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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루크라트렉 3일차(Bandhar~Goyam)
- 일자 : 2014. 10. 29(수) - 거리/소요시간 : 16.8km/08:10 - 일정 06:50 아침식사 07:15 출발 09:30 킨자(체크포스트) 11:10 Chimbu 13:13 시티(Sete) 15:25 고얌(Goyam)
어제 저녁 창을 마신 관계로 초저녁에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오전 1시였다. 나홀로 트레킹을 하면 좋은 점은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또 새벽이든 낮이든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어제 뉴질랜드 트레커에게서 받은 지리~루크라 트랙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진행될 루크라까지의 일정을 짜보기로 한다. 지리~루크라 트렉은 트레커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관계로 자료가 별로 없다. 나는 쿰부 12.5만 지도를 가지고 지리에서 반다르까지 독도를 해왔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리에서 루크라까지 5일 일정을 짜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정확한 거리와 시간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예정된 일정이 약간씩 어긋났다. 그런데 우연찮게 어제 저녁식사를 하면서 뉴질랜드 트레커와 얘기하는 도중 지리에서 루크라까지 거리와 시간이 표기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자료와 12.5만 지도를 펴놓고 앞으로 4일 일정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했다. 3일차는 어떻게든 고얌까지 가야했고, 4일차는 붑사, 5일차는 루크라까지 가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이렇게 일정을 짠 이유는 메라피크 등반을 하기 위해 루크라에서 클라이밍 셀파와 오는 11월 1일에 만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최소한 고얌까지 가야했고, 그래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오전 6시 50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배낭 2개를 맨 채 식당으로 갔다. 오늘부터 아침은 밀크티와 삶은 계란 1개만 먹기로 하였고, 이것이면 아침으로 충분했다.
오전 7시 15분에 출발했고, 평소보다 약 30분 정도 빠르다. 고도차가 별로 없는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약 30분 쯤 진행하자 민가 옆에서 염소새끼 3마리가 놀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서니 이상한 듯 멀거니 쳐다본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무심히 쳐다볼 뿐 관심이없다. 관심 없는 모델에게 모델료는 없다..ㅎㅎ
<다정한 염소 두마리>
오전 8시 45분에 카다리 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길이 직진하는 길과 마을로 들어서는 길로 갈린다. 포터가 지나가는 마을 주민에게 묻더니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로 들어서서 마을 주민에게 다시 물어보니 애초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길이 맞단다. 마을과 야산으로 연결된 여러가지 갈림길에서 정확히 독도하여 길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지도보다는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고 찾아가는 것이 최상이다.
<킨자 마을 전 나무 다리>
조그만 계곡에 설치된 나무다리를 건넌 후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킨자포럼 마을이란다. 포럼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킨자가 가까왔음을 알 수 있다.
킨자포럼 마을을 지나니 'Likhu 콜라'를 건너는 철다리가 보인다. 철다리를 건넌 후 조금 더 진행하니 또 하나의 철다리가 보인다. 이번에는 'Kinja 콜라'를 건너는 다리이다. 이 다리를 넘으면 바로 체크포스트가 있고, 이곳이 킨자 마을이다.
<킨자마을>
킨자는 꽤나 큰 마을이다. 등로가 마을 한복판을 가르고, 길 양쪽으로 로지가 도열해 있다. 마을 끝 부분에 있는 Sonam G.h 들러 블랙티와 밀크티를 시켰다. 가격은 2개 합해서 60원으로 아주 싼 편이다.
킨자의 고도가 1,630m이고, 오늘의 목표지점인 고얌의 고도가 3,220m이다. 고도차가 무려 약 1600미터나 되고, 계속 급경사 오르막이다. 아무리 신체가 단련된 포터라고 할지라도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포터 파상을 불러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이곳부터는 내가 나의 큰 배낭을 메고, 너는 나의 작은 배낭과 너의 배낭을 메라고 하니 처음에는 주저하더니 이내 승낙한다.
<킨자 거리>
작년 오뜨루트 트레킹 이후 오랜만에 20kg 이상의 대형배낭을 메본다. 내가 나의 큰 배낭을 짊어짐으로서 여러가지 이득이 생겼다. 첫째는 포터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본업이 짐을 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포터가 25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나는 10kg도 채 되지 않은 배낭을 메고 계속 진행하면 미안해질 수밖에 없다. 두번째, 앞으로 며칠 후면 메라피크 등정을 해야 하는데 큰 배낭을 메고 진행하니 저절로 체력단력이 된다. 세째, 포터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큰 배낭을 메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다. 1석 3조라고나 할까..ㅎ
킨자 이후 등로는 급경사 오르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티벳과 메라피크 등반을 하기 위해 미리 체력단련을 한 덕분인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큰 배낭을 메고 진행하니 불편한 점은 사진을 자주 찍을 수 없다는 것과 메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네팔 창의 원료>
등로는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졌고, 계속 걷다보니 힘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로지 두채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이곳이 Chimbu였다. 킨자에서 침부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고, 고도차는 600미터이다. 그런데 한번도 쉬지 않고 1시간 30분만에 올라왔다. 오뜨루트 기준으로 보면 남자들이 배낭 25kg 정도의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막을 오르면 시간당 300미터 정도 고도를 높였다. 그런데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시간 당 400미터의 고도를 높였으니 오버페이스였다. 오버페이스가 되면 휴식을 충분히 갖던가 아니면 속도를 늦추면 된다. 그래서 아직 11시 1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왼쪽에 있는 로지에 들르니 달밧밖에 안 된단다. 그래서 오른쪽에 있는 로지로 가서 물어보니 '짜파티'와 '티벳브레드'가 된단다. 나는 '짜파티'가 짜파게티 비슷한 음식인 줄 알고 시켰더니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밀가루로 반죽을 한 후 납작하게 밀고, 그것을 그대로 프라이팬에 넣고 구웠다. 짜파티는 2개를 만들었고, 케찹과 칠리를 함께 내놓았다.
<짜파티 - 2개 중 1개만 먹음>
맛이 있을리 없다. 억지로 한개를 먹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달밧을 시킬 걸... 가격을 물어보니 물1병과 함께 400루피란다. 깜짝 놀랐다. 물이 100루피인데, 그러면 짜파티가 300루피라는 것인데, 이곳 물가에 비해서 상당히 비쌌다. 나의 표정을 보더니 파상이 주인과 한참 얘기를 나누더니 300루피만 달란다.
이후 파상이 그 내막을 알려 주었다. 자기가 밑에 마을에서 짜파티를 먹었었고, 가격이 200루피였는데, 300루피는 너무 비싸다고 하니 100루피를 깎아주었다고 한다. 내가 자기 일을 도와주니 말을 하지 안해도 내 일을 도와준 것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심전심으로 서로 통한 것이다.
<다랑이 논>
침부에서 시티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이다. 점심 후에는 속도를 약간 떨어뜨려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은 계속 되었지만 킨자~침부 구간보다는 경사도가 떨어져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1시간 정도 진행한 후 휴식을 취하려고 배낭을 내려놓고 앞을 보니 마을이 하나 보였다. 파상에게 물어보니 시티란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쉬지 않고 걸으니 1시간 30분 거리를 1시간만에 왔다.
시티는 고도가 2,570m이고, 이곳에서는 고도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바람이 차갑고 거셌다. 동네 앞 논에는 쟁기갈이가 한참 진행중이었고, 이곳에서 특이한 것은 소 두마리를 이용하여 쟁기질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소 한마리를 이용하여 쟁기질을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소가 우리나라 한우에 비하여 덩치가 작기 때문인 것 같다.
오후 2시가 되자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커버가 부족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나의 큰배낭은 다시 포터에게 넘기고, 판초우의를 걸치고 진행했다. 오후 2시 30분에 낙조마을에 도착했고, 이곳은 로지가 5채밖에 되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비구름을 가득 머금은 하늘은 금새 소나기를 퍼부을 기세다. 파상은 먼저 출발했고,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안개가 자욱하여 시야가 10미터 정도 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하지만 등로는 뚜렷했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끼를 입은 나무>
오후 3시에 Numbur에 도착했다. 등로가 맞나싶어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길이 맞고 곧장 진행하면 고얌이 나온단다. Numbur에서 조금 올라가니 걱정이 되었는지 파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고얌을 향해 출발하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오후 3시 25분에 고얌에 도착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로지에 들어갔다. 시설은 우리나라 60~70년대 시골보다도 못했다. 와이파이는 물론이고 충전도 되지 않았다.
<로지 주방 - 밖은 추워도 이곳은 따뜻함>
로지 주인이 방을 안내해 주었다. 그러나 방은 창틀 사이에 공간을 제대로 막지 않아 외풍이 무지막지하게 들어왔다. 쥔장에게 말해 방을 바꿔달라고 했고, 이번 방은 조금 나았다. 저녁은 야채 포테이토를 시켰는데 감자를 제대로 익히지 않아 씹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여러가지로 최악이었지만 이런 것도 오지트레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불편함이었고, 현대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한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고, 또 다른 세계였다.
<로지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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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정보 자세한 후기 고맙게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