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내포지부 중에서 홍성팀은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했다.
이번 달 주제는 때가 때니만큼 김장김치였다.
'떼라 마드레'라는 말은 이태리어로 뭐라고 할까? '떼라'가 땅이란 말이고 '마드레'는 엄마란 뜻이니까,
엄마인 땅, 어머니 대지라고나 할까?
땅에서 나는 것들을 음식이 되어 식구들에게 먹이는 건 엄마들의 몫이다.
땅은 또 모든 것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생산해 내는 주체이기도 하다.
어쨌든...
마침 이사 간 친구가 있어서 장소는 그 집으로 하여 집들이겸 모이기로 했다.
친구는 맛있는 떡(이건 사온 것)과 잣을 꾸미로 얹은 떡갈비를 만들어 놓았다.
돼지감자, 배추와 파프리카, 새싹채소와 삼채소, 빨간 무들을 썰어 놓고 바나나와 키위를 갈아 넣은 소스를 얹고.(소스의 여왕 경자 씨 솜씨~)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귀요미 떡갈비에 잣으로 꾸미를 올리고(이것도 쥔 경자씨가)
마침 그날 예당저수지에서 유명을 달리한 잉어도 네마리 젯상인 양, 꼬까옷을 입고 누워있다. 이건 너무 거창스러워
걍 구경만 했다는...
이건 손정희씨가 만든 것.
전두부라고 한다. 비지를 빼지 않고 콩 전체를 사용한 건데, 방앗간에서 갈 때 도토리가루를 빻은 바로 뒤여서 살짝 물이 들어 마치 흑미를 넣은 듯, 약간 텁텁하고 터프한 맛이긴 하지만, 껍질 째 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간수 대신 식초를 써서 굳혔다. 치즈를 할 때의 원리와 같다.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용도로 식초를 사용!
이번 우리집 김치는 색깔이 정말 죽여준다. 청양고추 효소를 고추 째 갈아넣었더니 때깔이 음~ 장난 아니다.
한 귀퉁이에 보라빛 나는 배추도 한 포기 얹었다. 이 배추는 약간 돌산갓 맛이 난다.
친구의 친구들이 한 둘씩 와서 함게 하고.
배추를 써는 손은? 내 손일세~
과일을 가져온 친구들도 있고.
날배추를 화사하게 펼쳐놓은 이 센스는 경자씨 솜씨~
즐거운 이야기는 이어지고~
다들 분주하구먼~ 말띠 동생은 설겆이 하느라 바쁘고...
최대한 이쁘게 담으려고 애는 쓰는데...
이 친구들이 군침 흘리며 내려다 보는 것은...?
바야흐로 김치 열전이다.
이건 미자의 계란김치, 거의 한 포기에 계란 1개씩을 넣어 만든 작년 물김친데, 국물도 시원하고 감칠 맛이 난다.
이건 귀농한 지 2년만에 태숙씨가 김장거리(배추와 무, 고추가루 등)를 자급하여 만든 김장김친데 맛이 아주 칼큼하고 맵다. 뒷맛이 개운하고 속이 많지 않아 깔끔한 모양새와 맛이다.
겡자의 야채샐러드에 소스를 얹는 아주 심각한 겡순이...
홍성신문 기자까지 불러 제법 식구들이 많다. 모자를 쓴 이는 전직 간호과장 출신. 암투병중이다.
제도의학에서 암에 걸려 식단을 조절하는 이가 꽤 많다는 건 왤까...?
그만큼 먹을거리와 삶의 방식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런지...
오늘의 주인공, 집 주인마님 겡자씨의 김치 소개가 있고...
겡자는 늙은호박을 삶아 으깨 넣고 레몬과 무를 넣어 물김치를 새콤시원~하게 만들었다.
음식에서 늘 영성을 찾아 노래로 우릴 정화시키는 정희의 두부자랑이 이어지고
이쁜 초희씨의 김치(배추에 돌산갓을 크게 길이로 함께 넣은 김치)) 설명에 이어...
어디에 내놔도 음식 솜씨로나 건강강의로나 결코 빠지지 않는 국민언니 미자의 열강
겡자의 손끝에서 바로 화면상 아래쪽에 있는 거무튀튀한 김치의 정체는...?
바로바로 된장김치...
이건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깊은 맛이 숨어 있다. 정말 겡자의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솜씨라고...
숱하게 실패를 거듭하면서 만든 건데, 일단 된장이 맛있어야 한다.
묵은지의 속을 털어내고 된장에 박아 다시 숙성시킨 김치라고 하는데, 모두들 감탄했다.
슬로푸드 문화원에 '맛의 방주'에 등재하자고 이야기 할 정도로...
여름에 입맛 없을 때 물 말은 밥에 쪽쪽 찟어 얹어 먹으면 딱 좋을 듯~
겡자의 노력에 박수를 짝짝짝~~~
그 설명을 들으며 고새를 못 참고 젓갈질을 먼저 하는 반칙왕 손정희 선수, 뗏지!
이 친구도 소띠다. 이 친구는 손수 염색한 천에 그림을 그려와 집 쥔장에게 선물로 주었다. 등단한 화가다.
담긴 글도 멋지다.
'여보게
茶는 반만 따르고 나머진 그대의 맘을 가득 채우소'
선물로 받은 겡자는 싱글벙글~~
맛과 멋을 알고 즐길 줄 아시는 손현주 작가님을 오시라 불렀는데,(참 미안했다. 밤중에 생각나 메세지를 예약전송으로 해 놓고 '내일'이라 해 놓고는 까맣게 잊었다가 전화로 왜 안 오시는지? 그랬더니 다음날로 아신 게다. 당연하지. 메세지를 보낸 시점과 예약설정해 놓은 시간이 달랐기에...ㅋㅋ) 그런 나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기쁘게 달려와 주신 선생님이 고마웠다.
마침 내가 가지고 간 책을 소개해 친구들 모두 한 부씩 사서 보라고 선전도 하고... 글맛이 너무나 좋은 책이라 미각교육을 한달 것 같으면 필독서라고나 할까...?
우리의 음식은 늘 추억과 닿아 있다. 음식에 이야기가 빠진다면 그건 결코 영혼을 살리는 음식이 되기 어렵다.
어려운 시절 할머니가 혹은 엄마가 하얀 쌀밥에 쪽쪽 찟어 얹어준 김치를 먹어 본 기억이랄지...
하루라도 밥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순 없는 일.
그 밥이 우리의 영과 육을 고루 살리는 음식이 되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젊은 엄마들이 이런 가치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이날 하루,
우리는 대따 행복했다.
역쉬 먹을거리를 나눠먹는 게 평화여~.
평화의 글자를 잘 보면 벼화 자에 입구, 평평하게, 고르게 나누어 먹는다는 뜻 아닌감?
첫댓글 아...정말 멋진 날이였을 것 같아요...
저희 집 컴퓨터로는 사진이 안보여요...T.T
아쉽네요...^^ 다음주 화요일 강사단 모임에서 뵈요~*
민영씨 그러네... 이상하게 첨 올렸을 때는 보이더니 한참 있다 들어와 보니 안 보이네요...
글 처음에 보면 전용뷰어 보기라고 옆으로 살짝 누운 글씨가 있어요. 그걸 눌러 보면 우리집 블러그로 이동하니까 그걸로 보세욤~
사진게시판에 올리신거 봤어요~^^ 정말 탐이나는 음식들입니다~^^ 그리고....
탐나는 모임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