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여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운동장을 보며
히말라야 깊은 산골에 숨쉬는 그들의 문화를 생각한다.
아침을 먹고 8시 길을 나섰다. 하늘은 맑고 햇빛은 찬란하다.
언덕을 오르자 전망이 탁 트이며 설산이 반긴다.
구르자 히말(GurjaHimal 7,193m)이다.
그 옆에 있는 산이 다울라기리4라는데 가늠이 쉽지 않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추수를 기다리는 다랑이 논과
저멀리 아낙들이 추수하는 모습이 정겹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옛 농촌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오늘 가는 곳이 주게빠니다.
지도 상에는 나오지 않는데 나우라(Naura) 인근 마을이다.
산골 마을이라 몇 집 밖에 없는 곳이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지도를 봐도 없다.
주게빠니는 이름 그대로 거머리가 많은 곳인 모양이다.
강 옆이고 수풀이 많으니 몬순에는 거머리가 창궐하기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머리가 있는 계절이 아니다.
구르자 히말을 보며 능선 길을 따라 오른다.
히말라야의 산허리 길이다.
계속 가면 무리(Muri) 마을로 가지만 무리 마을 못미쳐
강쪽으로 가파른 산 언덕길을 내려 온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화살표 표시를 해 놓았다.
이 화살표를 못보면 어쩌나 걱정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 찾아 오는 걸 보면 기우이다.
오르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고 오른쪽 사면을 내려온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인지 좁다.
겨우 한 사람 지나갈 수 있는 산허리길이다.
한참을 내려오자 아이 둘이 짐승을 돌보고 있다.
사탕을 하나 주자 좋아한다.
트레커가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어서인지 사탕을 달라 소리를 안한다.
미약디 강까지 내려오자 강물 소리가 우렁차다.
현수교가 나와 다리를 건너자 두 갈래 길이다.
직진 길과 왼쪽 길이 있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다.
저 멀리 주민이 있어 소리치며 쳐다보자 왼쪽 길로 가란다.
숲이 무성한 왼쪽 길을 조금 가자 또 삼거리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망설였다.
뒤에 오는 형님을 기다리다 우리 스텝을 만났다.
항상 후미에서 따라오는 포터 대장이다.
왼쪽 길로 가야한다고 해서 가는 데 배가 고프다.
12시가 넘었다. 주방 팀이 오늘 점심을 먹을 물이 있는 장소를 못찾은 모양이다.
가이드는 주방 팀을 따라 갔는지 없다.
조금 가니 안내 지도가 나온다.
주게빠니 1시간50분이란 표시를 보고 강변 길을 걷는다.
시끄러운 강물소리를 들으며 가는데 작은 폭포가 나온다.
시간과 지형으로 봐 여기가 점심 식사하기 알맞은 곳 같은데 주방팀이 없다.
좀 더 좋은 장소를 찾으려고 갔나보다 하고 1시간여를 더 가니
또 안내 지도판이 나온다.
간식을 먹으며 뒤에 오는 형님을 기다린다.
20분쯤 지나자 형님이 포터대장과 온다.
좀 더 쉬었다 다리를 건넌다. 튼튼한 현수교가 아닌 위험해 보이는 다리다.
점심을 먹고 좀 쉬었다가 갔으면 힘들지 않았을 텐데
그냥 마음 졸이며 가다보니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조금 가자 주방팀 람이 차와 비스켓을 가지고 온다.
즐거운 마음으로 차를 마시고 비스켓으로 허기를 때운다.
이미 점심 때는 지났고 주방 팀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실수할 수도 있겠지’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허기를 때우고 20여분 걸어가자 오늘 캠프사이트인 주게빠니다.
점심을 안 먹고 그대로 운행해서 빨리 왔다.
2시30분이다.
볶음밥과 샌드위치,브로콜리 볶음, 생선통조림 반찬이 나왔다.
밥을 먹고 한침이 지나서야 우리 포터들이 우리 짐을 지고 온다.
이들은 중간에 오다가 밥을 해먹고 오느라 늦게 온다.
우리 주방 팀이 밥을 해 주는 게 아니고 포터들은 자기들 밥은 자기들이 해먹는다.
밥을 자기들이 해먹는 조건으로 임금을 계산해서 그런가 보다.
주방 팀이 밥을 해주면 아무래도 가져가는 돈이 적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텐트를 치고 침낭을 꺼내자 눅눅하다.
계속 미약디 강을 따라 가는 길이어서인지 습기가 많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계곡의 캠프사이트라 더 그런가보다.
그래도 잔디가 잘 자란 캠프사이트는 좋다.
저녁에 럭시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있는데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우리의 먼 기억 속에 있는 반딧불이를 보니 반갑다.
어제도 반딧불이를 보았는데 오늘도 보니
새삼 이곳이 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때묻지 않은 풍경이 참 좋아보입니다.
그렇죠~
자연그대로의 모습에 취해 가는거 같습니다~^^
시방을 벗어나면서 보이던 구르자 히말!
사진을 보니 그 설렘이 다시 느껴져 가슴이 뛰네요. 백파님 최고!^^
그때 생각이 절로 나네~ㅎㅎ
엄청난 다랭이밭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