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가톨릭운동 단체를 전망한다] (5) 매리지 엔카운터
"부부 사랑으로 아름다운 세상 일궈요"
출산율은 떨어지고 이혼율은 높아가는 오늘의 가정 위기 상황에서 그 필요성이 더해가는 가톨릭 신심운동이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 M.E.) 운동이다.
M.E.는 부부와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드물었던 1970년대 후반 한국 교회에 들어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지난 26년 동안 부부를 중심으로 한 사랑의 가정 공동체 형성과 이를 바탕으로 선교에 기여해왔다.
우선 M.E. 운동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부부간 ’대화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부부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원인 중에는 대화 부족이 크다. 단순한 ’말’은 있으나 마음과 느낌이 오가는 ’대화’를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20년 전, M.E. 소개 모임에서 발표 부부가 서로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절반씩 나눠가는 모습부터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 M.E. ’주말’을 통해 ’이렇게 사는 부부가 있구나’를 체험하고는 배우자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지요. 서로가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어 대화하는 방법부터 달라졌죠." "이혼까지도 생각했었는데 ’주말’ 참석 후 우리 부부가 대화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았어요."
M.E. 부부들의 얘기처럼 M.E.는 ’말’이 아닌 ’대화’를 할 줄 아는 부부를 길러냈다. 그래선지 의사 표현도 적극적이다. 20년 전만 해도 M.E. 운동에 참여한 부부의 행동은 남성 중심 가부장사회에서 튀는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었지만, 달리 보면 배우자를 대접하고 존중하는 풍토의 기초를 놓은 셈이다.
M.E.는 여느 단체와 달리 부부가 함께한다는 게 특징이다. 보통 부부 중 한사람만 성당 일에 열심이거나 부부가 따로 활동하는 교회 분위기에서 부부가 함께하는 활동은 그 자체가 작은 교회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부부 중심이어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부부의 화목한 모습이 결과적으로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그동안 경험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도 결실이다.
혼인성사와 성품성사의 만남으로 서로를 쇄신시켜 준다는 것도 M.E. 특징이다. 부부와 성직자가 한 팀으로 봉사하기 때문이다.
M.E. ’주말’ 참가 부부 중 10~20%는 미신자다. ’주말’ 참가 후 외짝 교우 입교율이 100%에 가깝다는 것도 M.E. 운동의 효과다.
M.E. 운동은 이렇게 교회와 사회의 기초인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며 부부들을 풍요로운 결혼생활로 이끌고자 노력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단체이든 활동을 하다 보면 문제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에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것이다.
M.E.가 안고 있는 문제는 지난해 10월 한국 M.E. 25주년 심포지엄에서도 제기됐다. 이 심포지엄에서 나온 내용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본질을 망각하기 쉽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M.E. 일을 해왔는가. 조직이 커지고 이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일하다 보면 M.E. 본질은 떠나 조직만을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조대원들 얘기처럼 사람을 구조하겠다고 나섰던 우리들은 어느새 구조할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 편의와 이익을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고 모임은 즐기기 위한 모임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 전파를 항상 생각하고, 이를 우선으로 삼는다면 부부끼리, 조직끼리 마찰이 있다고 하더라도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M.E. 운동에 대한 따끔한 자체 비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혼인 생활이 다른 부부의 결혼 생활과 무엇이 다른가. 과연 다른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보면서 가톨릭 신자 부부로서의 신원을 찾아낼 수 있는가. 세상은 우리 M.E. 부부들로 인해 더 좋아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우리끼리만 좋아하고 있는건가."
M.E. 정신과 가치관에 따라 결혼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 ’일’에 더 신경 쓰고, 부부만의 모임을 즐기지 않았는가 등의 지적은 M.E.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문제 극복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이혼이 갈수록 급증하는 가정해체 위기의 이 시대에 M.E. 운동에 대한 욕구와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모 기업체에선 직장 생활을 잘 하려면 가정이 우선 평안해야 한다며 직원 부부들을 M.E. ’주말’에 단계적으로 계속 보내겠다고 요청해왔고, 모 본당에서는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교회 생활도 잘 할 수 없다며 5년 이상된 부부를 계속적으로 5쌍씩 M.E. 주말에 보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M.E. 운동 필요성이 이 사회에서 높아간다는 표시다.
하지만 M.E.가 가톨릭 신심운동이라는 한계 때문에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이 사회가 요청하는 가정운동으로 확산되기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하는 것도 M.E.의 과제다.
M.E. 운동이 교회에서 사회로 확산돼야 할 시기지만, 아직도 교회에서 혼인한 부부 중 M.E.를 접한 부부는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회 내에 이 운동을 깊숙이 확산하는 일 또한 시급하다.
하지만 M.E.의 기본인 2박3일 ’주말’은 누구나 손쉽게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참가하는데 부담스러운 부부가 있다. 이들을 위해 M.E. 운동에 있는 다양한 사도직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어느 사제의 말처럼 부부문제와 가정문제 해법을 M.E. 운동에서 찾으려면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M.E. 부부들 열정과 헌신하는 삶, 함께하려는 사제들 노력이 뒤따를 때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