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밥’의 명가, ‘백련가’에 다녀왔습니다.
아직은 5월 말인데, 한참 여름인 7월 같은 날씨입니다. 기획팀장은 한여름을 맞아 꾸러미 고객들께 보낼 품목을 짜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것 같습니다. 냉동딸기, 냉동오디, 냉동죽순. 냉동 우거지, 등등. 꾸러미 뚜껑을 열면 시원함이 확 뛰쳐나오는 그런 품목을 생각하고 있네요. 그런 품목 가운데 기획팀장의 뇌리를 스치고 간 품목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냉동 연잎밥!
꾸러미 아줌마 직원들에게는 ‘연잎밥’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2011년 꾸러미를 처음 시작할 때, 저희가 직접 연잎밥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맛있었고 고객들도 좋아하였습니다. 이제는 식품위생법에 걸리는 지라 만들 수 없는, 기억에만 남은 ‘연잎밥’이 되었습니다.
꾸러미 기자인 제게 기획팀장에게서 ‘연잎 밥’ 공장에 가보자고 전화가 옵니다. 이 더운 날에! 이럴 때 팀장이 갑이고 내가 을이니 따라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팀장의 차에 타니 농장팀장 심마니도 동행입니다. 마침 공장이 함양에 있어 인월로 가지 않고 마천으로 길을 잡아 오도재를 넘기로 하였습니다. 오도재는 산내 옆인 경상남도 마천면에서 함양읍으로 넘어 가는 높은 고개입니다. 오도재를 넘어 서면 구불구불한 도로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오래 전에 티브이 광고에도 나왔던 적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로입니다. 산에는 층층나무가 신비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하얀 찔레꽃이 여기저기 방석처럼 깔려 있습니다.
연잎밥을 만드는 ‘백련가’는 2007년 창립되어, 2010년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생산시설을 도입한, 국내 최고의 연잎밥 가공업체입니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이아이자 대표와 그의 장남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장 겸 사무실에 도착하니, 젊은 남자 두 분이 맞아줍니다. 대표님은 출타 중이라 합니다. 사무실이 있는 공장은 겉으로 봐도 꽤 큰 규모입니다. 직원은 생산직 15명을 비롯해 사무직까지 약 20명 정도 된다 합니다.
많아야 30 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두 분은 이 곳 직원으로 김명환 차장과 노창현 대리입니다. 두 사람 다 잠시 도시에 나가서 일을 하다 고향인 함양에 돌아와 ‘백련가’에서 일한지 2년 남짓 되었다 합니다.
젊지, 얼굴 하얗지, 잘 생겼지, 말도 조근조근 예쁘게 하지. 아줌마 둘이서 산내서 볼 수 없는 말끔한 젊은 남자를 감상하랴 잠시 할 일을 잊은 듯합니다. 기획팀장은 대놓고 좋은 티를 내고 저는 점잖게 좋은 티를 냅니다.
김명환 차장과 노창현 대리. 모쪼록 거래가 잘 성사되어 자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제 정신으로 돌아온 기획팀장이 이 곳에 온 목적과 꾸러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백련가’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먼저 연잎과 곡식의 구입에 대해 물었습니다.
‘백련가’에서는 연잎밥을 주로 만들며, 이외 연잎차, 연근차, 연잎가루 등을 만듭니다. 연잎은 함양에 사는 농민들에게서 계약재배하고 수매를 합니다. 연잎은 무농약이고 찹쌀과 10가지 잡곡은 국내산을 씁니다. 곡식류는 무농약은 단가도 맞지 않고 구하기도 힘듭니다. 찹쌀만 해도 1년 물량이 80톤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무농약 찹쌀은 80톤이 안됩니다.
힘든 점은 잡곡은 돌과 같은 이물질이 많아, 기계로 걸러 내도 완전히 제거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들의 불만도 이 부분에서 나오기 때문에 잡곡은 조리를 사용하여 이물질을 걸러내는 수작업을 합니다.
필요한 연잎을 가지러 갈 때는 ‘007 작전’을 수행하듯이 하지요. 왜냐하면 연은 잎을 대강 자르면 목이 잘려서 그런지 연잎이 금새 변합니다. 그래서 시각을 다투어 자르고 냉동차에 잽싸게 실어옵니다.
중요한 팁하나! 연잎은 백련잎만 사용해야 합니다. 홍련잎은 독성이 있어 홍련의 연잎을 사용하면 안됩니다. 뿌리는 사용해도 됩니다.
‘백련가’ 숨 쉬는 연잎밥의 특징을 알고 싶어 ‘백련가’ 홈피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내용을 옮겨보았습니다.
“숨 쉬는 연잎밥은 ‘백련가’의 주력상품입니다. 줄기가 이어지는 부분을 잘라내고 단면을 보면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그것이 연의 숨구멍입니다. 연잎의 숨구멍을 살렸기 때문에 연잎의 숨결이 밥에 녹아들어 더욱 맛있는 연잎밥을 맛볼 수 있습니다.
다른 업체에서는 연잎을 찌거나 소금물에 담아 가공을 합니다. 숨 쉬는 연잎밥은 세척 이외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아 연잎이 살아 숨을 쉼니다.“
얘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연잎차를 마신 잔에 있는 종이로 만든 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종이로 만든 이유를 물으니, 보통 티백은 실로 끈을 만드는데, 실을 사용하면 본드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몸에 안 좋답니다. 백련가 티백은 끈을 종이로 만드는데, 열을 이용하여 붙이기 때문에 해로운 물질이 없다고 합니다. 티백의 끈 하나에도 소비자를 생각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명환 차장님이 맛보라며 연근차를 내왔습니다. 차 맛이 구수하여 맛이 좋다고 했더니 자기가 차 하나는 잘 끓인다며 웃습니다. 잘생기고 선한 얼굴에 웃음까지 더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더 애기 하고 싶지만 직원들 점심 시간도 지났고 심마니도 가자고 채근하여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모쪼록 연잎밥이 착한 가격으로 정하여져 꾸러미 고객들이 연잎향을 맡으며 ‘숨 쉬는 연잎밥’을 먹을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