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사학으로서 은유
은유(metaphor)의 개념은 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은유는 언어의 본질적인 영역과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이 지닌 창조 능력 중 상당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은유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은유의 본질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지름길 중의 하나다.
은유는 유사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물이나 개념을 통해, 다른 사물이나 개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는 한 사물의 양상이 다른 하나의 사물로 ‘넘겨 가져가거나’ 옮겨져서 두 번째의 사물이 마치 첫 번째 사물처럼 서술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은유는 두 개의 사물 혹은 개념이 함께 존재하며, 그 둘 사이의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의미의 전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즉 표현하고 싶지만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사물 혹은 개념을, 이미 알고 있는 사물 또는 개념을 통해 표현하는 방법이다. 전자가 원관념이고 후자는 보조관념이다.
이때 두 관념 사이에 유사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차이점 또한 존재해야 한다. 유사성과 차이성의 폭에 의해 은유의 질이 결정된다. 둘 사이에 유사성 폭이 클수록 비유의 힘이 약하다. 반면 차이성의 폭이 크면 비유의 힘이 커서, 은유를 해석하는 독자들의 즐거움이 커진다. 그러나 이때 해석이 어려워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차이성의 폭을 통해 그 표현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기도 하지만, 난해하게 된다.
은유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여, 필립 휠라이트는 치환은유(epiphor)와 병치은유(diaphor)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은유를 설명했다. 치환은유는 은유 양상 중 유사성에 더 많이 기대는 수법이다. 예) 인생은 꿈이다.
이에 비해 병치은유는 두 요소사이에서 차이를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다. 유사성을 발견하기 힘든 두 관념을 함께 병치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시키는 수사법이다. 휠라이트는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정류장에서」라는 시를 통해 병치은유를 설명한다.
군중 속에 낀 이 얼굴들의 환영/ 비에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
이 구절들 속 두 관념 사이의 차이성의 크 폭을 통해 시인은 새로운 의미를 강조한다. 얼굴과 꽃잎을 동일시하는 은유구조를 갖고 있다. 이 둘을 병치함으로써 둘 사이의 커다란 차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병치구조 속에서는 어느 것이 원관념인지 보조관념인지 명확하지 않다.
병치은유에서 보듯이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일방적인 전이로만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보조관념이 단순히 원관념을 설명해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관념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창조적으로 만든다. 두 관념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원래에 없었던 새로운 관념들이 창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