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26회 송년회 사회를 보게 됐다. 12월 20일 저녁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행사다. 이번엔 집행부가 아니라 자문역으로 동원됐다. 평소 말주변이 없고 치밀하지 못한 사람이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부족한 구석이 많았다. 허나 그 부족한 부분을 동문들이 헤아려주고 안팎의 출연자들이 채워주니 낙제는 면한 것 같다.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집행부가 고생이 많았다. 특히 최찬묵 회장, 박찬수 총장, 김종정 재정총무의 수고가 눈에 띈다. 지난 8월 엘타워 행사장 예약을 하고, 한 달 전인 11월 하순부터 머리를 맞대고 준비사항을 체크했다. 최 회장의 주도면밀함, 박 총장의 추진력, 김 총무의 성실성, 세 박자가 잘 맞았다.
이번 송년회는 우정과 화합을 확인하고 즐거움을 주겠다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 강추위가 찾아왔지만 90여명이 왕림해주었다. 작년보다는 적었지만, 평소 송년회에 80여명 안팎이 참석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성황이라고 할 수 있다. 참석자 중에 눈에 띄는 동문들이 있었다. 투병 끝에 병마를 이겨내고 모처럼 함께 한 안우길 동문, 디바 마나님의 공연을 위해 목발을 집고 참석한 김명수 동문, 병석의 마나님 수발을 들다 춘천에서 달려온 허용범 동문, 하늘로 떠난 박상은 동문 가족을 위해 열일 한 권재영 동문 등등.
행사는 개회와 국민의례에 이어 회장인사, 경과보고, 회계보고 순으로 진행됐다. 동문들이 1년 동안 활동한 사진들을 모아 동영상으로 편집한 ‘우리들의 발자취’ 상영(별첨)도 있었다. 최 회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여러 행사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면서 “새해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동기들이 우리 곁을 하나둘 떠나는 슬픔도 떠올렸다. 김 총무는 회계보고에서 11월말 현재 26회 동창회 계좌의 잔액이 1억1천7백만원이며, 올해 특별, 경조, 가을소풍, 송년회에서 50만원 이상 고액기부 동문이 19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뷔페로 식사를 한 후 이길우 동문이 우정과 화합을 다지자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1부 행사에서 허용범, 이재웅, 여인수, 장용순(김명수 동문 부인)님의 공연이 있었다. 한달 전부터 준비한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허용범 동문의 ‘장녹수’ 색소폰 연주가 일품이었으며 장용순님은 감기에 목소리가 잠겼음에도 ‘그리운 금강산’을 프로 못지 않게 소화해냈다. 이재웅 동문의 한맺힌(?) 노래자랑도 무사히 끝났다. 2부 초청가수 공연에서 테너 이동환, 소프라노 이은희가 이경민의 피아노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 참석자들은 흥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특히 이동환의 개그맨 못지 않은 사회는 동문들의 집중도를 한껏 높였다. 박목월 작사 ‘이별의 노래’와 조용필의 ‘친구여’를 합창으로 부를 때는 잔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동문들은 여흥이 끝난 후 교가를 제창하고 동창회에서 마련한 선물을 들고 귀가길에 올랐다.
<첨언> 2부 공연에서 최찬묵 회장이 이글스의 ‘데스페라도’를 멋지게 소화해낸 부분을 뺐군요. 최 회장 노래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함께 했던 테너 가수도 칭찬을 하더군요. 최 회장은 이날 깜짝 발표를 위해 노래방에서 열심히 연습했다는 후문입니다. 데스페라도는 ‘무법자’ 또는 ‘무모하면서도 희망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만 이 노래에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1부 공연에서 여인수 전 회장의 ‘로망스’ 기타공연도 좋았어요. 1952년 상영된 프랑스 영화 ‘금지된 장난’의 주제가이기도 합니다. 기타 연주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곡을 택하는데 여 회장의 솜씨가 일품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알함브라의 궁전’을 부탁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전현 회장이 공히 음악에 프로시군요. ㅎㅎ
<사진> 배병수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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