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의
취지문입니다.
전체적인 맥락과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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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청소년 창의 서밋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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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창의서밋에 초대합니다
<하자센터의 전환>
하자센터의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입니다. 하자센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일/놀이/학습이 통합된 문화작업으로 청소년들을 초대하였습니다. 많은 십대들이 하자센터라는 문화적 토양에서 문화와 창의의 시대,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오는 10월, 하자센터는 청소년 창의센터로 공식 명칭을 변경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시대는 ‘청년 실업’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 무한경쟁 속에서 한 개인이 서로를 돌보며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회는 활력을 잃고 있고, 창의성은 급격히 고갈되고 있습니다.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장소가 없고, 삶을 도약하게 할 수 있는 창의성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자센터는 청소년 창의센터로 전환하면서 이 시대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사회 재활력화를 위한 창의허브 오픈>
10월 ‘하자 창의허브’가 새로운 건물에 들어섭니다. 이 공간은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모으고, 네트워크와 교류를 통해 서로 기운을 소생시키고, 상호돌봄과 협동을 통해 창의적 배움, 창의적 활동, 사회적기업 등 새로운 형태들을 만들어가는 장을 열어갈 것입니다.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일, 돌봄과 감정적 유대감이 순환하면서 사회를 활력화하는 자원을 만드는 다양한 흐름들을 연결합니다.
‘하자 창의허브’에서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세대간, 계층간, 성별간 경계를 넘어 만나고 결합합니다. 개인화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함께 하는 삶’의 기적을 다시 맛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혼자 작업에 몰입할 수도 있고, 때로는 함께 차를 마시고, 세미나하고, 파티도 하고 전시하고, 여행가고, 사업 구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구조화되면 곳곳에서 삶의 활력을 만들어내고 서로 공유하면서 우리의 삶을 업그레이드합니다. 도시와 농촌을 연계하고 지구촌을 연결하면서 ‘활기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허브는 바로 21세기 삶디자인의 공간 모델이자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일 것입니다. 서로의 인연을 연결시키면서 삶을 바꾸어가는 창의성의 장이 됩니다.
<청소년 창의서밋 개최>
이번 창의서밋은 청소년 창의센터로의 전환과 ‘하자창의허브’ 오픈을 서로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창의성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열어갑니다. 동시에 국내외의 현장에서 실천적 과제들을 창의적으로 풀어온 활동가들이 서로 사례를 나눕니다. 현재의 문제를 풀어간 경험을 나누면서 공동의 미래를 모색하고 서로의 꿈을 연결합니다. 함께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글로벌 현장들을 네트워킹하고 서로의 작업을 지속해나갈 방안을 고민합니다.
이번 창의서밋은 하자센터가 향후 10년 동안 해나갈 활동들을 같이 해 나갈 파트너들을 찾는 장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서로의 동료를 찾고 이후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공동의 과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 창의성을 더하여 활력을 일으켜 낼 수 있는 실천적 방안들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2. 창의서밋의 경과와 주제
<그 동안의 경과>
하자센터는 2008년에 창의센터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예비 창의서밋을 개최하였습니다. 하자센터는 창의서밋의 방향을 모색하면서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창의성에 대한 상은 서로 동상이몽일 정도로 판이합니다. 서로 생각하는 창의성의 상을 드러내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창의성을 모색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비 창의서밋의 주제는 “창의성 뭥미?”라는 질문을 통해 창의성이 무엇인지 탐색해보려고 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창의성은 주로 기업 생산성 측면에서만 연결되어 왔고 강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좁은 창의성 개념 안에서 교육에서 창의성을 개발하는 작업을 의미를 찾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예비 창의서밋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창의성을 시대적 과제와 연결시켜 보기도 하고 우리들의 일상과 삶과 연결시켜보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창의성이란 단기적인 이윤 창출의 문제라기보다는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문제 발견과 해결 의지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1차 서밋은 확대된 창의성 개념을 국내외 창의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자리였습니다. 1차 서밋은 ‘창의성, 위기의 삶을 만나다’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창의력은 사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특히 사회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잠재력을 높이지 않고서 교육, 나아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1차 서밋은 창의성이 우리의 삶과 만나게 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문제의식임을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OECD CERI(Center for Educational Research & Innovation)의 책임연구원 David Istance는 “오늘날 세계 각국의 근대적 학교들은 창의성에 적대적”이라는 주제의 연설로 참가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홍콩대학 문화정책연구소 소장 Desmond Hui, 홍콩창의성학교의 디렉터 May Fung, 일리노이대학의 Nancy Abelmann, 모스크바 국제 영화학교의 교사 Olga Fagradian, 핀란드 옴니아 직업학교의 교장 Juha-Pekka Saarinen, 네팔의 사회적기업 3Sisters의 Bijaya Chhetri와 Lucky Chhetri, 일본의 사회적기업 Center for Active Community의 대표 Hattori Atsuko, 교토 랩의 대표 Tomohiko Okabe, 소다테아게넷의 Kei Kudo, 아소봇의 Takeshi Ito, ISL의 디렉터 Ken Ito 등 국내외에서 창의적인 배움터와 일터를 만들어내고 마을을 풍요롭게 해내는 교사와 사회적기업가, 학생, 연구자들이 대거 모여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갔습니다.
<2010년 창의 서밋의 주제: ‘지속 가능성’>
올해 2010년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창의성’입니다. 인류에게 다가오고 있는 위기는 창의성이 발현되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발현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삶의 공간과 환경이 점차 고갈되고 있는 상황은 지속가능한 창의적 환경에 대한 논의를 아주 중요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터넷 창업을 했던 ‘창의적인 인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시장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창의적 작업을 했던 디자이너들도 직장을 떠나 골방에 들어가 있기도 하며, 문화작업을 했던 이들도 점차 외톨이가 되어 가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발랄하게 창의적인 활동을 할 나이의 십대 청소년들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점점 더 입시경쟁에 묶여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 생산자가 되겠다고 열광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업을 해보자는 사회적 에너지가 급격히 사라지고, 최근에는 일을 찾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청년실업 시대의 희생자로 우울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필요로 합니다.
2010년도 주제를 ‘지속가능한 창의성’으로 잡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상황과 상관적입니다. 한명의 창의적 인재가 수천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창의 산업 시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 한 명의 창의적 인재는 실은 무수한 다양한 창의적 동료들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창의성은 결코 동료와 사회에 대한 헌신의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 기업가 정신과 테레사 수녀의 헌신적 돌봄의 정신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부자 되기’와 ‘성공’을 의미하는 창의성과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아는 창의성 사이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어가 놓여 있습니다.
창의적인 인재들은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기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거침없는 상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율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면 집중력이 강하고 자신감과 도전정신, 그리고 실험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재는 어떤 토양에서 자랄까요? 호기심 어린 질문을 물어도 무시당하지 않는 환경, 실패를 좀 해도 스스로 배울 능력이 있다고 믿고 간섭하지 않는 환경, 스스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환경, 그런 돌봄과 신뢰의 환경에서 끊임없이 도전이 실험하는 에너지와 용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질문을 던져도 되는 상호신뢰와 상호 학습의 시공간입니다.
우리는 사회학자 리차드 세넷이 표현한 바대로 ‘표류하는 개인, 소멸하는 열정’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헌신하는’ 가치, ‘더불어 하는’ 경험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자기를 위해 헌신하는 외톨이의 시대에는 창의성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만일 기쁘게 하고 싶은 대상이 없다면 창의적 인간이 나올 수 있을까요? 입시전쟁에서 이기는 자녀를 만들기 위해 쉴 틈을 주지 않고 스케쥴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어머니의 아이가,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 어머니의 자녀가 과연 창의적일 수 있을까요?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안한 상황에 있는 아이가 과연 호기심어린 마음을 잃지 않는 존재로 커갈 수 있을까요?
이번 서밋의 주제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사회적 헌신성이라는 주제로 모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판의 경쟁으로 끝을 내는 입시 역량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시간에 따라 축적 되는 의미 있는 경험과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창의성은 '나 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을 발견하게 될 때, 자기만을 볼 수 있는 거울이 아니라 타인 속에서 자신을 볼 줄 아는 거울을 갖게 될 때 샘솟듯 터져 나오는 어떤 능력임을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일생을 살아가는 바탕이 될 자활 경험과 창의 노동이 무엇인지, 이런 일과 배움을 통합시킬 수 있는 드림 스쿨이 생겨날 수 있는지, 또 현장에서 이런 일을 구체화해 본 프로젝트와 사례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2010 창의서밋을 통해 우리 자신들의 감각과 사회적 지평을 활짝 열어갈 힘과 열정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