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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동초등학교19,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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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스크랩 최정화(62) 한국외국어대 교수 `통역` - 20107.7.21.중앙 外
홍순창20 추천 0 조회 139 17.07.22 14: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말하지 않고자 하는 뜻도 존중해야 한다”

 
통역의 달인 최정화 교수가 본 ‘혈맹’ 발언 논란


국익이 격돌하는 국제무대에서는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천금의 무게를 갖는다. 각국 최고 지도자가 맞붙는 정상회담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누가 어떤 의미로 무슨 말을 했는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 마련이다. 지난 6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 내용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청와대 측은 “시 주석이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 왔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한 반면 중국 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결국 청와대 측이 시 주석 발언을 다소 의역한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그 후유증은 적지 않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18번이나 정상 간 양자회담 통역을 맡았던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지난 18일 만나 최고 지도자의 발언을 전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국제회의 시 ‘’ 다르고 ‘’ 달라
2중 부정을 긍정으로 옮기면 안 돼
이렇게 말하는 데도 다 이유 있어

국익 차원에선 외국어 연설 필요
모국어 아니면 표현상 한계 존재
중요 회담일수록 자기 말로 해야


 
국제회의 전문통역사인 최정화 교수는 지난 18일 “모국어를 쓰면 자기의 생각 모두를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다”며 “국익이 오가는 중요한 대화일수록 자기 나라 말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국제회의 전문통역사인 최정화 교수는 지난 18일 “모국어를 쓰면 자기의 생각 모두를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다”며 “국익이 오가는 중요한 대화일수록 자기 나라 말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질의 :정상회담 통역 경험은.
응답 :그동안 정상 간 양자회담은 18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과 같은 다자회의를 합치면 24번 정도 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5명의 역대 대통령에 걸쳐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당시 도와드렸다. 정상회담 외에 다른 국제회의까지 합치면 2000번 이상 통역을 했다.”
 
 
질의 :정상회담 통역사로 처음 데뷔한 것은.
응답 :1986년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에 맞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전두환·미테랑 대통령 간 정상회담 때였다. 국내에서 아무도 나라는 존재를 몰랐기에 전 대통령은 내가 북한에서 온 통역사인 줄 알았다고 한다.(웃음)”
 
 
질의 :정상 통역용 매뉴얼이 있나.
응답 :매뉴얼 같은 건 없다. 정상회담 통역 시 특별 주문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 꽤 있는데 프랑스 정부에서는 ‘있는 대로 통역해 달라’고만 얘기하지 다른 요구사항은 없다. 최고의 프로를 채용했으니 알아서 잘할 거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
 
 
질의 :자격증 같은 건 없나.
응답 :그런 건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파리 제3대학 통역번역대학원(ESIT)을 졸업했다. 이런 학교를 마쳤다는 사실로 실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질의 :ESIT에선 통역과 관련해 어떤 걸 가르치나.
응답 :“1인칭으로 통역하라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방법과 여러 경우의 수를 알려준다. 특히 정상회담의 경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 터라 과학기술 회의 등과 달리 사전 원고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평소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막론하고 양국 간 현안을 모두 꿰뚫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질의 :정상회담 통역에서 주의할 점은.
응답 :“이런 일은 ‘정치 통역’이라 부르는데, 전문용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 다르고 ‘’가 달라 통역사 사이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분야로 친다. 예컨대 우리는 한·프랑스 관계라고 하지만 프랑스 대통령을 위해 통역할 때에는 프랑스·한이라고 해야 한다. 뭐가 다르냐 할지 모르나 정치 통역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도 중요하다.”
 
 
질의 :어떤 점이 가장 까다롭나.
응답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하는 게 정치 통역이다. 예컨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라고 2중 부정을 할 경우 그냥 긍정으로 해서는 안 되고 통역할 때도 두 번 꽈서 2중 부정으로 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2중 부정을 쓸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구를 지칭하면서도 굳이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바로 옆 섬나라의 총리께서는’이라고 했다면 그대로 옮겨야지 ‘아베 총리는~’이라고 해선 안 된다. 화자로서는 아베라는 이름을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질의 :문제가 된 혈맹 논란을 어떻게 보나.
응답 :“중국어 통역사가 ‘선혈’ 또는 ‘피로 맺어진 관계’라고 말했다면 똑같이 표현해야 한다. 한국 측에서는 ‘혈맹’이라고 옮겼다고 하는데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혈맹이란 단어가 있는데도 화자가 굳이 다르게 표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통역 전공 학생들에게는 늘 이렇게 가르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되 화자가 말하지 않고자 하는 뜻도 존중해야 한다’고.”
 
 
질의 :어떻게 하는 게 좋았다고 보는가.
응답 :중국은 어느 나라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를 알았더라면 혈맹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 같다. 국가 대 국가 간 문제이니 상대방이 어떻게 이야기했었는지 한번 더 체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질의 :그간의 정상 통역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라면.
응답 :1998년 런던 ASEM 회의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한 적이 있다. 연설 자체는 영어나 내용 모두 좋았는데 말의 리듬이 좀 달랐는지 외국 통역사들이 ‘못 알아듣겠다’고 난리였다. 그래서 중간 휴식 때 ‘한국어로 말해 달라’고 김 대통령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하는 거였다. 청와대 수석들에게 부탁했지만 죄다 ‘최 교수가 직접 이야기하라’며 거절했다. 결국 박지원 공보수석에게 ‘우리 대통령이 영어도 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냐, 자신의 심오한 철학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냐 잘 판단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휴식 시간 후 김 대통령이 한국어로 연설하더라.”
 
 
질의 :다른 에피소드는.
응답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알제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의 일화도 잊지 못하겠다. 정상회담을 마친 두 사람이 국빈 만찬장에 들어가기 위해 영빈관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때였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한국에 와 있음에도 북한에 갔던 이야기를 계속하는 거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대한민국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란 지도자가 있었고 그가 한 새마을운동 덕분에 우리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새마을운동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때 나로서는 노래 가사를 프랑스어로 통역해야 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하면서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던 노 대통령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질의 :통역 전문가 입장에서 각 대통령들은 어땠나.
응답 :“통역사가 가장 좋아하는 건 논리적인 사람이다. 그래야 통역하기 쉽다. 대체로 통역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이는 김영삼 대통령이다. 논리적 비약이 적잖았고 대화 중에 모르는 물고기 이름을 자주 언급해 애를 먹었다. 정확한 프랑스어 명칭을 알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물고기 한 종류’라고 넘어간 적도 있었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은 목소리도 크고 율사 출신답게 논리적이었다. 항상 기승전결에 맞게 이야기했던 김대중 대통령도 쉬웠고 전두환 대통령 역시 문장이 단순명료해 어렵지 않았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그냥 무난했고 특별한 기억이 없다.”
 
 
질의 :통역 잘못으로 곤란했던 적은 없었나.
응답 :“한 인사가 특강하러 왔다 ‘국제 협상이 결렬되면 이야기를 잘못 옮긴 탓이라며 책임을 뒤집어 쓰는 게 통역사의 임무 중 하나’라고 얘기해 강연을 듣던 제자들이 놀란 적이 있었다. 옛날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웬만한 국제회의엔 해당 외국어에 능통한 인사들이 반드시 끼어 있어 이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질의 :통역사에게 뒤집어 씌우는 경우도 있나.
응답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 투자 유치가 각 부처 장관들의 최고 목표인 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장관이 외국의 대기업 회장을 만났는데 면담 다음날 엄청난 투자 유치를 했다는 발표가 나갔다. 하지만 장관을 만났던 회장이 국내 지사를 통해 발표 내용을 알게 된 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노발대발해 난리가 났다. 해당 장관은 ‘통역이 잘못했다’고 발뺌했지만 조사 결과 없는 사실을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장관은 결국 사퇴해야 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회의 내용이 다 녹음되고 SNS로 즉각 검증이 이뤄지는 시대다. 더 이상 통역이 잘못 됐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질의 :우리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은가.
응답 :“프랑스어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서는 주저없이 영어로 이야기한다. 대통령이 영어를 잘하냐, 못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연설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는 언어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질의 :예를 들면.
응답 :“2013년 프랑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 경제인들 앞에서 프롬프터를 보며 20분간 프랑스어로 연설했다. 발음도 정확해 현지 언론에서 크게 환호했다. 상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로 하는 게 좋다. 이는 공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하지만 정상 간 양자회담을 할 때에는 모국어로 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모국어를 쓰면 자기의 생각 모두를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모국어가 아닐 경우 자기 생각이 1000이라도 외국어 능력이 100이면 발언 내용도 100으로 줄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익이 오가는 중요한 대화일수록 모국어로 해야 하는 까닭이다.”
 
 
최정화 교수는 …
아시아 최초로 통역·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회의 전문 통역사.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제3대학 통역번역대학원(ESIT)에서 공부했다. 1986년 전두환-미테랑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명의 역대 대통령에 걸쳐 18차례 양자 간 정상회담의 프랑스어 통역을 담당했다. 현재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남정호 논설위원




최정화(60)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원장 - 2015.2.2.조선  http://blog.daum.net/chang4624/8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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