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울라기리
살라가리도 미약디 강물 소리가 들리는
강가에 자리한 곳이어서 습하고 눅눅하다.
살라가리에는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화장실 텐트를 설치하고
흙무더기를 옆에 두어서 먼저 용변을 본 사람이 뒷사람을 위해 덮고 간다.
우리처럼 화장실텐트를 설치하면 그래도 괜찮지만 모든 팀이 이러지는 않는지
캠프사이트를 조금만 벗어나면 곳곳이 노천 화장실이라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한다.
계곡이 깊어 아직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다.
7시50분 이탈리아 베이스캠프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3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다.
급할 게 없어 천천히 걷는다.
살라가리를 나서자 산사태로 쓸려내려간 거대한 계곡이 나온다.
얼마나 큰 폭풍이 몰아닥쳤는지 어마어마한 산사태 규모에
당시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
엄청나게 큰 산 하나가 쓸려내려 갔을 것이다.
다울라기리를 몇 번이나 넘었다는 가이드 리마는
살라가리에서 이탈리아 베이스캠프 가는 이 길이 숲길이었는데
산사태로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산사태가 날 당시의 폭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날아가고
줄기만 서 있기도 하고 뚝뚝 부러진 모습으로 서 있는 것도 있다.
히말라야의 거대함과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
얼마전(10월 15일전후) 불어닥친 인도양에서 발생한 태풍인
사이클론 ‘후드후드’ 눈폭풍으로 히말라야 일원에서 43명의 사망자를 냈다.
주로 안나푸르나 쏘롱라 인근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고
이곳 다울라기리와 나르-푸에서도 인명피해가 있었다.
그때 내린 엄청난 양의 눈 때문에 지금 다울라기리 프렌치패스가 막혀 있다.
이 고개를 넘기 위해 지금 독일 팀이 길을 뚫고 있는데
성공하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있다.
이처럼 히말라야의 산사태나 눈폭풍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야말로 히말라야 신이 허락하는 것만큼 갈 수 있는 것이다.
산사태 지역을 벗어나 언덕을 오르자 다시 숲길이다.
대나무도 있고 자작나무도 있다.
지난 여름 몬순 때 내린 비의 흔적인 이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우리가 가는 길 왼쪽 편으로 다울라기리 2~6봉 이 있는데
지금 보이는 하얀 설산 너머에 있을 것이다.
오른쪽에는 다울라기리 1봉이 있다.
8천미터가 넘는 산 규모에 걸맞게 깊은 계곡과
거대한 암봉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날씨도 좋고 바람은 땀을 식힐 정도로 차갑지만 추워 움츠릴 정도는 아니다.
모자를 썼는데도 모리가 차가워 상동 아우의 털모자를 빌려 썼다.
털모자를 쓰니 온가가 밀려든다.
고산에서는 머리 목 손 등을 따뜻하게 해야한다.
몸이 차가워지면 감기가 오고 그러면 고소를 맞을 수 있다.
물을 마시고 풍광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눈 앞에 거대한 암벽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눈 앞에 4천미터가 넘는 커다란 암봉이 위용을 뽐내며 서 있고
오르막을 오르면 평평하게 잘 다듬어 놓은 이탈리아 베이스캠프가 있다.
여름에는 푸른 초원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겨울로 가는 11월이라 누런 옷으로 갈아입었다.
작년에 파키스탄 낭가파르밧 루팔 베이스캠프에서 본
루팔 벽과 규모는 비슷해 보이는데 생김새는 사뭇 다르다.
루팔 벽이 좀 더 매끈하게 솟아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어마어마하다. 눈앞에 펼쳐진 이 거대한 벽을 오르기 위해
이탈리아 원정대는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울라기리 신은 이들에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m)는 네팔 북중앙에 위치한
세계 제7위 봉으로 산스크리트어로 ‘하얀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구에 다울라기리가 처음으로 알려졌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졌다.
이는 칸첸중가(Kānchenjunga 8,603m)가 알려지기 전까지 30년 동안 이어졌다.
칸첸중가도 에베레스트가 발견됨으로써 세계 최고봉의 지위에서 내려와 세계 3위봉이 되었다.
다울라기리는 1960년 5월 13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연합등반대가
처음으로 등반에 성공하였다.
이미 주방팀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살라가리에서 3시간 30분 걸렸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메모리얼이 있는
이탈리아 베이스캠프 위를 걸었다.
강인한 히말라야의 풀들과 땅에 바짝 붙어 자라는 나무들이
수목한계선에 왔음을 알리고 있다.
메모리얼을 보며 이들이 다울라기리에 안기기까지 겪었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통과 고독을 생각했다.
묵념을 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왼쪽으로는 빙하가 쓸려내려간 계곡이다.
아직 빙하가 웅크리고 있고 그 위에 하얀 눈이 덮여 있다.
빙하가 꺼진 어마어마한 절벽 길이 보인다.
아슬아슬한 절벽길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내일 그 길 위에 서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갈 것이다.
그 길을 바라보며 계곡을 응시하고 있으니
프랑스팀과 체코 청년들이 일본캠프까지 갔다 오고 있다.
며칠전 부터 길을 뚫기 위해 애쓰던 독일팀은 결국 포기하고 오늘 아침 내려갔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
프렌치패스를 넘으면 그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히말라야 신은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다가라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진을 찍고 내려와 텐트 앞에 의자를 가져와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신혼인 설악아씨 부부가 신혼여행 겸 해서 다녀온
그레이트 히말라야 1구간인 마칼루 칸첸중가 구간을 트레킹 하며
6천미터 고도의 눈 속에서 비박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
이번에 같이 온 가이드와 주방팀은 그때 같이 트레킹한
팀들로 생사고락을 같이 했으니 엄청난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트레킹 루트와는 다르다.
엄청난 체력과 시간이 있어야 하고 경비 또한 만만찮다.
이런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 1구간을 마친 설악아씨 부부는 정말 대단하다.
저녁을 먹고 일근 형님은 별 사진을 찍는다.
다르방에서 본 달은 아주 작았는데 오늘 밤에 뜬 달은 많이 찼다.
그래서 많은 별이 달빛에 숨었다.
하늘엔 수시로 구름이 몰려왔다 흩어진다.
그 빠른 움직임에 여기가 히말라야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다.
밤하늘의 다울라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다울라기리 이탈리아 베이스캠프의 첫날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첫댓글 산사태 장난아니네용~~~~형님 목욜날 뵈요^^
지리산 하나는 날아간거 아닌가몰라~~~^^
히말 고지대에서는 부패도 잘 안되니 한번 설치된 지뢰는 비나 눈에 씼겨지기 전에는 그모습을 오랬동안 유지하겠군요. 그래서 사이트 주변은 온통 지뢰밭일런가?
ㅎㅎ
그러게요~^^
산사태가 어마어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