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편안하고 푸근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고 있다.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은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기도 한다. 참으로 꿈같은 일이다.
이전에는 어땠냐? 전혀 그렇지 못했다.
늘 새벽 6시 30분에,
“선빈아, 일어나. 지금 안 일어나면 지각이야. 또 안 깨워. 지각해도 나는 몰라”
라는 아내의 고함 소리에 놀라 잠을 깼고, 30분 후 7시에는 또,
“선형아, 정말 계속 잘래? 그러다가 버스 놓치면 오늘 또 지각이야!”
하는 천둥소리에 가슴을 졸였으며,
다시 30분 후 7시 30분에는 또,
“선린아, 빨리 일어나. 친구들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맨날 네가 늦잖아”
하는 외침에 나까지 덩달아 일어나야 했다.
매일 아침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 - 큰 아들이 집을 떠나 네 번에서 세 번으로 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집안을 꽝꽝 울리는 고함 소리에 눈을 떠야하는 생활이 과연 어떻겠는가? 누워있어도 자는 게 아니고 놀라 일어나도 귀가 멍멍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런 세월을 한두 해도 아니고 10년 넘게 지속해 왔으니 우리 집도 참 딱하게 살아왔다. 이제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긴 했는데 며칠 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 거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아이들을 깨우는 방법은 과연 고함을 질러대는 것밖에 없을까?’
아내에게 은근히 이런 제안을 해 보았다.
“여보, 아침에 아이들 깨우는 방법을 바꿔 봅시다. 매일 소리를 질러도 달라지는 게 없잖아. 한 번에 일어나는 일은 없고 매일 몇 번씩 고함을 쳐야 겨우 일어나니 힘들어서 되겠어? 당신 목도 아플 텐데 앞으로는 조용히 깨우는 방법을 써 보자고. 내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는 나를 깨울 때 큰 소리 치시지 않았거든. 내가 스스로 잘 일어나는 아이도 아니었어. 앞으로 목청 높이지 말고 조용한 목소리로 ‘지금 O 시 OO 분이거든. 언제 일어날 거야?’ 이렇게 속삭여 보라고.”
그렇게 한 마디 하고 말았다.
그 다음날부터 아이들 기상 시간이 돼도 집안이 조용하다. 나는 늦잠을 자느라고 며칠간은 그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 날 마침내 우리 집 아침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도 늦잠을 잔 후 느긋하게 일어나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요즘 아침이 꽤 조용해진 것 같네.”
“네. 그래요. 작은 소리로 깨워도 아이들이 잘 일어나네요. 참, 신기하네.”
“그래? 세상에...... 희한한 일도 다 있군. 나는 그저 그런 방법이 어떨까 했던 거지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어. 덕분에 나도 평화로운 아침을 맞네. 당신과 아이들에게 모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