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잘 보내셨나요? 모두 안전하게 마무리 잘 하셨겠지요?
이번 겨울은 제가 느끼는 특이한 점이 몇 개 있네요. 그 중에 하나는 날씨인데요. 이제까지 스키를 타 오면서 이렇게 눈을 못 본 것은 처음입니다. 강원도권에 있는 분들이야 그래도 눈을 봤을테지만, 수도권은 쌓인 눈을 보지 못했을 정도네요. 눈이 많은 캐나다 쪽 스키장도 그렇다니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츠 속 발가락이 시려와 해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의 겨울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제가 열심히 타던 매니아 생활을 떠난 후(10여년 전)부터는 여러 스키장에 다니는 것을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 해는 다른 스키장에서 며칠 탔는데, "여기가 산이구나, 여기가 스키장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산도 그리워하며 스키장을 찾게 되니 제 스킹의 지향성도 바뀌는 것 같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인데, 5년여 이상 지속했던 하이브리드 스킹에서 새로운 기술의 스킹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가을 '뵐클 아카데미'에서의 강의 때 말씀 드린 부분입니다만, 국내에서도 스킹기술의 변화의 흐름은 기선전 이후로 바뀌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고, 월드컵 기술의 경향과 그 영향을 피력만 했습니다. 물론 없던 기술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던 기술이이기도 합니다. 어떤 패턴을 지향하느냐의 차이지요.
카빙스키가 나오기 이전에는 일반인들이 스키를 타면서 간과했던 중요한 몇 가지 포인트들(중심이동, 낙하, 축의 중요성, 두 스키조작 등)이 근래의 하이브리드 스킹시대를 거쳐오는 동안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한참을 끌고 오더니, 올 해는 주제를 살짝 바꾸게 됩니다. 저는 이런 변화의 반복들이 '스키 기술의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가 지나가며, 기존의 것이 더욱 발전되어 다시 나타나는 것 말입니다.
이렇게 다시 대두되는 것이 10 여년 전후에 구사했던 외측주도, 외향경, 압력의 가중. 이런 것들이죠. 다만 하이브리드 스킹 시대를 지나온 덕에, 단순했던 과거 단어들의 기술과 내용이 더욱 발전되어 출현됩니다. 그것은 지도법의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인데, 하중의 방법이나 외측주도성이 더욱 세분화되며 깊이 있게 설명되었고, 그것을 제 몸에 넣으려 노력하는 한 시즌이 되었습니다.
최근 위와 같은 기술의 변화는 '장비의 변화에 따른 월드컵 기술의 반영'이었습니다.
이전에 카빙스키가 처음 출현하면서 변화된 스키의 모양에 따른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기술을 계속 찾아왔지요. 그러다 하이브리드 스킹, 축의 강조, 중력에 의한 낙하 등, 스키의 움직임을 주로 그 위에 실린 체중의 이동으로 휘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기술이 주가 되었는데, 그것은 가장 강하고 빠른 스킹이라기 보다는 몸에 무리가 없는 효율적인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의 스키 기술은 운동신경이나 근육이 발달한 젊은 남자에게만 유리한 운동이라는 관념을, 관절이나 근육을 덜 쓰게 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스키에 단순하게 적응하게 하려 했던 것이죠. 또 초보자도 다시 스키장을 쉽게 찾게 하자는 뜻도 있었구요.
그러나 월드컵에서 장비의 규제가 다시 바뀌면서 위의 기술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문의 세팅이 회전반경을 25m로 해 놓는데, 선수들의 스키의 회전반경은 30~35m로 규제하니까 몇 년 전처럼 풀카빙으로는 기문을 통과하지 못하니, 턴 전반부터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스키딩기술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턴 초반부터 스키에 압력이 강하게 생기게 하는 외향경의 사용을 강하게 해서, 스키를 휘는 노력을 해야만 긴 회전반경의 스키를 기문 세팅에 맞게 돌릴 수 있게 되었죠.
그것이 '슈템'에서 전반에 테일을 벌리는 기술인 '턴 전반의 방향을 유도하는' 기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슈템과 기초패러렐의 턴 전반부 기술이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위 기술의 신체 모양은 전반부터 약간의 '외향경'을 만들게 되고, 그것은 스키의 압력의 시작을 가져오게 합니다. 그 결과 턴 후반에 스키는 더 많이 휘게 되고, 반발력이 커져 다음 턴으로 더 큰 가속이 생기는 원리도 됩니다. 이렇게 장비와 기문의 세팅에 맞는 상황에서 비롯된 기술체계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일반스키 기술도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위 기술은 월드컵에서 기문을 풀 카빙으로 돌 수 없으니 사용하게 되는 기술이어서, 프리스킹에서는 그다지 강하지 않게 타도 됩니다만, 상급자로 갈수록, 그리고 시합이나 시험에서는 스키의 다이나믹성을 요구하니 새로운 성향의 기술 지향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그러나 레이스 스키보다는 편하게 타도 되는 기술 스키가 턴 전반에 외향경의 양이나 타이밍의 기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지도하는 분들이 지시를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한국의 레벨2 시험에서도 '외향경'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걸 보고 턴 전반부터 후반에 '보여주기식 외향경'을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또 외향경이란 말을 들은 일부 스키어들은 시즌 말에 과도하게 하고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과거 내향, 축, 이런 말들이 오갈 때 잘못 구현하고 있던 스키어들 때가 오지 않도록 되어야 하겠습니다. 외향경이던, 기울기던, 턴의 크기나 사면의 기울기에 맞지 않는 양은 감점의 대상은 분명하니까요.
또한 강한 외향경이나 무릎의 굴신을 통한 스킹은 여성이나 시니어에게는 데미지를 주는 스킹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지금의 스키 기술이 ‘이거다’ 라기 보다는 상황에, 사면에, 그리고 스키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탈 수 있다면 그것이 베테랑이 아닐까 하네요. 즉 내향, 정향, 외향의 상황에 따른 선택사용은 보다 다양한 사면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력과 사면의 기울기에 따르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낙하는 영원할 것입니다. 스키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내려가는 움직임을 하고 있는데, 신체가 멈추면 안되겠지요. 종종 스키어들은 스키가 좌우로 회전하며 턴을 한다는 생각에 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중력에 따르는 신체의 낙하를 잊곤 합니다. 자연에 따르는 신체의 움직임은 좋은 스킹을 낳게 하지요. '신체를 자연에 맡긴다'고 생각하면 스킹에서도 '道'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카빙, 카빙'
'카빙'이라는 용어는 '오직 두 스키의 날 자국'이라는 의식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월드컵에서 풀 카빙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그런 스키의 컨트롤 방법이 기준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냥 스키의 날이 서기 시작하면 카빙이지요. 그것이 '날 자국'을 그리느냐, '스키딩'을 하느냐는 양의 차이지, 양자를 두고 한 쪽만이 카빙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카빙이냐 아니냐' 보다는 '카빙성이 많으냐 적으냐'로 이야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새로운 흐름에 빨리 따르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흐름에 다가서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점점 더 좋은 지도방법을 찾아내는 게 지도자들의 할 일이고, 그 느낌을 신체가 기억하게 하는 것이 여러분들의 할 일이겠죠.
이제 몸으로는 따라서 표현기가 벅찬데 스키를 배우고 익힌다는 재미를 알아서인지, '스키기술의 변화와 발전'이 항상 제 발목을 잡네요....
첫댓글 테드가 스키계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듯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선수가 우수한 선수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카빙스키 처음 나올 때는, 자기 키보다 짧은(당시엔 말도 안되는) 회전스키를 용기있게 먼저 사용한 선수가 치고 올라왔지만,
이번에 테드는 (바뀌기 전에도 잘 탔지만)장비의 스펙이 바뀌며 타 선수들과 동시에 적응했는데도 우수한 기술을 보이는 것은 그 만의 뭔가가 있겠죠.
우리들은 또 그런 선수를 연구하는 것이구요.
겨울이 끝나나 싶더니, 벌써 봄에 익숙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