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에서 춤을 추다
다르방도 계곡에 자리한 마을이라 아침 햇살이 늦게 든다.
7시30분 아침식사를 했지만 출발할 생각을 않는다.
팀스와 퍼밋을 미리 받아라고 준비시켰는데 받지 않아
오늘 이리로 오는 포터가 가지고 온단다.
그리고 등산화도 준비되지 않은 포터들이 있어 그런 포터들을 위하여
등산화도 베니서 사가지고 오느라 기다리는 모양이다.
나그네가 길을 가지 않고 있으니 무료하다.
9시 천천히 길을 나섰다.
다울라기리 트레킹은 다울라기리에서 발원하는 미약디 강(Myagdi Khola)을 따라 오른다. 미약디강을 따라 깊은 계곡이 형성돼 있고
히말라야의 잊을 수 없는 풍경인 다랑이 논이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실핏줄처럼 나 있다.
미약디 강 오른쪽 기방(Khibang)으로 오르려던 계획을
추수철이라 캠프사이트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여
왼쪽 길을 따라 시방(Sibang)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 일정표는 무리(Muri)까지 가는 거지만 그곳까지 가는 건 힘들다고 하여
시방에서 오늘 트레킹을 마치기로 했다.
다르방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자 버스가 있다.
다르방까지만 차가 다니는줄 알았는데 시방까지 버스가 다닌다.
그러나 우리는 걸어가가로 했으므로 가을의 히말라야 햇살을 받으며
미약디 강을 따라 걷는다.
산사태가 난 길이 나오고 조금 가니 집이 몇 채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서 따스한 햇살이 쏟아진다.
추수가 끝난 논밭도 있고 추수를 기다리는 곡식들을 아낙들이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풍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한참을 가니 현수교가 나오고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이 가파른 산에 겨우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냈다.
쉬엄쉬엄 올라간다. 너무 가팔라 차를 타고 싶지 않은 길이다.
가파른 만큼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점점 시야가 탁 트인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청량감을 준다.
한참을 오르니 산허리 길이 이어진다.
좁은 오솔길을 차가 다니는 길로 만드느라 넓다.
나그네에겐 정겨움은 덜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길일 것이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면서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진다.
크게 올 비는 아니겠지 하며 걷다보니 버스가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헛바퀴만 굴리고 있다. 몬순 때 패인 길이 보수가 제때 되지 않으니 차가 다니기 힘들다.
사람들이 다 내려 패인 길을 메우느라 흙과 돌멩이를 넣지만 잘 되지 않는다.
저 버스가 올라갈 수 있을까?
버스를 지나쳐 얼마 걷지 않아 오늘의 점심장소인 다라빠니(1,560m)에 도착했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할머니 옆에 중년의 남자가
옷을 차려입고 할머니와 인사를 하고 있다.
엄마인데 오늘이 생일이라 축하하러 온 모양이다. 모자의 정이 느껴진다.
조금 가니 우리 주방팀이 점심을 만들고 있는 집이 나온다.
황토를 매끈하게 바른 정갈한 집이다.
주방 포터가 레몬티를 내온다.
레몬티를 마시며 집을 둘러보다 안주인의 손맛이 좋을 것 같아 럭시를 주문했다.
그러자 지금 만들고 있는 따뜻한 럭시를 내온다. 맛을 보니 괜찮다.
가이드도 먹어보더니 맛있는 럭시란다.
뒤에 오는 설악아씨 부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며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이 가을에 왠 비란 말인가?
걱정을 하며 있는데 트렉터를 타고 온다.
이곳으로 오는 트렉터를 태워 달라고 했단다.
럭시를 가져오라고 하여 럭시를 마시며 내리는 비를 감상했다.
1시간 정도 세차게 내리더니 멎었다.
다행이다. 비를 맞으며 오후 운행을 하면 어쩌나 했는데....
점심으로 라면과 밥,야크치즈,햄구이 등을 먹고 1시40분쯤 일어섰다.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닌 옛길인 산길을 따라 마을로 난 길을 걸었다.
비가 와서 미끄러웠지만 풍광은 좋다
천천히 걸으며 히말라야의 정취를 즐겼다.
5시 30분쯤 오늘의 캠프사이트인 시방에 도착했다.
캠프사이트는 동네 위쪽에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이다.
쌀쌀하다. 방한복을 꺼내입고 텐트속에 들어가 침낭을 펴고 정리를 하고 나오니
저녁이 나온다.스프와 닭고기 볶음, 밥, 스파게티다.
이번 트레킹 주방팀은 일행인 설악아씨의 전속 주방팀이다.
설악아씨가 마칼루트레킹,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생사고락(?)을 같이 한 주방장이란다. 51살로 쿰부지역에 사는 데 이름이 마카르이다.
음식 솜씨가 좋다. 그래서 우리는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한식을 고집하지 않으니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주로 서양 음식과 네팔 음식 위주로 나왔는데
오히려 한식을 먹는 것 보다 낫다는 의견이었다.
어듬이 내리고 있는데 시방 마을 청년과 처녀들이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WELCOME’이란 글자를 꽃잎으로 쓰고
테두리로 하얀 석회 가루 같은 것으로 장식한다.
그리고 커다란 형광등을 나무 기둥에 매 달고 엠프와 스피크를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의 무대 설치를 보고 있으니 이 산골에 온 나그네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가이드가 이 마을 청년과 처녀들이 도네이션을 받는데 의사를 물어본다.
이미 준비가 다 됐는데 말이다.
공연을 하라고 하자 조악한 엠프지만 그 음악소리에 맞춰 이들 전통 춤을 춘다.
1인무도 추고, 2인무도 추고, 남녀 혼성 4인무도 춘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럭시도 한 잔씩 돌린다.
이들은 손님의 마음을 제대로 훔칠 줄 안다.
1시간여 진행이 끝나고 손님들과 어울려 춤을 춘다.
우리는 이 마을 청년들의 정성에 감동하여 3천루피 가까이 도네이션을 했다.
그들도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텐트로 들어가며 본 밤하늘에
초승달과 별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첫댓글 네팔동네는 welcome을 이 well과 come의 합성어로 취급하여 wel-come으로 많이들 쓰던군요. 자주보니까 그것이 맞는 것도 같구,,
ㅎㅎ^^
형님꺼랑 궁대장님 여행기 보면서 산에 못간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내년에 쿰부 3패스 가는걸로 ~\^^/
시간 맞춰 같이 가야하는데~ㅎㅎ^^
정겹게 웃어주던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금 그리워지네요. 그리고 시방에서의 댄스 파티도 즐거웠구요^^
시방의 댄스 파티는 제대로 하는 것 같았어~ㅎㅎ
오지의 문화를 보는 즐거움이랄까~^^
춤이 멋있었겠어요. 아이들이 역시 정겨워 보입니다
새로운 경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