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아침을 먹고 7시 45분 도방을 나섰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까?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니
다시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슴에 추억을 새기고 길을 나섰다.
울창한 숲길을 간다.
올라올 때 본 풍경이 머릿속을 채운다.
도방에서 오늘 점심 먹을 바가라까지는 숲길이 대부분이다.
한참을 가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호텔이 나온다.
간판은 누가 만들었는지 꽤 운치가 있다.
답차호텔에서 차도 마시고 물도 마신다.
안주인이 금방 짜 온 우유로 밀크티를 만들었다.
미약디 강의 물줄기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한다.
올라올 때 본 석청도 다시 올려다본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기 위해 저렇게 가파른 곳에 집을 지었을까?
절벽길에서 올려다보기도 목이 아프다.
가까스로 사진을 찍고 한참을 가니 오늘 점심 먹을 바가라다.
올라올 때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곳이다.
주방팀이 점심을 차려놓고 느긋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발을 편안하게 한다.
모두 도착하자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신 뒤 바가라를 나섰다.
바가라에서 주게빠니 까지는 산허리길이다.
엄청난 높이의 히말라야 산허리에 만든 길이다.
올라올 때는 너무 힘들어 이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에 많이 새기지 못했는데
내려갈 때 보니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가파른 계곡 허리길이 아찔하지만 멋있다.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사람의 공덕이 들어갔을까?
때때로 시원한 바람도 불어 땀을 닦아주고
눈 앞에 탁 트인 풍광이 밀림 숲속을 헤맨 고단함을 한방에 날린다.
일행들도 즐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지
고은 시인의 ‘그 꽃’을 읊으며
고개를 못 넘고 내려가는 아쉬움을 즐거움으로 만들고 있다.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 짧은 시구(詩句)가 우리의 마음을 달랜다.
트레킹이란 의도한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 켠을 비우고 나니 또 다른 즐거움이 찾아든다.
한참을 내려가자 우리가 올라올 때 ‘히말라야 고추’를 산 곳이 나온다.
고추를 백루피어치 사고 얼마가지 않아 오늘 머물 주게빠니에 도착한다.
4시 30분이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아 지도에 나와 있는 나우라가 어디냐고 하니
나우라가 바로 옆이란다.
여전히 우렁찬 미약디 강의 강물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첫댓글 산허리길이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