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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라피크「설악아씨님」 스크랩 마칼루 B.C~바룬 밸리~아룬 밸리~메라피크(2012. 10.22~11.27) - 메라피크 지역
설악아씨 추천 2 조회 1,543 13.03.16 20:41 댓글 36
게시글 본문내용

콜라카르카에서 출발한지 7시간..

강 건너에 코테(타싱옹마)가 보인다.

 

코테(3500m)로 가기 위해 마을과 연결된 나무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 힌쿠 계곡을 따라 흘러 내려온 힌쿠 콜라흐른다.

 

우리는 마당이 넓은 라마 호텔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이곳 사우니는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살림 솜씨가 아주 좋으신 것 같다.

롯지의 식당과 내*외부 모두 아주 깨끗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심이 넉넉하신 분이다. 롯지 난로에 장작을 아낌없이 넣어 주신다.

여지껏 다녀본 롯지 중에 가장 따뜻한 롯지이다. 

또한 딸로 보이는 예쁜 처자가 만들어주는 스꾸띠(소고기에 고추, 마늘 소스를 넣어 만든 볶음 요리, 우리의 제육볶음과 비슷하다)와 똥바의 맛이 일품이다.

도착하여 짐을 풀고 메라 피크 등반 전 마지막으로 샤워를 한다.

나무 판자로 지은 샤워실 안으로 찬바람이 들어와서 물을 끼언고 나면 온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그리고 따뜻한 물의 양도 아주 적다보니 물을 아껴서 사용해야 하기에 샤워 한번 하는게 정말 큰 일이다.

샤워를 하고 롯지 마당에서 빨래를 한다. 그것을 본 사우니가 내가 하는 행동이나 내 얼굴 생김새가 세르파니 같다고 하신다.

 

 

메라 피크로 향하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루클라, 지리, 파플루에서 출발하면 아래 사진 속 산길을 통해 이 곳 코테에 도착하게 된다.

나는 메라피크 등반 후에 저 길을 통해 시부제~팡콩마~카리콜라~눈탈라~파플루로 하산할 것이다.

 

 

롯지 뒤편의 차레파티 히말, 앞으로는 마장 히말과 사누 히말로 둘러싸여 있는 코테는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그리고 힌쿠 계곡을 따라 불어 내려오는 찬바람 때문인지 많이 춥기도 하다.

저녁이 되어 식당에서 메라 피크를 등반하고 내려온 한 독일 남자를 만났는데, 그는 네팔의 수많은 피크를 등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등반 도중 살인적인 추위에 정상 도착을 한시간 앞둔 지점에서 포기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가 얼마나 춥길래..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트레킹 26일째..

텐트 밖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찌아가 든 주전자와 스테인레스 컵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로 키친보이 람이 내 텐트로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디디~모닝티~~"라고 나를 부른다.

람이 가져다주는 모닝티..그 무엇보다 참 따뜻하고 달콤한 것이다.

 

이제 메라 피크 등반을 위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곧 메라의 여신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오늘은 코테(3500m)를 출발해 곤디숭(Gondisung, 4180m)을 지나 탕낙(Tangnag, 4350m)까지 운행한다.

출발 전 코테의 마을 끝에 위치한 체크 포인트에 들러 퍼밋과 팀스 카드를 확인 받는다.

직원이 우리의 마칼루부터의 지난 여정에 대한 얘기를 듣더니 " 엄머머머머.."라고 말한다.

네팔 사람들은 깜짝 놀랐을 때 저렇게 말한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는지 정말이냐고 몇번이고 물어본다.

 

코테는 많이 추운 지역이라서 그런지 집집마다 저렇게 천연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코테에서 탕낙으로 가는 길..

1998년 9월 3일에 있었던 탕낙 위에 있던 사베이초(빙하 호수)에 지진에 의해 엄청난 크기의 빙산 하나가 떨어져 내리며 호수가 넘쳤고, 빙산의 일부는 떨어져 내리며 호수 앞 둑을 형성하고 있는 모레인과 충돌하였고, 그 무너진 곳으로 물이 흘러 넘쳤다고 한다

넘쳐난 물과 빙산 덩어리, 바위돌들은 빙하 둑을 형성하고 있는 모레인을 넘어, 탕낙을 비롯해 그 아래로 있는 모솜카르카와 타싱 옹마 마을을 덥쳤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마을의 대부분이 휩쓸려가 많은 사람들이 죽고, 전체 마을이 바위밭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 때의 재앙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탕낙으로 가는 길은 이끼를 둘러쓴 바위밭을 지나는 길이 되버렸다.

아침 8시가 지나서 출발을 했는데도 코테에는 아직 해가 들지 않는다.

장갑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와 손끝이 찌릿찌릿하다. 스틱을 잡은 손을 연신 조물락 거리며 바위밭 길을 걷는다..

 

 

코테에서 탕낙은 반나절 거리이다.

고소에 적응도 할겸, 히말도 느낄겸 쉬엄 쉬엄 걷다보니 눈 앞에 쿠숨캉구르(6367m, Kusum Khangkaru)가 보인다.

1년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갔을 때 팍딩으로 가는 길에 봤던 그 쿠숨캉구르의 뒷 모습이다.

 

 

 

출발한지 2시간..모솜카르카에 도착하여 티 하우스에서 니마와 차 한잔을 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에서 온 중년 남자분을 만났다.

그는 루클라에서 제트라 라를 넘어 왔는데 도중에 고산증으로 많이 아파서 롯지에서 여러날 쉬어야 했다고 한다.

해서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아 메라피크 등반은 포기하고 카레까지 갔다 하산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에게 나는 지금 40일 일정으로 트레킹 중이라고 했더니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가 니마와 나의 사진을 찍어주며 나의 메라 피크 등반을 응원해 준다.

 

 

차를 마시고 니마와 다시 길을 걷는다.

둘이서 오래 걷다보니 이제 서로 할말이 없다. 서로 침묵하며 조용히 바람을 느끼며 걷고 또 걷는다.

 

모솜카르카에서 완만한 바위밭 길을 지나 한 시간 정도 걸으니 곰파가 있는 곤디숭에 도착했다.

곰파 아래에서는 티하우스를 만들고 있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곰파 바로 앞에는 메라 피크에서 뻗어져나온 산이 보인다.

 

 

탕낙으로 가까이 갈수록 쿠숨캉구루가 더 자세히 보인다. 정상부 아래가 직벽이라 더 장엄하고 웅장해 보인다.

길 왼쪽으로는 쿠숨캉구르, 오른쪽으로는 메라 산군을 끼고 힌쿠 계곡을 따라 탕낙으로 가는 길..

그 거대한 자연 속에서 나는 하나의 점 조차 될 수 없는 아주 작은 인간이다..

 

 

내일 가게 될 탕낙에서 카레로 가는 길이다.

 

 

코테에서 출발한지 4시간 30분 만에 거대한 쿠숨캉구르에 둘러싸인 탕낙에 도착했다.

빙하 호수 범람으로 인해 마을이 다시 만들어져서 그런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탕낙에서 카레로 가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2시 방향으로 길을 잡고 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메라 라를 볼 수 있다.

이제 3일 후면 나는 저 메라 라 위를 걷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설렌다.

 

 

점심 식사를 하고 고소 적응도 할겸 카레 마을 뒤에 있는 언덕에 오른다.

니마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니마는 빨래를 하겠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동안 물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빨래를 했었는데 빨래를 할 때마다 니마 옷도 같이 빨아주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니마가 빨래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걸 본 쿡 다이가 고도가 낮은 곳에서는 내가 빨래를 하고,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니마가 빨래를 하냐고 놀리신다. 어쨌거나 니마가 어찌나 빨래를 열심히 하는지 티셔츠 몇장과 양말 몇 개를 빠는데 3시간은 걸린 것 같다.ㅋㅋ

탕낙은 해가 잘 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어제 잤던 코테보다는 밤에 춥지 않은 듯 하다.

 

 

다음날..오늘은 탕낙(Tangnag, 4350m)에서 카레(4900m, Khare)까지 간다.

탕낙을 벗어나자마자 왼쪽으로 쿠숨캉구르의 이스트 써밋에서 흘러내려온 빙하가 보인다.

 

 

카레로 갈수록 메라 라가 더 잘 보인다.

내가 너무도 가고 싶었던 곳..카레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메라 라에 홀려 줄 곧 저 곳만 바라보며 걸었다.

 

메라 라를 바라보며 잠시 쉬던 중, 우리 앞으로 캐나다에서 온 커플이 지나간다.

그들은 루클라에서부터 고소 적응일도 없이 바로 올라왔다고 한다. 카레에서도 고소 적응일 없이 바로 하이캠프에 올라 정상 공격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여자의 체격이 정말로 좋다. 긴 다리로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는 뒷 모습을 보니 작은 키가 아닌 내가 오늘따라 유난히 짧은 동양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부럽지는 않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그들보다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게 될테니까..^^

 

탕낙에서부터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옥빛 하늘과 하얀 설산..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힌쿠 콜라..

이곳에는 더 필요한 것이 없다. 충분히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카레에서 출발한지 2시간 30분..

작은 티하우스가 나온다. 저곳에서 니마와 또 차 한잔을 하고 가는데 앉을 자리가 따로 없어 그냥 바닥에 털석 앉아 차를 마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자연과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이 곳 히말라야..나는 이곳이 너무나도 좋다.

 

카레에 들어서기 전..메라 라가 정말 가까이서 보인다. 설레다 못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카레에서 바라본 힌쿠 계곡, 저 계곡을 따라 나는 이 곳 카레까지 왔다.

 

 

카레 마을 입구에 있는 체크 포인트에 들려 다시 한번 등반 퍼밋과 팀스 카드를 확인 받는데, 등반 퍼밋의 기간이 지났다.

여행사에 전화를 했더니 착오가 있었다며 다행히 오늘 오후에 만나게 될 등반 세르파가 퍼밋을 가지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근데 나중에 온 퍼밋을 보니 기간은 맞는데 내 성별을 male로 해서 보냈다. 그걸 보고는 니마가 자꾸 놀려댄다.

 

체크 포인트에서 우리의 텐트를 찾아보니 메라 라 바로 아래..멀리 낯익은 노란색 텐트가 보인다.

 

 

텐트 가까이 다가가니 메라피크 정상이 보인다. 계란을 반으로 잘라 엎어 놓은 듯이 생긴 메라 피크 정상..

저 곳에 꼭 오를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기도해본다.

 

우리의 캠프지는 나의 등반을 도와줄 락파 세르파의 집이기도 하다. 주인 내외분들이 인상이 아주 좋으시다.

그분들의 아들과 같이 등반할 사람이라고 인사를 하니 더욱 친절하고 푸근하게 대해주신다.

락파는 지금 바룬체 등반을 마치고 나와 메라 피크 등반을 하기 위해 이곳 카레로 오고 있는 중이다.

 

텐트에서 보이는 힌쿠 계곡..

 

 

트레킹 28일째..

지난 밤 우루룽 쾅!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눈 사태가 나는 소리다. 처음에는 놀라서 몇번 텐트밖을 내다 보았지만..곧 초연해졌다.

코테에서부터 밤에 텐트 밖으로 나와서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곤 했는데, 밤 하늘에 예쁘게 수 놓아진 별들이 곧 내 얼굴 위로 다 떨어져 내릴것만 같다.

그리고 한밤의 환상적인 유성쇼가 펼쳐진다. 그때마다 난 메라 피크에 오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오늘은 카레에서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 쉬기로 한다.

이곳에 오기 전 마칼루 베이스 캠프에 다녀 왔기 때문에 고소 적응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래도 메라 피크 정상을 가기 전에 하루 쉬며 체력도 비축하고, 고소에 더 적응된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 쉬기로 했다.

아침이 되자 가장 먼저 메라 피크 정상에 해가 비치고 차례로 힌쿠 계곡의 양옆으로 솟아있는 히말의 연봉 위로 해가 비친다.

 

 

카레 마을 뒤편에 있는 돌산..

오늘은 고소 적응을 위해 마을 옆에 있는 언덕에 오르기로 한다.

나는 점심을 먹고 가려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언덕 위로 고불레까르끼와 라이족 다이가 돌산을 오르고 있다.

고불레까르끼는 이번이 두번째 트레킹이라 이렇게 높은 고도까지 오른적이 없어서 라이족 다이와 함께 고소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롯지 마당에서 식사를 하며 그들이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라이족 다이보다 고불레까르끼가 먼저 정상에 도착했다.

오늘 고불레까르끼는 그 언덕을 초등한 사람이다.ㅋㅋ그래서 그 후 우리는 그 곳을 고불레까르끼 피크라고 불렀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도 언덕으로 오른다. 니마와 함께 가자고 하니 귀찮다고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혼자서 카메라를 챙겨들고 카레 마을 뒤편의 돌로 된 앝은 언덕을 지나 마을 왼쪽에 있는 고불레까르끼 피크에 오른다.

 

카레 마을에서 40분 정도를 오르니 고불레까르끼 피크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눈 앞에 메라 피크도 보이고 힌쿠 히말의 연봉들이 쭉 늘어서 있다..

 

 

 

 

 

 

 

 

 

고불레까르끼 피크에서는 뜻밖에 조망이 너무나도 좋다.

뒤쪽으로는 피크41, 왼쪽으로는 메라 피크, 오른쪽으로는 캉테가를 비롯한 힌쿠 히말..앞쪽으로는 힌쿠 계곡..

이곳에서 나는 홀로 10여분을 앉아 있으면서..이곳까지만 왔어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 메라 피크 정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절대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물이 나서 혼자서 한참을 울었다. .

 

능선을 따라..다시 마을로 내려 가는 길..올라올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경사가 아주 급하다.

새로 구입한 이중화를 길 들이려고 신고 올라왔는데 비브람 창이라 미끄러워 내려가는데 진땀을 뺐다.

 

마을에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얼굴에 "바이킹"이라고 써있는 듯한 사람을 만났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노르웨이에서 왔다고 한다.ㅋㅋ

수염이 얼굴을 덥수룩하게 덮고 있어서 정말 산적처럼 보인다.

그에게 나의 트레킹 일정에 대해 얘기해주자 깜짝 놀라며 나에게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라고 말한다.

산에 미친 이런 나같은 여자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한국 남자는 왜 없는건지..세계 7대 미스테리에 하나 더 추가를 해야 한다.

 

마을로 돌아오니 같이 등반할 락파 세르파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3살인 락파 세르파..마른 체격에 검게 그을린 피부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빛에서..나는 그가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라는걸 느꼈다.

그는 에베레스트에 벌써 3번이나 올랐고 바룬체를 비롯해 아마다블람까지 히말라야의 여러 고봉을 오른 친구이다.

진정한 히말라야의 타이거..세르파.. 우리에겐 정말로 감사한 사람들이다..

저녁에 락파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등반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그에게 여자 친구가 있냐고 물으니 굉장히 부끄러워 한다.

강한 외모에서 뜻밖에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게 느껴진다.

 

아침 6시..카레에서 하이캠프로 가기 위해 포터들이 한창 짐을 꾸리고 있다.

하이캠프는 아주 춥다고 하는데..포터들이 많이 힘들지 않기를 바래본다..

보통 카레에서 하이캠프까지는 3~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오후에 오르면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낙석의 위험이 있다고 하여 아침 일찍 출발을 한다.

 

7시..하이 캠프로 출발한다. 앞에 맨몸으로 하이 캠프로 향하는 포터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어제 올라갔던 팀의 짐을 회수하러 가는 길이다.

하이캠프는 춥고, 물도 없고, 장소가 협소하여 최소한의 스텝만 남고 포터들은 짐만 옮겨주고 카레라 다시 하산했다가 다음날 짐을 다시 가지러 간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했더니,쿡 다이가 우리는 한 팀이니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햐 한다면서 모든 스텝들에게 하이 캠프로 갈 것을 명령했다.

그것을 듣고 난 쿡 다이에게 독재자라고 말했다.

 

출발하자 급경사 오르막이다. 추운 날씨에 벌써부터 콧물을 줄줄 나오고, 숨도 많이 차다.

발 아래로 카레가 보인다.

 

한번의 오르막을 오르니 눈 앞에 또다른 오르막 길이 보인다.

아~~진짜 갈수록 태산이다.

 

 

메라 라를 향해 오르면서 메라 피크를 봤더니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 같다.

제발 내일 아침에는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래본다.

 

 

 

 

카레에서 출발한지 3시간..메라 라(5425m) 입구에 도착했다.

락파가 하는 말이 과거 이 지역은 대부분이 빙하로 덮여 있었는데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양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한다.

 

 

 

 

 

카레에서 하이 캠프로 가는 길은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지금 내가 가는 길로 카레 마을 뒷편의 돌 산을 올라 메라 라를 통하여 가는 방법,

다른 하나는 메라 라 빙하 중심부를 바로 치고 올라 하이캠프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 체력 소모가 많고 위험하여 대부분 첫번째 길로 하이 캠프로 간다.

 

 

 

 

메라 라 입구에 도착하고 나니 출발할 때보다 몸 상태가 좋아진 듯 하다. 호흡도 제대로 돌아오고, 다리에 힘도 제대로 들어간다.

이런 나와는 반대로 락파와 니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주 씩씩하게 잘도 걷는다. 고산에서는 정말로 축복받은 몸을 가진 세르파들..정말 부럽다.

 

 

 

 

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다 하이 캠프를 향해 다시 출발하는데 정상부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과 발가락이 꽁꽁 얼어 붙는것만 같다.

 

 

 

메라 라는 크레바스 밭이다. 저렇게 눈에 보이는 크레바스는 피해 가면 되니까 위험하지 않지만, 눈이 많이 왔을 때 히든 크레바스의 경우 잘못 빠지면 이불도 없이 비박하며 영영 동태가 되어야 한다. 내가 갔을 때는 다행이 눈이 오지 않아서 히든 크레바스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는 안전했던 것 같다.

 

 

 

 

크레바스 밭을 지나 다시 길을 가고 있는데  짐은 메라 라 한 가운데 내버려두고 라이족 다이가 내려오고 있다.

고산병 때문에 도저히 못가겠다면서, 중간에 속이 너무 울렁거려 구토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함께 하이 캠프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나는 럭시 매니아인 그에게 괜찮으니 조심히 내려가서 럭시를 마시면서 쉬고 있으라고 말해줬다.

 

럭시 매니아, 라이족 다이..하산 전에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메라 라 가운데에서 조금 아래쪽에 있는 메라 피크 베이스 캠프(5350m)이다.

등반 팀의 인원이 많은 경우에는 텐트를 칠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자고 정상 공격을 하지만, 다행히 오늘은 우리 팀 외에 다른 한팀 뿐이여서 우리는 하이 캠프로 가기로 했다.

 

 

앞에서 줄 곧 잘가고 있던 니마가 자꾸 스틱에 기대어 쉬고 있다.

함께 여러번 오랜동안 트레킹을 하다보니 뒷모습, 걸음걸이만 봐도 니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저 녀석..어젯밤 창을 많이 마시더니 지금 고소가 오나보다..

 

하이 캠프에 도착하기 30분전..조금전 하산한 라이족 다이가 버려두고 간 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가 이 짐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하이 캠프에 먼저 도착한 키친보이 람이 가지러 와야 한다.

방한복도 제대로 없고, 등산화도 제대로된게 아니여서 람이 이것을 가지러 오려면 많이 힘들 것 같아 락파, 니마와 함께 짐을 가져가기로 했다.

락파는 라이 다이가 두고 간 짐을 머리에 지고 가고, 니마는 락파 배낭을, 난 니마와 내 배낭을 들었다.

내가 전문 산악인은 아니지만..내가 좋아하는 시..노산 이은상님의 산악인의 100자 선서가 생각이 난다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를때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포기도 절망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 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그래..목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이거 옮기다 고소가 좀 오면 어때? 그래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어때?..

난 이미 어제 고불레까르끼 피크에 올라 메라 피크를 바라보면 충분한 희열을 느꼈으니 모든게 괜찮다고 생각했다.

 

배낭 두개를 매고 앞에 보이는 암벽 뒤 하이 캠프로 향한다. 메라 피크 정상에서 불어내려오는 강풍이 쉴 새 없이 얼굴을 치고, 발가락은 점점 감각이 없어져 가는 듯 하다. 하이캠프에 거의 다 도착했을무렵 하산하는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몸에 힘이 쪽~~빠진 듯 보인다. 어찌나 딱해 보인던지..

그리고 탕낙에서 카레로 가던 날, 나를 앞질러가던 캐나다 커플을 만났다. 여자가 하는 말이 너무 추워서 있는 옷을 다 껴입고 갔는데도 너무 춥다고 한다.

낮에도 이렇게 추운데 내일 새벽에는 얼마나 추울까?..

 

하이 캠프에 거의 도착하여 뒤를 돌아보니 마칼루(Makalu, 8468m)와 참랑(Chamlang, 7321m), 참랑 호수가 보인다.

 

그리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Everest, 8848m)가 트레이드 마크인 깃털 구름을 날리며 위용을 뽐내고 있고, 그 옆으로 로체(Lhotse, 8414m), 로체샤르까지 보인다. 역시 메라 피크는 히말라야 최고의 뷰 포인트이다. 

 

왼쪽에서 순서대로,

에베레스트, 로체, 로체샤르,샤르체, 피크 41, 바룬체, 피크6770, 마칼루, 참랑까지..

8000미터 이상의 고봉을 눈 앞에 놓고 보니 너무도 황홀하다. 추워서 그런건지..감동 받아 그런건지 자꾸 눈물이 난다.

 

사진을 찍고 니마를 보니 고소가 더 심해진 것 같다.

 

하이 캠프에 들어가기 전 메라 피크 정상을 바라 보며 메라의 여신에게 인사를 건넨다.

내일 아침에 만나요~^^

 

하이캠프 암벽 뒤로 돌아오자마자 이곳은 전혀 바람이 불지 않는다. 더군다나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어서 카레보다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암벽 앞과 뒤는 말 그대로 기온이 천지 차이다. 그래도 이 설악아씨는 거센 강풍과 추위를 이겨내고 무사히 하이 캠프에 입성했다.

 

메라 피크 하이 캠프(5800m).

뒤로는 돌들을 쌓아 놓은 듯한 암벽이..앞으로는 천길 낭떠러지..그 끝에는 검은 크레바스가 입을 쩍~~벌리고 있다.

가끔 위에서 낙석이 있다하여 서 있으면도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

그리고 장소가 많이 협소하여 텐트를 많이 쳐봐야 7~8동 밖에 칠 수 없을 듯 하다.

 

 

하이캠프에 도착하여 만난 우리의 스텝, 람과 비제.

비제는 이렇게 높은 고도는 처음으로 올라본지라 많이 들떠있는 듯 하고 람 역시 기분이 많이 좋아보인다.

비제에게 춥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켓 지퍼를 내려 내가 준 옷(실제로 비제는 "엄마가 준 옷"이라고 말했다)을 보여주며 덕분에 따뜻하다고 한다.

사실 카레에서 이곳에 오기 전 비제가 따뜻한 옷이 없는 것 같아서 내 폴라폴리스 티셔츠를 선물로 주고 람에게는 크램폰을 주었다.

비제는 체격이 외소하여 내 옷이 잘 맞으니 다행이다.

 

하이캠프 앞으로 보이는 Naulek 빙하..저곳으로 떨어지면 황천길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는 셈이다.

 

 

하이 캠프에서는 참랑을 비롯해 마칼루를 오르며 봤던 홍쿠출리까지도 보인다.

봐도 또 봐도 질리지 않고 눈이 너무 행복하다.

 

내 텐트는 하이 캠프 약간 아래쪽, 비교적 바람이 덜 불고, 안전한 쪽에 쳐졌다.

텐트 안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깥 풍경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오늘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밥 냄새를 맡았는지 까마귀들이 텐트 앞으로날아와 먹을것을 달라고 한다.

까마귀들에게 티베티안 브래드를 던져주며, 내일 내가 메라 피크에 오를때 힘이 빠지면 나를 들어서 정상으로 데려다 달라는 무리한 부탁도 해본다.

난 점심 식사로 티베티안 브래드, 삶은 계란, 초콜릿을 먹으며 니마에게 계란이 참 맛있다며 너도 먹으라고 권했더니 니마는 고산증세가 점점 심해지는지 식사를 못하겠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만해도 나중에 이 삶은 계란이 엄청난 일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텐트 안에 누워있다 심심해서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내 텐트 밑으로 2동의 텐트가 더 쳐졌다. 고불레까르끼 피크에서 내려오면서 만난 노르웨이 팀들의 텐트이다.

간간히 돌풍이 불기는 하지만 그래도 춥지 않으니 다행이다.

 

우리 스텝들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스텝들 텐트에 마실을 간다.

 

 

텐트 앞에 식수로 쓰일 얼굴이 바구니에 담겨 있다. 청빙까지는 아니여도 깨끗한 얼음이다.

 

주방 텐트 안에서 포터 들과 앉아서 노닥거리다 락파 텐트로 가봤더니 니마는 고소가 와서 완전 뻗어 있고, 락파는 쿡 다이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락파 침낭을 보니 침낭이 아니라 이불이다. 보온은 둘째치고 저걸 어찌 들고 왔지? 저게 배낭에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정직하시고 성실하시고 자상하신 쿡 다이..

아직도 이 분만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저린다..사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난 거의 매일 고기를 먹었었다.

니마가 하는 말이 쿡 다이의 나이 정도면 카투만두에 집을 몇 채는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쿡들은 회사에서 받은 돈을 손님에게 다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들은 일주일에 한번 고기 구경을 할까 말까 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쿡 다이는 매우 정직하신 분이다.

가끔 음식을 무척 짜게 하실때도 있는데 그럴때마다 니마와 나는 "오늘은 쿡 다이가 기분이 안좋으신가봐!"라고 하며 웃어 넘겼고,

아침마다 해주시는 삶은 계란은 흰자 조차도 다 익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그때도 우리는 오늘은 특별한 계란이 왔다고 농담을 했다.

무엇보다 쿡은 내가 식사를 시작하면 항상 내 표정을 살피신다. 내가 과장되게 웃으며 정말 맛있다고 말하면 안도의 미소와 함박 웃음을 지으신다.

그리고 내가 특히나 맛있다고 말하면 몇일간은 같은 메뉴만 주신다.

이런 쿡 다이는 한마디로 너무도 순수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다. 가끔 내 손에 네팔 사탕과 초르틱(야크치즈를 딱딱하게 굳힌 것)을 쥐어주시며, 심심할 때 먹으라고 살뜰이 나를 챙겨주신 아빠같은 분이시다.

오늘도 쿡 다이는 쿡 다이의 요리 중 내가 베스트로 꼽은 고기를 듬뿍 넣은 세르파스튜를 저녁으로 만들어 주셨다.

 

저녁이 되자, 니마의 고소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노르웨이팀도 고소가 왔는지 가이드가 내 텐트에 약을 구하러 왔길래 아스피린, 다이아막스, 덱사를 챙겨 주었다.

난 니마에게 아스피린과 덱사메타메론을 먹이면서 뭔가 바뀐거 아니냐? 나는 고산증 오는 세르파는 처음 봤다고 놀렸더니 니마가 짜증을 낸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니마가 짜증을 내는 것을 보니 고소가 오긴 제대로 왔나보다.ㅋㅋ

반면 나는 이상하리만큼 두통도 없고, 호흡도 정상이고, 식욕도 왕성하여 여느때와 다름없이 세르파스튜를 두 그릇이나 먹었다.

저녁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던 니마가 그런 나를 보며, 넌 후진국형 식성이라고 한다. 네팔 사람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 여자는 처음 봤다고 한다..^^;

내일 새벽 1시에 기상하여 2시에 정상을 향해 출발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든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딱 좋다.

 

새벽 1시..람의 모닝티 가져오는 소리에 기상을 했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곳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한 두통과 호흡 곤란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고 하는데 나는 아주 숙면을 취해서인지 몸이 아주 가뿐하다.

라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고 장비를 챙기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

주변이 천길 낭떠러지이고, 텐트들이 있어 급한대로 내 텐트 옆에 볼 일을 보고 큰 돌로 눌러 놨다.

이때까지만해도 난 이것이 배탈의 신호인 것도 모르고 출발전에 화장실까지 다녀왔으니 모든게 잘 될꺼라고 생각을 했다.

 

새벽 2시..드디어 출발이다.

니마는 내가 자다 중간에 덱사를 한번 더 챙겨 먹었더니 다행히 고소 증세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프면 하이캠프에 있으라고 했더니 그래도 함께 정상에 서겠다고 같이 길을 나선다.

늘 나를 도와주며 이해해주고 나를 위해 무한 희생을 불사하는 니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하이 캠프 암벽을 돌아서자마자 엄청난 강풍이 우리의 몸을 휘감는 바람에 모두들 몸이 휘청한다. 거기다 얼마나 추운지 온몸이 그대로 얼어붙는 듯 하다.

니마는 처음에 그다지 춥지 않은 줄 알고 간단한 프로마리프트 자켓을 입고 나왔는데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기온에 얼른 다운 재킷을 꺼내 걸쳐 입는다.

락파가 제일 앞에, 가운데에 설악아씨, 마지막에 니마..이렇게 우리 셋은 안자일렌을 하고 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출발하자 마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처음엔 고도가 높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락파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걷고 있다.

락파에게 천천히 가자고 얘기해도 처음 몇분만 천천히 가고 그 다음부터는 또 빠른 걸음이다. 우리에게 6476m의 메라 피크는 엄청난 도전이지만 카레가 집인 락파에게 메라 피크는 그저 동네 뒷산일 터이니 빨리 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빨라도 너무 빨리 걷는다. 평지에서도 이런 속도로 걷는다면 숨이 찰 것이다.

나중에는 락파에게 거의 애원하다시피 제발 천천히 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출발하면서부터 추운 기온 탓에 콧물이 줄줄 나온다. 처음에는 휴지를 꺼내 닦았는데 올라갈수록 너무 힘이 들어 휴지를 꺼내기도 귀찮아져서 장갑을 낀 채로 그냥 코를 풀어 눈 밭에 닦아 버렸다. 나중에는 그것도 힘이 들어 그냥 내버려 뒀더니 그냥 얼어버린다. 기온이 영하 30도가 넘는 듯 하다.

손은 계속 털어주며 걸었더니 그나마 괜찮은데 발가락이 얼었는지 너무 아프다. 동상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도 잠시..엄청난 블리자드가 불어온다. 몸이 휘청이다 못해 날아갈 뻔 했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엎드린 다음 정상부에서 날아오는 눈 폭풍을 등으로 다 막아내야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나니 바람이 조금 잠잠해졌다. 출발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배가 아프다. 사실 올라오면서 어제 낮에 먹은 계란이 트림으로 자꾸 올라왔었기 때문에 그 계란이 오래된 계란이여서 문제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배에서 보내는 신호를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 곳곳에 크레바스가 있기 때문에 락파가 멀리 가지 말라고 하여 락파와 니마에게 뒤로 돌으라고 말한다음 바로 옆에서 볼일을 봤다. 그런게 이게 멎을 기미가 안보인다. 계속 배가 아파서 그 영하 30도가 넘는 곳에서 약 20분 가량을 앉아 있었더니 엉덩이가 얼은 것 같다. 정말 더러운 얘기지만 나중에 뒷 처리를 할 때 배설물이 몸에서 나옴과 동시에 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마무리 하는 고통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맛본 가장 지독한 고통이였다.

그렇게 다시 출발..추운 곳에서 너무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더니 다리에 피가 더 안통해서 발가락이 더 아프다. 그리고 엉덩이가 계속 얼얼해서 몸을 움직여도 체온이 올라가지 않는 듯 하다.

엎친데 덮친 격, 설상가상..너무도 살인인 추위에 턱에 마비가 와서 입이 벌어지질 않는다 . 사실 난 턱 관절이 약해서 스케일링을 받다가도 턱에 마비가 오곤 하는데 너무 추운 날씨에 턱의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너무 놀라 턱을 두드리고 마사지를 하니 곧 괜찮아졌다.

뒤에 있는 니마도 많이 힘든 것 같다. 락파는 앞에서 나를 당기로, 뒤에 오는 니마는 따라오지 못하여 안자일렌을 한 로프가 계속 팽팽하게 당겨진다. 니마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 우리 ...끌려가는 소 같아.."라고 말한다.

나도 너무 힘이 들어 락파에게 도대체 언제 정상에 도착하냐고 물었더니 하늘에 별이 다 없어지면 정상에 도착한다고 한다.

내가 네팔에 와서 수없이 봤던 하늘의 아름다운 별...이제 많이 봤으니 오늘은 좀 빨리 사라져 줄래?..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에 별이 없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추위와 싸우며 힘들게 한발 한발을 내딛는다.

그렇게 소 끌려가듯 정상을 향해 3시간을 걸었을까?..드디어 하늘에 별이 사라지고 여명이 밝아온다.

멀리 정상에서 휘날리는 룽다가 어서오라고 손을 흔드는 것 처럼 보인다.

 

일출 전 참랑과 마칼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너무 추워 얼굴의 근육까지 다 얼어버린건지 표정이 지어지지 않는다.

 

다시 출발..아..또 배가 아프다..또 등로 바로 옆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멀리 카레에서 잠깐이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눴던 노르웨이 남자들이 올라 온다. 도중 바지를 올릴 수도 없고, 너무도 창피하다.

그들은 나와 점점 가까워지고 이내 나를 지나쳐 가는데 나와 대화를 눴던 그 남자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아마도 "즐~똥"이라고 한 것 같다. ㅠ.ㅠ

 

 

그렇게 다시 출발..내 배탈로 인해 거의 한시간을 허비했다.

어느새 우리는 정상부 바로 아래에 있는 약 4~50미터 높이의 설벽에 다다랐다. 이곳에서부터는 쥬마링을 하여 오르면 바로 정상 능선이다.

락파가 고정 로프를 깔고 쥬마링을 하여 20미터쯤 올랐을까? 또 배가 아프다. 힘을 쓰니 더 배가 아픈듯 하다. 바로 볼일을 봐야 하는데..도저히 못참을 것 같아서 다시 내려온다. 미친듯이 볼일 볼 곳을 찾는데 장소가 적당치가 않다. 그렇게  장소를 찾다보니 배가 괜찮아진듯 하다. 다시 오르려 하는데 이번에는 또 턱이 말썽이다. 또 미친듯이 턱을 주무르고..바람은 쉴새 없이 몰아치고, 온몸이 얼어붙는 추위에 혼이 쏙 빠지는 것 같다.

난 신의 소리를 듣기로 했다.. 이건 오르지 말라는신의 경고다.. 어쩜 나는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할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번 약해진 마음은 인간을 계속해서 나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번 그런 생각이 들자..무리하게 올랐다가 나중에 턱에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고, 의료 시설도 없는 이곳에서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추운 날씨 탓에 카메라가 켜지지도 않는다.

어차피 정상에 올라봐야..정상 인증샷도 못찍을껄..턱 돌아가서 평생 벙어리로 사는 것 보다는 내려가는게 낫지..

이런 생각으로 나는 이미 정상 능선에 거의 올라서고 있는 락파에게 돌아가자고 손짓했다. 

그러자 락파가 내려와서 너무 힘들면 내려갈때는 업고 내려갈테니 올라가자고 한다.

못오르면 끝인거지, 난 그렇게 정상에 서고 싶은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고산병도 아닌 설사와 턱 마비로 인해 등정을 포기..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하다 니마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하산하는 길..나보다 락파가 더 서운해 한다.

그런 락파에게 난 "넌 아주 특별한 세르파야. 내가 정상에 오르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난 예전에 5895미터까지 오른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6400미터 가까이 올랐으니 난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하고 있어. 난 슬프지 않아"라고 말해줬다.

하이캠프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한 락파에게 나의 얘기를 들어 나의 실패를 알고 있는 쿡 다이가 너무도 아쉬워 하시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신다. 그러면서 30분만 더 참지 그랬냐고 하신다. 난 나를 위해 추운 이곳 하이캠프까지 와준 스텝들에게 보람도 없이 이렇게 실패하고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또 볼일을 보러 가야만 했다.

어쨌거나..실패는 또 다른 기회인 것이다. 난 이번에 메라의 정상에 오르지 못한 덕에 다음번에 이곳을 한번 더 오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난 나의 실패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나의 첫사랑, 메라의 여신 역시 나를 무지 사랑하나보다. 다음에 또 오라고 나에게 설사병과 안면 마비를 선물로 주다니..ㅠ.ㅠ

그렇게 메라의 여신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한다.

대부분 등정에 실패한 사람들은 표정이 좋지가 않다. 그러나 내 표정은 정상에 12번도 더 다녀온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메라 피크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안자일렌도 하지 않고 룰루랄라~ 뛰어서 하산을 한다.

하산을 하자 카메라도 제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켜진다. 에라이~~~!!!

 

 

그렇게 하이 캠프를 떠나 카레를 향해 하산하던 중..니마가 뒤에서 나를 부르더니..

"나..몸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아.. 난 이제 피크는 절대로 등반 안할꺼야.."라고 한다. 사실 니마는 절벽으로 떨어진 소의 뿔을 잡아 들어올릴 만큼 힘이 굉장히 센 친구인데 고소 적응을 잘못해서 체력 소모가 너무 심했고, 살인적인 메라 피크의 추위가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니마에게 나는 다음번에는 쿰부 3패스를 넘어 임자체에 갔다가 암푸랍차를 넘어 메라피크에 오를꺼고 당연히 그때도 넌 함께 해야된다고 했더니 나보고 미쳤다고 한다.

 

 

표정만큼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람처럼 좋은 설악아씨^^

산행은 늘 즐거워야 한다^^

 

 

 

 

 

 

 메라 라 끝에서 마지막으로 메라 피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카레로 향한다..

 

 

지난 밤..카레에서까지도 난 설사병에 시달렸다. 속에서는 계속 하이캠프에서 먹었던 계란 맛이 올라왔다.ㅠ.ㅠ

락파는 바로 아마다블람 등반을 위해 떠난다고 한다. 락파와 오늘 코테에서 만나 하산 파티를 하기로 약속하고 우리 팀 먼저 코테를 향해 하산을 한다

메라 피크 등정에 성공했더라면 더욱더 즐거웠을 하산 길..그래도 이미 지난 일..

앞으로의 남은 일정을 즐겁게 마무리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산을 한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카레 아래에 있는 마을인 탕낙에는 아직 해가 들지 않았다.

 

 

 

 

 

 

 

탕낙을 지나 곤디숭에서 코테로 가는 길..

우측에 산사면에 매달려 있는 돌들이 언제 떨어질 지 몰라 빠른 걸음으로 저 곳을 통과한다.

 

 

 

 

 

 

카레를 출발한지 4시간만에 코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주방에 똥바를 마시러 들어갔다.

사우니에게 네팔 말로 똥바를 주문하며 "데레이 따~~또!"라고 말했더니 주변에 있던 다른 팀 스텝들이 막 웃는다. 내가 네팔 말을 하는게 좀 웃긴가 보다.

사우니가 네팔 말을 할줄 아냐고 묻길래 조금 할줄 안다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신다. 그러면서 똥바를 냄비에 붓더니 아주 따뜻하게 만들어서 주신다.

똥바를 들고 옆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마시고 있는데 독일에서 오신 부부를 만났다. 그분들은 이번이 13번째 네팔 방문이라고 하신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강남스타일 노래를 말하신다. 외국인들마다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싸이의 인기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다음날 이분들과 헤어질 때 남자분은 나에게 말춤을 추며 하산을 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락파가 어디서 한잔 걸치고 왔는지 약간은 취한 모습으로 롯지에 왔다. 이 롯지는 락파의 고모집이기도 하다.

락파가 여분의 랜턴 배터리가 있는지 묻길래 내 랜턴에 있는 배터리를 제외하고 남은 랜턴 배터리를 모두 주었다.

락파에게 이제 아마다블람 등반을 하러 가려면 또 힘을 내야되니 롯지에서 먹고 싶은걸 다 먹으라고 했더니, 락파가 예전에 한국 사람과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몇년 전 락파는 한국 사람과 함께 임자체를 등반한 적이 있었는데 하이캠프로 가던 중 너무 힘이 들어 손님의 카고백에 잠시 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손님이 락파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어딜 앉아 있냐며 락파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후에 락파는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나쁜 기억부터 떠올랐고, 이번에도 한국 사람과 등반을 해야 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같다고 나에게 말해준다.

난 락파에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다 친철하다고 말해줬지만..속으로 정말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전문 등반가처럼 알파인 스타일 등반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르파들에게 의존해서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안자일렌을 하고 목숨을 서로 의지하며 동행하는 친구인 세르파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다니!

정말 그런 사람들은 산에 다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지난번 에베레스트 트레킹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칼라파타르 등정 후 남체에서 팍딩으로 하산하는 날 아침..

크램폰을 차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손님 한분이 의자에 앉아 키친보이에게 크램폰을 끼우라고 한다.

그 추운 날씨에 빨갛게 얼은 손으로 무릎을 꿇고 키친보이가 손님의 크램폰을 채워준다. 그걸 보고 있는데 얼마나 분통이 터지던지.

내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분이라서 차마 욕은 못하겠고.. 나중에 그 키친보이에게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해주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그건 그 친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 손님의 의식이 잘못된 것이고 그게 바로 나라 망신인 것이다.

어쨌거나 락파와 짧은 만남이였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등반에 관한 얘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이곳에서 나는 니마의 친구를 만났는데 그는 세르파족으로 집이 엄청난 부자라고 한다. 그런데 그의 취미가 등산이다. 그는 홀로 메라 피크를 등반하고 암푸랍차를 넘어 임자체에 갔다가 아마다블람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네팔에서 세르파족이 등반이 좋아 그런 등반을 한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가 네팔의 이곳 저곳에서 암벽 등반을 한 사진과 여러 피크를 등반한 사진을 보여준다. 그의 그런 열정이 부럽다.

락파와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데, 짜식! 부끄러워 한다. 사실 락파에게 보여준거라곤 바지 내리고 볼 일 보는것 밖에 없는 내가 더 부끄럽다.

 

 

트레킹 32일째..오늘부터 하산 일정이다.

롯지를 나서기 전 사우니에게 인사를 했더니 가면서 먹으라고 내 손 가득 초르틱을 챙겨 주신다.

그러면서 사우니는 나를 한국 여동생으로 기억하고 있겠다고, 다음에 또 코테에 놀러오라고 하신다. 사우니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한다.

 

나는 원래 루클라로 하산하기로 했었는데, 트레킹 도중 내가 티켓을 가지고 있는 아그니 항공이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현재 루클라에 엄청나게 많은 손님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운행하고 있는 타라 항공의 사장이 아그니 항공의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테에서 제트라 라를 넘어가는 길은 많이 미끄럽고 위험한 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파플루로 가서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했다. 파플루로 가면 집이 셀레리, 시발라야, 지리인 스텝들이 집에 가기도 더 편할 것이다.

오늘은 코테를 출발해서 툴리카르카(Thuli Kharka)를 지나 초렘(Cherem)까지 간다.

스텝들을 먼저 출발시키고 니마와 나도 힌쿠 콜라를 따라 길을 나선다.

 

 

강 건너 우리가 메라 피크로 가기 위해 콜라카르카에서 넘어온 길이 보인다.

 

 

툴리카르카를 향해 가고 있는데 앞에 키친보이 람과 고불레까르끼가 쉬고 있다.

가까이 가니 고불레까르끼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옷을 벗고 있는데 옷을 5겹이나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람이 고불레까르끼에게 옷이 더 필요하면 내것도 입을래?라고 말하며 놀려댄다.

 

그렇게 람과, 고불레까르끼, 니마와 나..농담을 하며 코테에서 출발한지 2시간 만에 툴리카르카에 도착했다.

이곳 툴리카르카에서 북서쪽으로 가게 되면 루클라가 나오게 되고, 우리는 남쪽으로 가야 한다.

롯지에서 차도 한잔 할겸 안으로 들어가니 아침에 작별 인사를 나누고 먼저 출발했던 락파가 있다. 아침에 헤어지며 서운했었는데 금방 또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갑다. 아침 식사를 한지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 니마에게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배에 벌레가 있냐고 사냐고 놀려댄다.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주문해 준다.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데 락파가 먼저 길을 나선다. 이번에는 진짜 안녕이다..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락파가 내가 먹은 것 까지 계산을 하고 갔다고 한다.

아~~돈이 굳어서 좋은게 아니라..내가 락파에게 진정 나쁜 사람은 아니였던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툴리카르카에서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제트라 라를 넘어 루클라로 갈 수 있다.

메라 피크를 등반하는 사람 대부분은 저 길을 통해 메라 피크 트렉에 들어오게 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초렘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길 건너편으로 콜라카르카에서 우리가 걸어왔던 산길이 보인다..불과 일주일 전인데 벌써부터 그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서 아쉬움이 밀려온다.

 

 

좁은 숲길을 따라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올라서니 눈 앞에 겹겹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보인다.

이때까지만해도 난 앞으로 우리가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하산하는 길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바룬 밸리의 악몽이 떠오르는 길이 였다. 우리는 지금부터 초렘에 도착하기까지 3~4개의 산 허리를 돌고 산을 오르고 내림을 반복해야 됐다.

 

 

중간 중간 탁 트인 곳에서 따뜻한 햇볕에 몸을 맡기고 풍경을 즐긴다.

다시 내리막으로 내려오면 랄리구라스 숲도 나오고, 저렇게 예쁜 대나무가 우거진 길도 지난다.

 

점심때쯤 되자 조그만 움막이 보이고 우리의 스텝들이 보인다. 옆에 계곡이 있어서 오늘은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다.

 

 

내가 점심 식사를 한 곳..

식사를 하기 전에 항상 쥬스가 나오고, 에피타이저로 샐러드와 감자 튀김이나 진빵..이런 것들이 나온다.

그리고 메인 요리는 스파게티나 달밧, 뚝바, 세르파스튜, 초우면, 모모 등등..중에서 2가지 정도가 나온다.

가끔 쿡 다이가 소금을 왕창 넣어서 아주 짤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쿡 다이는 솜씨가 아주 좋으신 요리사다.

 

 

점심 식사 후..다시 길을 나서는데 길이 끝없는 오르막이다. 그래서 포터들이 많이 힘든지 자꾸만 뒤쳐진다.

트레킹 시작부터 지금까지 포터들을 너무 힘든 길로만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다. 그치만 이건 그들이 원한 코스이다^^:

 

니마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손톱을 물어뜯고 확인하는 저런 사진이 참 많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막, 내리막 길을 반복해서 걷고 있는데 눈 앞에 엄청난 경사의 오르막 길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건 오르막 계단이 아니라 거의 암벽 등반 수준이다. 경사가 너무 급해 눈이 있었으면 많이 위험했을 길인데 다행이 눈이 없었다.

 

 

 

우리가 지나온 길 끝에 람이 오고 있다. 늘 가장 앞에 가던 람은 추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많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건너편에서 "디디~"라고 부르더니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춰댄다. 참 착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이 길을 오르면서 라이족 다이가 오늘의 트레킹 테마는 정글과 암벽이라고 말한다.

힘들어도 이렇게 재밌게 말해주며 항상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포터 다이들이 있어 너무 든든하고 고맙다.

 

 

 

 

이번이 끝이겠지..하고 계단을 올랐더니 눈앞에 지그재그로 난 엄청난 오르막 길이 보인다.

아~~메라피크 등반보다 더 힘들다..ㅠ.ㅠ 우리는 저 산을 3시간이나 올라야 했고, 해가 거의 져서야 초렘에 도착했다.

 

 

 

 

해가 지기 시작할때쯤 우리는 초렘 근처까지 왔다. 쿡 다이가 많이 피곤해 보이신다.

다이에게 영양갱을 드렸더니 아주 맛있다고 하시길래 남은 영양갱을 모두 드렸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내려가면 초렘이다. 해가 지며 산 사이로 살포시 내려앉은 구름이 너무도 아름답다.

 

좁은 내리막 길을 따라 30분을 내려가니 초렘이 나온다. 초렘에는 캠프지가 하나 있는데 주인은 없었다.

쿡 다이와 나, 니마는 먼저 도착하여 다른 스텝들을 기다렸는데 그들은 많이 힘들었는지 우리가 도착한지 1시간이 지나서 어둠을 뚫고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초렘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주방쪽에서 라이족 다이와 교장 선생님 다이(쓰고 다니는 모자가 네팔 교장 선생님들이 즐겨 쓰는 모자이기 때문에 스텝들은 그렇게 부른다)가 나누는

대화가 아주 재밌다.

먼저 라이족 다이가 교장선생님 다이에게 "아이쿠~선생님, 어제 많이 힘드셨죠? 어제는 몇 킬로 지고 오셨어요?"라고 하며 놀리자,

교장 선생님 다이가 "야! 메라 피크 하이캠프도 못간 너는 얘기도 하지마. 너희 라이족에게 메라 피크는 에베레스트와 같지만, 우리 지렐족에게는 그저 뒷 산일 뿐이야"라고 말하면서 하이캠프로 가다가 도중 하산한 라이족 다이를 놀린다. 그 얘기를 듣고 니마와 나는 식사를 하며 한참을 웃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정말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키친보이 람은 늘 아침 저녁으로 이렇게 이 통에다 따뜻한 물을 담아 내 세숫물을 가져다 줬다. 씻으면서 늘 고맙고, 미안하고..

샘터가 멀리 있는 곳에서는 나름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세숫물도 최대한 아껴쓰고 했지만, 이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이런 고마움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스텝들이 출발 준비를 한다.

사진 가장 왼쪽에 쿡 다이, 나의 아들 고불레까르끼, 사진 오른쪽 끝에 교장 선생님 다이가 모자를 쓰시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실 준비를 하고 계신다.ㅎㅎ

오늘은 초렘에서 시부제(Sibuje)와 팡콤(Panggom)을 지나 카리콜라(Khari khola)까지 가기로 했는데,

출발하기기 직전 라이족 다이가 교장 선생님 다이에게 카리콜라에 학생이 있냐고 물어보면서 또 농담을 한다.

 

그렇게 라이족 다이와 교장선생님 다이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초렘을 뒤로 하고 또 길을 나선다.

 

 

출발하자 마자 또 오르막 길이 나온다. 어제 하루종일 오르막 길을 올라온터라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팡콤을 출발한지 1시간..멀리 시부제가 보인다.

 

 

시부제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고불레까르끼의 다리를 봤더니 다리에 근육이 생겼다. 처음 트레킹을 시작했으때는 미스코리아 다리처럼 근육도 하나 없고, 아주 늘씬하다 못해 너무 가녀려서 부러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30일 넘게 무거운 짐을 지고 트레킹을 했더니 저렇게 다리에 근육이 생겼다.

 

 

 

시부제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길을 나선다.

 

 

 

내려다본 시부제 마을.

 

 

시부제에서 팡콤으로 가던 중. 팡콤 라(3286m)를 넘기 전에 있는 롯지에서 차를 한잔씩 하고 간다.

 

항상 니마는 트레킹이 끝날 때가 되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나의 아들, 고불레까르끼(본명 비제)와 함께^^

 

쿡 다이와 키친보이 람.

 

 

이제 팡콤 라를 넘어 팡콤으로 간다. 사실 팡콤 라와 시부제는 고도차가 크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팡콤 라를 넘을 수 있었다.

 

팡콤 라에 오르니 멀리 눔부르 산이 보인다.

내려오자 마자 초록빛이 눈에 띤다. 생각해보니 몇일 동안 설원과 삭막한 돌길, 가을향 짙은 숲길만 걸어온터라 초록빛을 보니 다시금 몸에 활기가 생기는 듯 하다. 팡콤은 과거 파상리우(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의 남, 현재 네팔 최대의 항공사인 예티 항공 사장의 고향이라고 한다.

멀리 눔부르가 바라다 보이는 팡콤은 아주 조용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팡콤에 있는 한 롯지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곳은 니마의 친구 집이기도 하다.

니마의 친구도 가이드라서 친구는 집에 없고 그의 아내와 어머니가 롯지를 지키고 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뚝바와 야크 고기 볶음이다.

쿡 다이의 뚝바 만드는 솜씨는 정말 최고이다. 너무 맛있어서 매일 매일 난 저것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정도이다.

식사를 하기 전 키친보이 람이 걸레보다 더 까만 행주로 식기를 열심히도 닦는다. 설겆이 한채로 그냥 줘도 될 것을..

물기가 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만..일단 행주의 상태가 워낙 안좋다보니..^^;

그래도 괜찮다. 여지껏 잘먹고 잘싸면서 잘 지내왔고, 사실 한국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도 깨끗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맛있는 식사로 배를 채우고 카리콜라를 향해 출발한다.

 

 

 

조용한 논과 숲길을 따라 출발한지 1시간 30분만에 멀리 카리콜라가 보인다.

이곳 카리콜라에서는 루클라에 걸어서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다.

난 니마에게 이곳에서 하루 쉬고 임자체를 등반하러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니마가 정말 애절한 눈빛으로 살려달라고 한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아주 험하고 긴 여정이였지만. 나는 이제야 몸이 풀린듯 하고 남은 에너지를 더 쏟아붓고 싶었다.

그런데 니마가 이리 절절하게 부탁을 하니, 일단 카투만두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카리콜라에서는 눔부르(Numbur, 6959m)와 카탕(Khatang, 6853)을 조망할 수 있는데 구름에 가려 카탕만 보인다.

 

카리콜라 마을에 들어서니 학교에서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카리콜라에서 북쪽으로 가면 남체에 이르는 지리~남체 트랙이고, 서쪽으로 가면 지리나, 파플루 쪽으로 갈 수 있다.

 

학교 입구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사탕을 달라고 하는데 행동식을 다 먹은지라 대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아주 좋아한다.

 

우리는 카리콜라 마을 끝에 있는 곰파 아래의 롯지에서 머물기로 했다. 오늘부터는 캠핑 대신에 롯지에서 잠을 자기로 한다.

롯지에 도착해서 쿡 다이와 주방에서 럭시를 마시고 샤워를 했다. 샤워 후 롯지 뒤에 있는 곰파에 갔더니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들린다. 곰파의 마당에 앉아 카리콜라 마을을 바라보며 지난 여정을 되돌아본다.

 

 

 

다시 롯지로 돌아와보니 고양이가 부뚜막 바로 앞에서 찜질을 하고 계시고 사우지는 버팔로 우유를 가져오셨다. 한국에서 늘 팩에만 담긴 우유를 보다 이런 통에 담겨진 우유를 보니 더 신선해 보인다.

 

 

 

지난밤..아주 오랜만에 침대에서 잠을 잤다. 캠핑을 하면서도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간만에 침대에서 자고 나니 편한건 사실이다.

 

트레킹 34일째, 오늘은 카리콜라를 출발해서 눈탈fk(2194m, Nanthalla)~탁신두 라(3870m, Taksindu)를 넘어 링무(2720m, Ringmu까지 운행한다.

오늘 탁신두 라를 넘으면 난 마칼루부터 7개의 고개(케케 라, 쉽튼 라, 투투 라, 살파 라, 메라 라, 팡콤 라, 탁신두 라)를 넘는 것이다.

사실 나야 기껏해야 12~3킬로 정도의 배낭을 매고 걷고 있는지라 대단할 것도 없지만,

25킬로가 넘는 무거운 짐을 지고 7개의 고개를 넘는 스텝들은 정말 대단하다.

출발전에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탁신두 라를 보며..언제 저기까지 가나..하는 걱정에 한숨부터 나온다.

 

카리콜라에서 1시간쯤 내리막 길을 내려오자 주빙(Jubhing)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힘이 쪽~빠져서 혼자 걷고 있는 일본 남자를 만났다.

그는 고쿄리를 다녀오는 길인데 루클라에서 몇일째 비행기를 타지 못해 결국은 파플루에서 JEEP을 타고 카투만두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고쿄리의 열악한 롯지 시설에 대해 얘기하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최악의 트레킹이라고 말한다.

마을 끝에 있는 가게에 들려 귤과 썩기 직전인 바나나를 사서 폭풍 흡입을 하고, 트레킹이 끝나고 스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쓸 봉투를 구입했다.

 

그렇게 니마와 인적이 없는 조용한 길을 따라 눈탈라로 향한다.

눈탈라에 가까워지니 노새 무리를 자주 만난다.

생각해보니 마칼루부터 카리콜라에 올때까지 살파 라 근처에서 딱 한번 노새 무리를 보고 여지껏 노새 무리를 못봤다.

한번에 수십마리씩 지나가는 노새 무리 중에는 나팔 소리처럼 들리는 방귀를 끼며 지나가는 녀석도 있다.

 

 

비교적 잘 정리된 마을길과 조용한 숲길을 따라 다시 오르막을 2시간 정도 오르니 눈탈라(=마니딩마,Mani Dingma)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눈탈라 경찰서 앞에 붙어있는 실종자 포스터이다.

이 사람에 대한 얘기는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다시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가족들이 그를 얼마나 찾고 기다리고 있을까?..

다시 한번 나도 트레킹도 좋지만 항상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점심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롯지 앞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어린 강아지를 만났다.

너무 예뻐 자켓 안에 품고 롯지 안에서 이 녀석이 품에 안기자 마자 잠을 잔다. 그렇게 니마와 럭시를 마시고 있는데 밖에서 이 녀석과 비슷하게 생긴 개가 뭘 찾는듯 눈이 휘둥그레져서 돌아다니고 있다. 직감적으로 강아지의 어미인 것 같아 앞에 데려다 줬더니 아주 눈물의 가족 상봉이다.

새끼 강아지는 어미를 보자마자 젖을 먹고, 어미개는 내가 유괴범인지도 모르고 고맙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주방을 빌려 준 롯지 식당 내부이다. 위생 상태가 많이 불량하다..이해는 하지만..도대체 평소에 청소도 안하고 뭘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하다.

 

창을 마시고 있는데  귤 장사가 왔다. 이번에도 귤을 20개 사서 스텝들과 나눠 먹었다.

네팔의 귤에는 씨가 있어 먹을 때 좀 불편하긴 해도 맛은 아주 좋다.내가 귤 사진을 찍자 옆에 있는 자루를 풀어 안에 있는 고추도 사진을 찍으라고 보여준다.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외국인들에게 이리 친절하게 대해주는 네팔리들은 정말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생각보다 식사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 롯지 뒤편으로 가봤더니 동물 농장이 따로 없다.

 

 

오늘 점심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뚝바를 먹었다. 쿡 다이의 뚝바 맛은 정말 환상적이여서 내일 점심에도 또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탁신두 라를 향해 마을 뒤편의 오르막을 향해 걷는다.

이동 중 너무도 사랑스럽게 생긴 강아지를 봤다. 아~정말 한국에 데려오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강아지다.

 

탁신두 라를 오르던 중 발 아래 눈탈라와 멀리 카리콜라가 보인다.

이 길 위에 서서 이제 곧 트레킹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아쉽기만 하다.

 

다시 길을 가고 있는데 작은 집 안에서 라이족 다이와 고불레까르끼가 우리를 부른다.

들어가보니 둘은 창을 마시고 있다. 니마와 나도 한잔 하기로 한다. 술을 마시면서 보니 라이족 다이가 트레킹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살이 많이 빠졌다.

지난 트레킹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새삼 느껴져서 안쓰럽다.

 

 

 

그렇게 달달한 창을 마시고 다시 탁신두 라를 향해 걷는다. 눈탈라에서 탁신두 라 까지는 끝없는 오르막 길이지만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길이라서 힘이 들지는 않았다. 우리가 늘 해오던 대로 비스타리~비스타리~걸으면 되는 것이다.

 

눈탈라에서 출발한지 3시간. 멀리 탁신두가 보인다. 날씨가 좀 추운 듯 해서 롯지에서 잠시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다시 출발한다.

 

탁신두에서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가파른 오르막 길을 따라 오르니 탁신두 라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아쉬웠다.

카리콜라에서 오늘 갈 링무까지는 하루 이동 거리로 좀 길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낮은 고도에서, 따뜻한 곳에서 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링모까지 가기로 했다.

 

 

 

탁신두 라에서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 길을 따라 링모를 향해 걸으니 흐린 날씨에 아주 영험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불탑이 나온다.

 

 

탁신두 라에서 링모까지는 40~5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이지만 고도차가 1200미터 가까이 난다.

 

숲 뒤편이 탁신두 라 이다.

 

그렇게 카리콜라에서 출발한지 9시간 만에 링무에 도착했다. 링무에서 지리로 가는 길과 파플루로 가는 길이 나뉘어진다.

우리는 불탑 바로 앞에 있는 롯지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 롯지는 니마의 친구 집이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간식을 먹는 시간이다. 쿡 다이가 내가 좋아하는 매운 소스와 함께 감자를 삶아 주셨다.

밀크티와 함께 먹는 삶은 감자는 별미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스텝들과 롯지 식당에 둘러 앉아 럭시를 마셨다.

인심 좋은 사우니께서는 내가 네팔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자 종류별로 다 꺼내서 안주로 먹으라고 챙겨 주신다.

그러다 쿡 다이의 손가락을 보니 검지 손가락을 전선을 감을때나 쓰는 검정 테이프로 칭칭 동여매고 계신게 아닌가..

어쩌다 그랬냐고 물으니 칼에 손을 베였다고 하신다. 얼른 방으로 가서 약통을 가져와서 테이프를 뜯어보니 금새 쿡다이의 손을 잡고 있던 내 손에까지 피가 흐를 정도로 심하게 베여 있었다. 다이에게 왜 나에게 약이라도 달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르고 붕대로 감아드렸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약을 모두 챙겨 드렸다. 그러자 다이가 잠시 얼굴을 돌리시더니 눈물을 흘리신다..그걸 보니 나도 울컥하여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그렇다고 펑펑 울수도 없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다이에게..

"이제 트레킹이 다 끝나서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니 손가락 고기는 음식에 넣지 마세요. 나는 손가락 고기는 안좋아해요"라고 말했더니..

아빠처럼 자상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러고나서 난 롯지 내 방으로 돌아와 침낭 안에서 펑펑 울다 잠이 들었다..

 

트레킹 35일째, 오늘은 트레킹 마직막 날이다.

원래 40일의 일정을 잡고 왔지만 중간에 딱 3일만 쉬었기 때문에 일정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오늘 파플루에 도착하면 내일 스텝들을 집에 보내기로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가고 나면 내가 비행기를 탈 때까지 자비로 롯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 돈이 아까워 스텝들을 붙잡고 있는건 그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것과 같다.

출발..파플루로 가기 싫다..난 이 행복한 여정을 끝내기가 싫다..그래도 가야하니..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마음이다.

파플루로 가는 내내..주변의 풍경보다는 그동안 지나왔던 길에 대한 기억만이 보인다.

 

지난 여정을 회상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쿡 다이가 저곳이 람주라 라(3530m)라고 알려주신다.

다음번에 쿰부 쪽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지리~남체 트랙을 이용해보고 싶다.

 

파플루에 도착하기 전, 치왕(Chiwang)이라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 전화가 터지자 스텝들은 각자의 집에 전화를 하느라 바쁘다.

그러던 중 교장선생님 다이가 아내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침 10시도 안됐는데 아내분이 집에서 럭시를 마시고 있었나보다.

남편은 밖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집에서 아침부터 술이나 퍼 마시고 있냐?! 뭐 이런 내용인것 같다.ㅋㅋ

그런데 비제만 아무것도 하질 않고 있다. 왜 집에 전화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직 휴대폰이 없다고 한다.

 

링모에서 출발한지 3시간 30분..우리는 파플루에 도착했다.

파플루의 어느 롯지에서 머물 것인지 쿡 다이가 알아보시는 동안 다른 스텝들이 길에 서서 쿡 다이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 숙소로 눔부르 롯지를 선택했다. 이 롯지의 젊은 사우지는 아주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신다.

 

 

 

저녁이 되자, 니마에게 스텝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난 니마와 둘이서 밥을 먹고 스텝들과 함께 먹지를 못했다. 난 트레킹 첫날부터 함께 식사 하기를 원했지만 니마가 하는 말이 손님과 함께 밥을 먹으면 스텝들이 불편해서 식사를 많이 하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35일 동안 함께 한 사람들인데 식사 한번 같이 못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오늘은 불편해도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다.

롯지에서 우리는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스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혼자 했던 트레킹이라 혼자서 여러명의 스텝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고작 한명 뿐인 나를 믿고 그 힘든 길을 헤치고 여기까지 와줬고, 나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집에서 기르던 개도 3일을 밥을 주면 그 은혜를 3년 동안 기억한다고 한다. 나의 스텝들은 나를 위해 지금까지 107번의 식사를 만들어줬다. 그런 그들에게 난 30% 이상의 팁을 챙겨줬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이 준 것이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걸어온 길이 어디 보통 길이였나?..그리고 우리 스텝들은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포터 한명이 집에 가버리는 바람에 더 많은 짐을 지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그 금액이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니마가 팁을 전달할 때에는 금액을 말하고 줘야 나중에 스텝들 간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여 그렇게 전달을 했는데 모두들 너무 행복해 한다.

난 스텝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니마가 옆에서 통역을 해준다.

"난 메라피크 정상에 서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 단 한명도 아프지 않고 이렇게 건강하게 트레킹을 마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멋진 산을 본 것 보다 당신들처럼 보석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더 좋았다. 당신들은 내가 평생 기억하게 될 아주 감사한 사람들이다. 마야거르초(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롯지 주인이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밤새 춤을 추며 행복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라이족 다이는 음악만 나오면 바로 댄스머신으로 돌변하시고, 술을 마시지 않는 람은 콜라만 마시고도 무아지경에 이르는 아주 흥이 많은 친구이다.

 

나에게 늘 아빠처럼 포근하게 대해주시던 쿡 다이도 함께 즐거운 밤을 보낸다.

 

이 친구들은 티벳 사람들인데 남체에 장사를 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이들도 함께 춤을 추며 재밌는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스텝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모두들 헤어짐이 아쉬운건지 표정이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스텝들과 사진을 찍는다.

그동안 함께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내가 이들을 구경거리 삼아 찍는다는 생각이 들까봐서 함께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었다.

 

럭시매니아인 라이족 다이. 나중에 나를 카투만두의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가족을 소개시켜주고, 럭시와 똥바를 대접해 주셨다.

 

교장선생님 다이. 수줍움이 많으신 다이였는데, 저 모자는 잊지 못할 것 같다.

헤어질때 그동안 아주 행복한 트레킹이였다며, 다음에 또 함께 하자고 말씀하신다.

 

교장선생님 다이와 나의 네팔 아들이였던 고불레까르끼(비제)

비제는 내가 준 티셔츠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보다. 줄 곧 저것만 입는다.

그리고 나중에 카투만두에 돌아가 엄마(나)가 준 돈으로 핸드폰을 샀다고 연락이 왔다.

 

람의 표정이 아주 심각하다..그동안 나와 가장 많이 정이 들어서 헤어짐이 많이 속상했던 것 같다.

 

나의 완전 소중한 쿡 다이..

물이 있는 곳에서 늘 빨래를 하고 씻던 나에게 자신의 집이 있는 지리에는 물이 잘 나오니 나중에 빨래하러 놀러오라고 하신다.

우리는 다음번에 함께 칸첸중가 트레킹을 가기로 약속했다.

 

 

이제 작별의 시간이 왔다..

스텝들이 검은 비닐 봉지에 카다를 사들고 와서 차례로 내 목에 걸어준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난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람도 울먹이며 울지말라고 나를 다독여준다.

나에게 때로는 아빠처럼, 삼촌처럼, 오빠처럼, 동생처럼 함께 해줬던 이들과의 헤어짐이 슬프기만하다..

그렇게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끝나고..그들이 짐을 챙겨 떠난다..

난 그들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스텝들을 보내고..비행기를 기다린다. 사실 파플루에 올때 비행기 티켓이 없었는데 수단이 좋은 니마가 용케도 티켓을 구했다.

그런데 루클라에 손님이 너무 많아 파플루에는 비행기가 오지를 않는다.

그렇게 파플루에서 무료하게 2일을 보냈다. 니마가 알아보니 파플루에는 비행기가 뜰 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돈은 다 떨어져가고, 무엇보다 씻지를 못하여 몸이 간지러워서 죽을것만 같다.

오후가 되서 갑자기 니마가 오더니 헬기를 탈 것인지 묻는다. 헬기 비용이 워낙 비싼터라 고민하고 있는데, 역시나 수단 좋은 니마가 네팔리 가격으로 헬기 티켓을 구했다. 그것도 외상으로! 그렇게 우리는 헬기로 카투만두에 가기로 했다.

 

파플루의 비행장 역시 네팔의 다른 배행장처럼 아주 작은 규모이다.

루클라의 활주로는 포장이 되어있으나 활주로의 길이가 짧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중에 하나이지만,

파플루는 비포장이나 활주로가 길어 그나마 안심이다.

 

 

드디어 헬기가 온다..

헬기 기장님의 배려로 앞자리에 앉아 네팔의 산하를 감상하며 카투만두로 향한다..

 

 

 

마칼루 B.C~바룬밸리~아룬밸리~메라피크~파플루..

37일간의 긴 여정..한국에 돌아와보니 꿈을 꾼 것만 같다..

때로는 힘이 들고, 불편한 적도 있었지만,

히말라야의 환상적인 모습과 마주하며 자연이 우리에게 무한히 베풀어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갖게 되고,

무엇보다 그 여정을 함께 해준 니마를 비롯한 스텝들을 통해 난 진정한 희생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히말라야에 가기 전, 히말라야 관련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어느 포터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눈이 많이 오면 걷기가 너무 힘들어요. 춥고 배가 고플때도 많아요. 그렇게 슬퍼지면 짐을 내려놓고 펑펑 울때도 있어요"...

 

트레킹...나는 자연을 벗삼아 걸으며 삶의 행복과 진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을 함께 해주는 동행자, 즉 곁에 있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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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3.16 21:41

    첫댓글 나마스떼^^
    가면 갈수록 설악아씨님 마음의 크기가 자꾸자꾸 커지는 것 같아요ㅎㅎ
    쿡다이의 얼굴에 오래전 떠나간 아버지의 냄새가 납니다.
    락파의 진심어린 말에 나의 여정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 포터의 인터뷰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을 듯 하네요..
    잠시라도 행복할 수 있었던 여행기,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작성자 13.03.17 00:46

    참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제가 이제야 좀 철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락파와의 대화를 통해 저 또한 항상 바른 행동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요즘 돌포가 너무 가고 싶은데 혼자 가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엄두가 안나네요..^^;

  • 13.03.16 22:43

    아무나 가기 어려운 코스의 트레킹 사진도 좋고 설명도 좋고,
    무엇보다 설악아씨의 마음씨가 심금을 울리네요.
    캠핑 트레킹을 몇 번 해 보았기에 스태프들의 고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없다면 피크 등반은 물론이고 우리 같은 사람은 트레킹도 힘들 것입니다.
    좋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사진을 정리하고 긴 후기 쓰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 사진을 보니 메라피크는 아니더라도 베이스캠프까지는 가보고 싶네요.

  • 작성자 13.03.17 00:52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으로 제가 어느정도 교화가 된 듯 합니다.ㅎㅎ 야크지기님 말씀처럼 고마운 스텝들이 없다면 히말라야 트레킹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겠죠. 그래서 그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후기를 쓰는게 트레킹 보다 더 힘들었지만, 이리 칭찬해 주시니 참 기분이 좋네요. 그리고 메라B.C 까지만 가셔도 메라피크의 매력에 충분히 빠지실꺼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 13.03.18 06:28

    후기와 사진 잘 보았습니다.
    남성트레커도 하기 힘든 히말라야의 곳곳을 누비고 다니시는
    설악아씨님이 부럽습니다.
    이 다음엔 어디로 가실런지...

  • 작성자 13.03.18 10:13

    감사합니다. 가고 싶은 곳은 너무나 많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아 요즘 마음이 너무도 울쩍하네요.
    후기를 올리다보니 더더욱 히말라야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아쉬운대로 이곳에서 마음을 좀 달래봐야지요^^

  • 13.03.18 09:49

    이 글이 언제 올라오나 기다렸습니다. 설악아씨 마음이 점점 히말라야를 닮아가는군요. 저도 6~7천미터 고도에서 고정자일에 매달려 노란 설사를 흘리며 다니적이 있어서 그 심정 이해 됩니다. 메라피크에 미련두지 마세요. 그 정도면 정상에 선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 13.03.18 10:15

    아~겨울산님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군요. ㅎㅎ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같은 일이였습니다.
    메라피크..정상에 섰더라면 더 좋았겠지만..그래도 행복하니 된거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 13.03.18 10:18

    내용 중 오타도 좀 많고^^; 잘못된 내용이 있는 듯 합니다. 코테에서 탕낙으로 가는 중 보이는 산은 쿠숨캉구르와 짜레파티 라는 산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13.03.18 14:19

    산다는 것이 별것아닌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며 아씨님의 그간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오타가 좀있으면 어떻고 잘못된 내용이 좀 있으면 어떻습니까?
    히말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곳의 따뜻한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네요.
    그걸 느낀 아씨의 감성이 더 대단하구요.

    이곳에서 2003년 발원하여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안나라운딩 , 쿰부, 랑탕을 다녀왔는데
    다시 한번 발원하렵니다.

    무스탕, 돌포, 그리고 ,임자체를 볼수 있기를!!!!

  • 작성자 13.03.18 17:17

    아이쿠. 과찬이세요^^;
    별 볼것 없는 후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스탕, 돌포, 임자체..저도 너무 가고 싶은 곳은데~하늘재님께서도 즐겁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래요^^

  • 13.03.20 18:46

    맑도 시원한 모습이 보이는둣 합니다. 좋은 글과 그림에 감사합니다.

  • 작성자 13.03.20 21:20

    맑은 히말의 산과 하늘에 마음이 탁트이는 느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좋죠. 감사합니다7^^

  • 13.03.20 20:44

    마칼루BC에서 리턴 살파라를 넘어 아룬계곡 그리고 힌쿠계곡과 메라라... 완전 U자형 트레킹이네요. 장장 40일의 여정.
    이스트콜과 웨스트콜을 넘어 훈쿠계곡으로 내려가 메라라로 갔으면 최고의 루트가 되었을 텐데...
    이스트콜(해발 6100m) 넘는 방법을 문의했을때 좀더 자세히 넘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이 일정도 너무나 좋은 일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설악아씨에게 응원을 보내며 다음 트레킹을 기대해 봅니다.

  • 작성자 13.03.20 21:24

    3cols까지 넘었다면 마칼루~바룬 국립공원 환종주가 될뻔 했어요.ㅎㅎ함께하는 이가 좀 더 있었다면 3cols을 넘어 메라피크로 갔을텐데..사실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해요^^; 요즘 다음 트레킹을 어디로 갈지 고민중인데..나중에 많은 조언 부탁 드릴께요. 아~제가 너무도 존경하는 선생님이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너무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 13.03.21 18:13

    가슴이 뭉클하네요. 마음이 참 곱고 아름답습니다. 저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네요. 마음을 맑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 13.03.20 21:26

    사람은 본인이 보고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요. 선생님께서 마음이 곱고 아름다우시니 글 속에 저도 그리 보이나 봅니다..많이 부족한 글..즐겁게 읽으셨다니 기쁘네요.감사합니다~^^

  • 13.03.21 07:42

    사진을 통해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The snow leopard"라는 책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제가 처음 트레킹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되살려 주는 책입니다.
    설악아씨님의 사진과 그림도 웬지 모를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행복하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13.03.23 16:40

    아~저도 등산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은데.. 위에 언급하신 책을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후기를 정리하면서 이번 트레킹을 통해 제가 그동안 몇년 동안 산을 다니면서 얼마나 오만과 가식으로 산을 대했는지 알게 되었고, 이제야 진정으로 산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 같아요. 언급하신 책을 읽어보며 저도 제가 처음 트레킹 했을때의 감정을 되살려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13.03.21 21:52

    아름답습니다.

  • 작성자 13.03.23 16:40

    산과..저..둘 다 아름답다는 말로 듣겠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 13.03.22 12:24

    고생많으셨읍니다.돌아보면즐겁고.아름다운산행이지요.우리들(산꾼들)모두 트레킹떠날때 스텝들을같은동반자
    로.또한 같은트레커로 생각하면.아름다운산행이될수있는걸 다시한번 생각하게될수있는글.잘읽고 사진잘보았읍니다.

  • 작성자 13.03.23 16:42

    네.스텝들과 함께하지 않고 저 혼자만의 트레킹이 였다면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 같아요. 그 분들 덕분에 즐겁고 아름다운 산행이 될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늘 좋은 날 되세요~

  • 13.03.23 10:22

    왠지 글을 읽으면서 동지를 만난 느낌이네요 툼밍타르공항에서의 첫만남이 마칼루와 어룬벨리 트래킹 하는 동안
    그리고 카투만두에서 쉬면서도 소식이 궁금했으니 말입니다. 아주오래전 카투만두 공항에내리면서 본 흰산이 첫사랑을 하는 소녀 같은가슴 두근거림으로 닥아 왔으니 ... 그래서 오늘까지도 그리고 나중에도 히말라야를 가슴에 품고
    살고 싶네요 데래이 단야밧!!!!

  • 작성자 13.03.23 16:45

    아~~~이렇게 여기서 또 뵙게 되니 정말 반가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만날 수 있게되어 너무 좋았는데 시간이 짧아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잠깐 마주친 두 분의 모습에서 히말라야의 너른 품을 본 것 같아서 참 존경스럽고 부러웠었는데..다시 한번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드려요~^^

  • 13.03.25 11:52

    오래전부터 돌포트래킹에 대한 꿈을 안고 있었는데...snow leopard 의 책은 오래전 한국말로 번역되어 "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 이란 제목으로 책방에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너무나 반갑습니다

  • 작성자 13.03.25 20:35

    책 이름이 '설표'라서 돌포 트레킹과 관련이 있으려나..생각했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꼭 읽어봐야 겠어요.ㅎㅎ

  • 13.03.26 10:59

    맞아요 돌포트래킹에대한이야기입니다

  • 13.04.08 13:04

    암튼 대단하신 '설악아씨'!
    장기간의 트레킹을 잘 소화해 내셨군요. 부럽습니다.
    나의 가슴속에 있던 히말라야 잔불(?)이 다시금 활활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 작성자 13.04.30 21:56

    ㅎㅎㅎ제가 불을 지폈으니 큰일이 났네요. 곧 그 불을 끄시러 넓고 높은 히말의 품에 안기러 가시길 기원합니다^^

  • 13.12.09 18:24

    메라피크 검색하다가, 블로그 거쳐 여기까지 왔네요.
    잘못오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ㅎ

  • 작성자 13.12.09 21:00

    잘 오셨어요. 이 카페에 메라피크 뿐만 아니라 다른 트레킹피크나 히말라야 자료가 많이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메라피크에 다녀오신 '씨나'님의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네요. 읽어보셔요^^

  • 14.01.20 17:27

    그저 멋지다는 말밖엔 할말이 없네요...!!!
    아름다운 히말라야 경치와 정감있고 솔직한 후기가 넘넘넘 감동적입니다.
    저도 그동안 미뤄왔던 히말라야 트레킹.... 왠지 맘이 바뻐지네요...!!!
    아주 자~~알 보고 갑니다...

  • 19.01.16 17:36

    저는 쿰부의 콩마라와 촐라 마나슬루 라르카 페스정도 넘어 봤는데 스텝들에게 너무 무신경 했든것 같아요 설악 아씨의 정신력과 고운 마음 씀씀이가 한국의 이미지를 올려주는것 같아 감동 받았습니다 3월에 안나 서킷 하려고 공부하던중 설악아씨의 멋진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 19.10.20 18:21

    이번에 다시 갑니다.
    2014년에 갔다가 기상악화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님의 글은 다시 읽어도 즐겁습니다.

  • 작성자 19.10.21 13:33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금야님^^
    메라피크는 꼭 다시 가고싶은 곳중에 하나인데요. 즐겁고 멋진 시간 보내고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11월 8일에 저의 첫 책 <함께, 히말라야>가 출간됩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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