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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변에, 특히 다리 밑에, 오물을 버리거나 쓰레기를 태우거나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심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버리기는 해야 하는데 동네에 마땅한 쓰레기장이 없다. 쓰레기장이 있어도 적절한 처리를 한 다음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비용이 든다. 과거처럼 냇가에 내다 버리면, 특히 다리 아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더없이 좋은 조건이니, 비가 내릴 때 쓸려 내려갈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일까요? 이 수로가 과거의 자연하천이었을 거라는 추측은 나도 이미 하고 있지만, 농사꾼에게 자연하천이란 옛날부터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존재였을테니 쉽게 바뀌지 않는 버릇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수로는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인공의 시설이라는 개념보다는 옛날의 냇가를 대체하는 정도의, '쉽고 편하게', '누구나 오염시켜도 괜찮은', '공공의 것'이라는 개념이 아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경우 '공공의 것'이란, 권리 주장을 할 때에만 내 것이고 의무가 논의될 때에는 내 것이 아닌, 그야말로 '비극의 공유재산'을 말합니다. '물을 끌어다 쓸 권리'를 주장할 때에는 당당한 '내것'이지만, "깨끗하게 유지할 의무는 공공기관에게 있다"며 자기 것이 아니라고 발뺌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자세로 보입니다.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우선해서 지급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부끄럼 없이 받을 자격이 있는 이른바 '공익농민' 또는 '사회적농민'인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지요. _ 양괴리 괴동마을 - 괴동마을 회관 옆 정자에서 잠깐 쉬는데, 유리창과 샛쉬로 둘레를 모두 막아버린 정자 안에 어쩌다가 새 한 마리가 들어가서 도무지 나오지 못하여 애를 씁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내보내 주려고 해도 한 구석만을 고집하며 나오지 못하는 새. 어쩔 수 없음을 한탄하고. 괴동마을을 나왔습니다. - 육리 - 육리로 접어듭니다. 수로의 서쪽 건너편은 신덕리와, 유명한 화호리. 동진강 하류의 드넓은 들판을 끼고 있는 김제평야의 본 바닥이랄 수 있는 곳이지요. 가보고 싶으나 일단 참습니다. 수로 따라 걷기가 목적이니까요. 육리의 이름도 개펄인지 들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다른 곳에 비하여, 이곳은 확실한 육지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었겠지요.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삐뚤빼뚤한 논. 물길도 옛날식 흙도랑이다. 왠지 소외된 마을이라는 느낌.) 마을은 작고 논밭도 그리 넓지 않은 동네인데 태양광발전설비를 하려다가 공사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자금공급이 원활치 않았던 모양이지요? 야산을 깎아 만든 곳이어서 농사에 지장은 없겠으나 사업을 주도한 입장에서는 곤란에 처했을 것이 가늠되는 현장이군요. 깎은 야산의 면적은 매우 넓습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끝부분까지니까요..... - 청천리 신곡 - |
신곡교 지나 옆에 이름 없는 낡은 다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쪽이 훨씬 더 예쁩니다.
다리 옆 수문을 통해 물이 나가고 있는데, 이 물길은 새로운 지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북쪽으로 흐르는 본선에서 갈라져 나가 왼쪽(서쪽) 대평리, 금강리를 거쳐 동진강으로 빠져 나가는 지선. '대평 지선'이라 불리는 모양입니다.
대평 지선을 따라 잠깐 서쪽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이 지선은 폭도 비교적 넓고 깊이도 있지만 의외로 물을 흘려보내는 양은 적습니다.
실제로 지선이 시작되는 가까운 곳은 민가도 별로 보이지 않고 묘목을 키우는 밭만 조금 있을 뿐, 논농사처럼 많은 물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이럴 거라면 굳이 지선을 개설할 필요는 없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데 거기에다 '연포지구 하천환경 정비'라는 사업도 벌여 놓았군요.
(돌로 쌓은 축대가 더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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