화는 인간관계나 삶에 터진 데를 꿰매는 미봉(책)이 아닙니다. 또한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덧대어 보태는 점철(點綴)도 아닙니다. 평화는 온전한 관계의 회복과 통전적 관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이는 완전함과 온전함의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꿈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보고 싶으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를 우리가 누리는 것을 보고 싶으신 것입니다.
■ 그런데 이 일에는 우리의 수고도 필요합니다. 부정의(불의)를 정의로 바꾸어내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불편과 불안을 조장함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려는 것들에 대해 단호한 제거 작업을 해야 합니다. 불화로 이득을 보려는 일체의 것에 대해 화해로 응수해야 합니다. 물론 이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조차도 쉽지 않으셨으니, 당연히 우리는 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해를 통한 평화, 정의를 실현한 평화가 하나님의 뜻이요, 하나님의 일이라면, 당당히 해내야 합니다. 아니 당당히 해낼 수 있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성탄절은 ‘샬롬’이요 ‘에이레네’인 ‘평화’를 만들기 위한 수고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결심을 하는 축제의 날이길 소망합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세상에 평화를 선물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축제의 날이길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평화를 만드는 일을 즐기는 비전교우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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