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https://armwrestlersonly.blogspot.com에서 발췌하여 번역한 글입니다.
최근 꽤나 어이 없는 사건이 팔씨름계에 이슈의 불을 붙혔다. 바로 폴란드 팔씨름 대회에서, 한 선수가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지 못하고 심판을 구타한 사건이다. 충격과 공포의 순간을 목도한 운영진들은 즉각 선수를 실격 처리했지만, 그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선수는 그 자리에서 심판에게 계속 달려들었으며, 퇴근길의 심판을 구타할 심산으로 입구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기 까지 하였다.
WAF의 대표 심판인 레너드 하클레스는 본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협회는 규율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이는 선수들에게도 통용되는 기본적인 사안입니다. 이번 일은 제가 여태 듣도보도 못한 저열한 사태이며, 묵과해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시간 문제이긴 하였지만, 결국 그 선수는 폴란드 팔씨름 계의 즉각적인 조치로 인해 1년간 경기 출전 불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2018년 10월 7일부터 적용). 이로써 폴란드 팔씨름 계는 적절한 본보기를 보여줬고, 다른 선수들에게 꽤나 무거운 메세지를 전달했다. 팔씨름이 남성적인 스포츠인만큼, 그만큼 조심하고 지양해야 할 문화 역시 바로 훌리건 문화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잘 알 것이다. 심판은 팔씨름의 역사 속에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무수히 많은 위협을 받아 왔다.
불과 몇 년 전 있었던 A1 Russian Open 때, 한 심판은 스트랩 상태로 몸싸움을 하던 선수 둘 사이에서 제지를 하다 구타를 당했다. 아무리 두 선수가 스트랩 상황이었기에, 중간에 낀 심판이 그만큼 더욱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공정한 규정에 의거한 판정 집행을 하는 심판에게 있어선 안 될 결과였다.
몇 년 전에 있었던 EUROARM 2010년 모스크바 대회에서도, 폴란드 심판(폴란드 팔씨름 계에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선수에게 폐회식 순간에 구타를 당하기도 하였다.
과거에도 이러한 일들은 꽤나 비일비재했다. 1976년에 있었던, 메이저 팔씨름 대회의 기틀을 마련한 조상 격인 WWC(World Wristwrestling Championship) 중의 정점이었던 페탈루마 대회에서도, 한 선수가 심판에게 돌진하여 경찰관 3명이 투입된 끝에 진압되는 사태가 있었다.
욕설 만큼은 우리가 대회 중에도 꽤나 많이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여성 심판들은 ㅆㄴ(Bit##)라는 욕설을 흔하게 듣기 일쑤이다. 오죽 헀으면 10여년간 이쪽 업계에 종사한 여성 심판조차, 욕설을 너무도 많이 들어 '내성이 생길 정도다'라는 투로 혀를 내둘렀을까.
이러한 추태들은 수 십개의 국가에서, 수 십년간 자행되어왔다. 앞서 소개한 사태보다 더욱 심한 일도 많겠지만, 내가 성토하고 싶은 점은, '대체 우리 중 어느 누가' 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화두를 던져, 진지하게 논의 할 생각이 있는지이다. 일반 사람들 입장에 심판은 '그저 심판'일 뿐이며, 슈펴스타들이 받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의 숨은 공신이자 숨기고 싶어하는 이면의 불편한 진실일 뿐이겠지.
팔씨름 심판이란 직업은 꽤나 감사받지 못하는 직업인 것 같다. 미디어는 그들에 관해 얘기하기 보단, 화려한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이목을 집중하고 싶어한다. 사실 심판이 미디어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순간은, 그저 그들의 판정 미스로 대차게 까일 때 뿐이다.
SNS도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말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은 경기의 댓글에 심판의 오심 혹은 정당한 판정을 비난하는 데 손가락을 놀리고 싶어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만 주어진다면, 경기 전체를 느긋하게 혹은 수 차례 훑어보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은 1,2초라는 그 찰나의 순간에 상황을 진단하고 룰에 의거한 올바른 판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그 일에 관해선 프로페셔널 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인지라, 판정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는 한다. 그 어떤 프로의 무대에서도 프로가 실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추가로, 심판들은 룰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룰을 집행할 뿐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주최자에게 '정중하고 어른스럽게' 컴플레인을 넣을 사항이지, 당신이 심판에게 폭언과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팔씨름 대회는 대체적으로 10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고로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심판들은 편하지만은 않은 위치에 서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참가자들은 일정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며, 심지어 다른 체급 혹은 분야의 시합일 때는 엄청난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공정한 시합을 위해 일정한 집중력의 텐션을 유지해야 하는 심판들에겐, 선수들이 누리는 휴식은 엄청난 호사처럼 다가올 것이다.
EUROARM과 WAF의 심판들은 본인들이 직접 사비를 털어(심지어 비행기 티켓도 본인들이 사비로 구매한다) 2인실 숙소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조식이 나오는 건 자랑,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건 안자랑).
수 십년 간, 심판들은 이 스포츠 계에 바램 없는 아가페적인 사람을 베풀어 왔다. 그들은 그럼에도 응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몇몇 저급한 선수들의 추태를 묵과하고 참는 건 순전히 팔씨름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기초한 사랑이다. 심판들은 그들 조차도 '팔씨름 가족'이라 생각하기에, 보상 없는 헌신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패밀리쉽이야말로 타 스포츠에서 보기 쉽지 않은 유니크함이라 본인은 칭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도 이러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심판들에게 무한한 존중과 찬사를 보내주길 바란다. 이상!
* 곧 <제5회 실비스 클래식 : 팔들의 무덤>이라는 큰 이정표가 대한민국 팔씨름 역사에 세워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팔씨름 유년기를 떠나보내는 뜻 깊은 순간인 만큼, 유년기 동안 고생하신 운영진 분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재주 없는 번역 솜씨로 끄적여 보았습니다.
첫댓글 번역하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심판볼때마다 선수로 뛰는게 심판보는거보단 편하다고 느낍니다 ㅎㅎ
선수로서, 심판으로서 항상 응원합니다^^
항상 땀에 범벅이된 셔츠에.. 집중력을 유지하시며, 조금만 애매해도 부심과 상의 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걸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 팔씨름을 위하여 늘 힘써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원혁 고맙습니다^^
@춘천팀[鐵腕] 최성원
아직 심판으로서 배울부분도 많고
경험도 부족합니다
좋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들 읽어봐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ㅎㅎ
제가 하고싶은 말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