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 나들이를~
추석날 첫 방문할 곳은 지리산 내원사.
예상한대로 걸어서 한 시간 가량 계곡을 걷다보니 아직 손때가 들 묻은 듯한
조용한 산사가 넓은 평지에 신라식 가람형을 갖추고 국보 비로자나불과 보물
3층 석탑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을 맞이한다.
어제 어둠이 가득찬 늦은 밤에
둥근 달빛에 의지하며 낯설은 길을 걸었다.
산청군 삼장 대포마을 냇가 옆 캠핑장을 겸한 팬션에서
밤새 물소리 들어가며
따뜻하고 푸근한 밤을 보냈다.
그저께 많이 마신 숙취를
맑은 공기와 더불어 해소되었고~
이른 아침 발걸음도 가볍게 맑은 계곡물 소리와
깊은 지리산의 산향기 마시며
한 시간 쯤 걷노라니
어느 듯 고요한 절간의 목탁소리에 마음 정리해 본다.
내원사. 연세가 많으신 노스님의 염불 소리,
대웅전의 빛바랜 낡은 단청과 꾸밈이 적은 낮은 옛 가람모습이
초라한듯하지만 소담스러워 더 정감이 간다.
천년고찰 치곤 화려하지 않네.
찾아오는 이가 적은 고찰 같아 아주 잘 왔는 것 같다.
목탁소리, 절간 안에서도 힘차게 들리는 계곡물소리..
툇마루에 걸터앉아 보니
새삼 코스모스가 색색이 눈에 들어오네..
공양하고 가라고 발걸음을 잡네.
추석 날 어디 가서 먹을 수 있겠냐 싶어 그냥
눌러 앉아 한 그릇 공양하고 가야겠다.ㅎㅎ
대포마을 까지 다시 나와서 버스타고
지리산 비구니 도량인 대원사를 찾아가 본다.
대원사계곡으로 많이 알려진 곳.
오늘은 이곳에서 유숙할 참이다.
계곡따라 십리 길을 걸어 오르고 일주문을 통과하니 대원사.
가람배치가 높고 낮음으로 규칙없는 자유로운 형식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절제함이 있다.
내원사완 달리 아주 번창하고 큰 사찰로
한국 3대 비구니승 사찰이라 찾는 이가 많고
스님도 많네.
고요함과 적막함.
물소리와 바람소리.
가람의 배치가 여성스러운 사찰같다.
오늘은 이곳에서 유숙할 참이였지만 남사예담촌으로 이동해 본다.
전통 한옥체험마을이 이곳에 있음을 지나가다 알고선
이곳에서도 하룻밤 체험해 보기로 한다.
마을 구석구석 둘러다보니
10년 전에 와봤던 기억으로 살짝 되살아난다..
오늘 많이 걸었더니 해질녘 다리도 아프고..
가까운 곳에 숯가마 찜질하는 곳을 찾아서
뻐근한 어깨를 녹일 참으로
황토숯 가마토굴 속에서 묵은 땀방울을 솎아낸다.
어둠이 살포시 오는 시각 산채비빔밥과
아직 가시지 않은 탄 장작 숯향이 뒤섞여
맛과 향기가 오묘하다.
남사예담촌의 조용한 시골마을 안엔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사람이 살지 않는 고택과 체험 민박하는 고택들.
한 고택 옆 향토방 한옥으로 개량한 향토방이 작고 아담하다.
이곳의 밤은 풀벌레소리만 울린다.ㅎㅎ
청정하늘에서 비치는 보름달을 보고 가족건강을 기원해 본다.
한지로 바른 문의 실루엣 사이로 달빛이 방으로 그득히
비쳐주는 한옥의 포근한 밤이다.
이른 아침 한옥주인이 길 떠나는 나를 불러 세운다.
아침 먹고 가라고 ㅎㅎ.
사양하니 커피한잔과 과일, 떡으로 상차림을 대신한다.
행선지를 묻고는 과자, 사탕 등을 챙겨주신다.
마을 어귀를 한 바퀴 더 돌아보고 지리산 문수암으로 향한다.
멍 때리는 바보행자 수행하는 곳이다.(그저 바라보는 것)
터는 작지만 구성이 알찬 가람형태를 갖쳤다.
산사 옆 개울가에 멍 때리는 자리가 마련 되어있네.
오전 내내 멍 때리기를 해본다.ㅎㅎ
문수암을 뒤로하고
중산리 지리산 천왕봉코스 초입으로 들어왔다.
천왕봉 정상을 오름 5시간 반 만에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이다.
1,915m 천왕봉이 중산리 입구에 들어서면
저 높은 곳에 아득히 바로 보인다.
어둠이 오니 그 많던 차들이 다 빠져갔네. 전부 등산객 차량이다.
계곡 양쪽 어귀는 펜션으로 가득하지만
깊은 산임을 알려주듯 계곡이 좁지 않다.
역사관을 관람하고 지리산빨치산에 대해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알게 되었다.
천왕봉이 한덩어리로 마을 정류장에서 빤히 보인다.
올라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휴~..
산중이 깊어 입산 오름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지리산은 동서 길이로 50킬로가 넘어
종주는 산중산장에서 일박이상을 지새워야 한다.
어둠이 짙은 지리산 기온이 추위를 느끼게 한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깊은 산중의 하루는 또 저물어간다.
바나나와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오늘의 행선지는
북편 지리산자락을 보는 것으로 정했다.
조급함도 아쉬움도 없는 여행길이라 3번 갈아타고 함양까지 갈 것이다.
백무동계곡 가기위해 함양에 도착하니 그 지역도 8경이 있네..
한 30분 읍내를 지나쳐 상림 공원 숲을 느긋하게 거닐며 상념에 젖어본다.
길에서 본 진짜 옛 먹거리^^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세월이 멈춰버렸다. 초상권으로 얼굴은 찍지말란다. ㅎㅎ
몇 일간 초식만 했더니 맛있는 갈비를 뜯고 싶어진다.
시골 갈비.. 좀 많이 먹었다.
넉넉한 양만큼 풍성한 여행길을 마무리 한다.
2018.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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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등산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리산의 동편 자락을 탐방해 보고자
가고픈 몇 곳을 정해놓고
모든 수단은 완행버스와 걷기로 하고
물어서 찾아가는 초행의 장소를 택해 무작정 떠났다.
하루에 십리 이십리는 걷게 되지만
궁금함, 새로움, 신선함, 상쾌함,
여유로운 시간여행이다.
가는 곳 마다 모르던 명소가 있어서
가까우면 십여리 걷고 멀면 완행버스타고 가보고..
결과를 보니 출발부터 총 14회의 완행버스를 갈아타고 다녔네 ㅎㅎ
청량한 숲과 계곡, 맑은 공기,
어떤 마음이든 깨끗이 정화하고
새로움을 채워줄 비움을 위해 혼행한다.
혼행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으로
지리산 정기를 듬뿍받고 힘차게 돌아간다.
추석연휴에 나들이를 45년 만에 처음 해봤다.
과감히 시행에 옮겨봤다. 앞으로 또^^
3박4일 추석연휴
지리산 언저리 동쪽자락을 탐방하며..
첫댓글 김쌤~
좋은 여행 하셨네요
조용하게 느리게 여유롭게,,,
ㅎ 감사합니다. 추석잘 보내셨나요~ 한가한 때 한번 뵈야죠^^
@제우스 인사도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네 뵙,,,당근 뵈야죠 ㅎㅎ
3박4일 지리산 탐방 잘 하셨네요
곳곳의 정서있는 인증샷 올리시고
해석 하시고 큰 스님께서 수양하시는것 같네요~~ㅎㅎ
멋진 여행입니다.
나~~홀로 여행할수 있을까?
못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