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타다
김금미
2019년 9월. 당시 타던 차는 안전하고 승차감은 좋았지만, 너무 커서 주차하기 어려웠고 차체가 큰 만큼 주유비가 부담되었다. 매일 출퇴근 왕복 70키로 운전을 하는데 좀 더 실용적인 차가 필요했다.
차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유지비가 적고, 크기가 작아서 주차가 편하며, 총알같이 잘나가면서도 안전한, 그런 차를 찾았다. 주위에서 일본 산 렉서스를 권했다. 시승을 해보니 하이브리드여서 유지비도 적게 들고 외관이 약간 올드해보이긴 해도 안전하고 승차감도 좋았다.
2019년 가을, 렉서스를 거의 계약하려고 결심하던 순간, 반일 감정 분위기가 전국을 흔들었다. 잘나가던 일본계 의류회사 앞에 불매운동 현수막이 걸렸고, 일본차를 타는 사람들이 주위 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소리가 들렸다. 새 차로 하필 일본 차를 사야하는가 망설여졌다.
바로 그때 나는 우연히 미국의 전기차 테슬라 모델 3가 한국에 상륙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차를 사진으로 보눈 순간 모던한 디자인이 나의 호기심을 당겼다.
처음 테슬라를 만나 시승한 날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테슬라의 시승은 바로 계약을 의미한다는 농담이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와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였다. 전기차이므로 ‘시동’이 없다. 차 문을 열면 바로 노트북 크기의 차의 모니터가 켜진다. 차는 켜졌으나 엔진이 없으므로 그 어떤 덜덜거리는 거슬림도 없이 극강으로 조용하다. 모든 차 내부의 작동은 모니터의 메뉴를 터치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므로 그 어떤 작동 키도 없다. 차에 앉아있으면 내가 미래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라이빙의 느낌은 날렵하고 산뜻하며 스마트했다. 고속화도로에 들어서서 오토파일럿을 구동하니 차선의 중앙으로 나보다 더 정확하게 운전해주었다. 후진할 때조차 너무 조용하여 오히려 주위 사람이 인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우주선 소리와 닮은 소리를 내어 후진함을 알린다.
시승한 날 밤,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바로 테슬라 모델 3를 장바구니에 넣고 구입하였다. 아직 전기차는 시기 상조라는 주위의 걱정이 많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을것이라 믿었고 그 때부터 설레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어떤 사람은 테슬라 모델 3를 3년 전에 계약하고 기다렸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계약 3개월 후 2020년이 채 오기 전에 차를 받을 수 있었다. 전기차는 운전 방식이 내연기관 차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나는 차를 기다리는 3개월 동안 테슬라 사용 설명서와 동영상을 섭렵하며 전기차 사용법을 열심히 공부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로 이렇게 뭔가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한적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기능이 모니터안에 있고 차 안에 다른 버튼이 없으니 차 운전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공부를 하는 기분이었다.
나의 지인들은 내게 전기차를 사면 어떻겠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때 나는 이렇게 답한다. 전기차를 타는 것이 어울릴만한 사람은, 첫째, 집이나 직장에 전기차 완속 충전소가 있는 경우, 둘째, 전기차는 단거리 보다는 장거리에 어울리는 차이기 때문에 출퇴근 왕복 50 키로 이상 매일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경우. 셋째. 전기차의 매력은 자율주행이므로 출퇴근 주행구간에 고속도로나 올림픽 도로 등 신호등 없는 고속화도로가 주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 넷째, 수시로 전달되는 프로그램으로 차를 업데이트 하기 때문에 평소 컴퓨터에 능한 사람 등 네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기차를 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테슬라 모델3를 타면서 아침에는 출근이 기다려지고 오후에는 퇴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한달 유지비는 내연기관차를 타던 시기보다 주유비 50만원에서 전기료 6만원으로 줄었다. 테슬라로 자율주행을 해보면 앞차 간격도 항상 일정하며, 앞차가 정지하면 부드럽게 정지했다가 다시 알아서 출발한다. 차선 변경하고 중간에 끼어들 때 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한다. 나 혼자 테슬라를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테슬라와 함께 운전한다는 느낌이었다.
테슬라 안에는 유머가 있다. 차박을 하려고 캠핑모드로 바꾸면 에어컨만 작동하면서 모니터에는 캠프 화이어 화면이 나온다. 전기 충전 도중에는 모니터로 게임이나 넷플릭스가 가능하다. 화성 탐사의 꿈을 가지고 있는 일론머스크는 자신의 꿈을 말해주듯, 모니터 안에 화성 표면을 보여주는 메뉴를 넣었다. 나는 이런 유머코드를 사랑한다.
어떤 이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다섯단계의 자율주행 중 고작 2단계 상태인 반자율주행만 가능한데 왜 완전자율주행으로 선전하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FSD(완전 자율주행, full self driving)프로그램을 추가 구입하는데 꽤 큰 비용을 기꺼이 들였다. 한번 FSD를 구입하면 테슬라가 완전주행을 하는 날까지 계속 프로그램을 보내주고 차의 자율주행기능을 업데이트 해준다. 물론 지금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좁은 곳에서 주차할 때는 버벅일 때도 있다. 테슬라 유저들은 버그를 감수하고 업데이트하면서 기다려준다. 나도 모르게 함께 자율주행을 완성해가는 동반자가 되어 있다.
전기차가 성장해서 차가 운전하는 출근 시간 동안 나는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잠을 자면서 병원에 도착하고, 좁은 골목길 구석까지 완전하게 전기차 스스로 운전해주며, 다른 지역에서 내 차가 필요할 때 편리하게 차를 호출할 수 있는, 그런 완전 자율주행의 날이 올 때까지 나의 전기차와 함께 발전하는 그 과정을 공유함이 나의 행복이다.
김금미
kmk6410@hanmail.net
이대의대 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현 일산서울내과의원 원장
2013년 <한국산문>으로 등단
저서 : 수필집 <그들과의 동행> 공저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