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의 양명학자 이건창(李建昌 : 1852~98)의 시문집.
20권 8책. 활자본. 동생인 건승(建昇) 등이 유고(遺稿)를 정리하고, 중국에 망명해 있던 김택영(金澤榮) 등이 1917년 남통주(南通州) 한묵림서국(翰墨林書局)에서 간행했다.
권두에 김택영의 서문, 권말에 이건승과 안종학(安鍾鶴), 중국인 이엽(李爗)의 발문이 있다.
체재는 권1 부(賦), 권2~6 시 419수, 권7 상소문, 권8~11 서(書)·서(序)·기(記)·논(論), 권12 발(跋)·설(說)·서사(書事), 권13~16 잡저·제문·애사(哀辭)·가전(家傳)·전(傳)·명(銘)·찬(贊), 권17~20 행장·행략(行略)·사략(事略)·묘포(墓表)·가지(家誌)·묘지(墓誌)·묘지명·묘갈명·보유로 되어 있다.
시는 15편으로 나뉘어 각각 제목이 붙어 있다. 시는 대부분 서구 제국주의의 침입에 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우국(憂國)·애민(愛民)의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서, 여러 지방을 암행하거나 외직(外職) 또는 귀양갔을 때, 백성의 고초를 보고 읊은 시가 많다.
〈전가추석 田家秋夕〉은 시골의 가난한 농민들이 추석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농촌의 피폐상을 절실히 묘사하고, 농민의 원망을 처절하게 그렸다. 대의(大義)를 논한
〈육신묘 六臣墓〉, 단발령을 피해갔다가 세밑에 집에 돌아와 죽지 못해 머리를 깎아야 하는 지경을 만났다고 한탄한
〈잡제 雜題〉 등에서는 사대부로서의 몸가짐과 의리 정신을 그렸다.
〈의론시정소 擬論時政疏〉는 갑오개혁에 대해 수구(守舊)적인 입장에서 올린 것인데, 실리(實理)·실사(實事)·실심(實心)을 강조했다.
〈답우인론작문서 答友人論作文書〉는 글짓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친구에게 그 방법을 설명한 글이다. 먼저 뜻[意]을 세워 전체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관통될 수 있도록 하고, 다음에 말을 꾸미라고 했다. 수사(修辭)에서는 한자 한자를 조심하되 각기 알맞은 행(行)과 자구(字句)를 선택하고, 그런 다음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철저하게 고쳐나가야 제대로 문장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심(心)에 근본하여 문장도 짓고 정치도 하고 경술(經術)도 세운다고 하여, 심학(心學)에 바탕을 둔 문학관을 피력했다.
〈상발산성이부대영서 上鉢山成吏部大泳書〉에서는 학문의 근본을 심학이라 하고, 의리심(義理心)은 곧 양명학의 양지(良知)와 같다고 했다.
〈송박오서행대지연서 送朴梧西行臺之燕序〉에서는 화려한 궁실 속에 이용후생의 도구가 전혀 없음을 개탄하면서, 사행(使行)의 임무가 이용후생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매하과록서 征邁夏課錄序〉는 성리학에 가탁(假託)한 그의 양명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그는 성리학의 요체는 글을 읽어서 앎에 이르는 것과 마음에 두어 성(性)을 기르는 것이라고 파악했는데, 이는 곧 양명의 치양지(致良知)를 달리 말한 것이다.
〈역권서 易圈序〉에서는 어려서부터 〈대학〉 중에서 뜻[意]이 마음[心]의 근본이 되고 앎[知]이 뜻의 근본이 된다는 내용에 의심을 품어, 당시까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여 저자의 양명학적 사고가 잘 드러나 있다.
〈당의통략서 黨議通略序〉에서는 당쟁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려는 학문적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원론 原論〉은 붕당의 원인을 지적한 글로서, 〈당의통략〉과 흐름을 같이하는 글이다. 중국 붕당의 예를 살피면서, 우리나라처럼 수백 년 동안 나라 전체가 몇 개의 붕당으로 나뉘어 그 시비를 가리기가 지극히 어려운 경우는 없다고 하고, 당대의 사대부 문화가 전체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붕당의 원인을 도학태중(道學太重)·명의태엄(名義太嚴)·문사태번(文辭太繁)·형옥태밀(刑獄太密)·대각태준(臺閣太峻)·관직태청(官職太淸)·벌열태성(閥閱太盛)·승평태구(昇平太久)의 8가지로 보았다.
〈청은전 淸隱傳〉에서는 김시습(金時習)과 김인후(金麟厚)의 일생을 다루어 난세를 살아가는 선비의 처세와 심정을 밝히려 했다.
〈역설참의 易說僭疑〉는 전통적인 주자학 체계에 반발하여, 음양오행설을 배척하고 태극설에 깊은 회의를 보인 글이다.
〈백이열전비평 伯夷列傳批評〉은 〈사기 史記〉의 백이열전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했다.
〈명미당시문집서전 明美堂詩文集敍傳〉은 자신의 일생과 소감을 솔직 담백하게 적은 것이다. 이 책은 개화기에 강화 출신의 양명학자들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한문학에 있어서도 높이 평가되는 이건창의 사상과 문학을 검토·연구하는 데 중요한 문헌이다.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