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을 위해 분해한 릴. 물은 스풀과 핸들을 타고 들어가 작은 부품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물이 들어가 윤활유가 뒤범벅된 상태(좌)와 정상제품.
1 릴이 바닷물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릴에 물이 들어가면 망가지기 쉽다. 베어링과 기어 같은 부품이 들어있는 릴은 대부분의 부위가 점접촉으로 움직이고 있다. 점접촉은 말 그대로 부품끼리 아주 작은 면적을 맞대고 물려 돌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만큼 정밀도를 요구하는 장비가 릴인데, 물이 들어가면 각 부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발라둔 오일과 윤활유가 뒤범벅이 되어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물과 각각의 오일은 밀도와 비중이 다르다. 섞이지 않고 서로 밀어내는 성질로 인해 물이 들어가면 원래 뿌려놓은 위치에서 벗어나서 뒤범벅이 된다.
특히 바닷물이 들어갔다면 문제는 더 크다. “완전히 말린 뒤에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하고 묻겠지만 바닷물의 경우에는 사실 그게 가장 위험한 경우다. 바닷물이 마르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염분이나 마그네슘 같은 불순물이 남는데 부품 사이에 끼어서 릴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더구나 바닷물이 마르는 동안 부품의 부식이 진행되어 릴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릴 수리 중 30% 이상이 바로 물에 빠진 릴 세척이다.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2 바닷물에 빠지면 더 이상 작동 말아야
바닷물에 릴이 빠지면 십중팔구 염분을 뺀답시고 민물에 담가놓거나 스풀과 핸들을 분리해서 물 세척을 하는데 옳은 방법이 아니다. 염분을 중화시키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하고는 있지만 앞서 말했듯 물과 기름의 비중 차이로 내부가 뒤범벅되고 내부의 윤활유가 씻겨나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릴이 손상된다.
최근에 나오는 고급 릴은 ‘물세척’ 기능이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일반 릴은 물세척 기능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방수기능이라는 것이 고가의 릴은 정밀부위에 어느 정도 방수 성능을 보장하고 있지만 직접 수리를 해본 입장에서는 제조사에서 말하는 방수 성능이라는 게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한두 방울의 비가 내리는 날 작동은 하지만 습기가 차는 전자시계의 방수 성능 정도랄까. 그래서 방수가 되는 제품도 내부 부품은 부식에 강한 것을 쓰는 실정이다.
릴이 바닷물에 빠졌다면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빠져 있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파도가 쳐서 물이 약간 튄 정도라면 안쪽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바깥쪽의 물기를 제거하고 현장에서도 쉽게 분리할 수 있는 스풀과 핸들을 풀어 안쪽으로 물기가 들어갔는지 본다. 물이 들어갔다면 휴지를 대고 물을 빨아들여 제거해 준다. 하지만 릴이 흠뻑 젖은 상태라면 세척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릴에 물이 들어갔다고 의심이 된다면 릴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그 후 되도록 빨리 전문점에 수리를 의뢰하는 것이 좋다. 물이 들어간 릴은 윤활작용을 하는 오일이나 윤활유가 씻겨 나간 상태가 되기 때문에 기어나 베어링이 윤활제 없이 작동하게 되므로 계속 움직이면 파손될 우려가 있다. 어떤 이들은 물에 빠져서 완전히 윤활제가 다 빠진 릴이 서걱서걱대면서 돌아가는 것을 당장 작동에는 이상 없다며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큰일 날 노릇이다. 윤활제 없이 무리하게 작동하는 릴은 메인기어에도 손상을 입혀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물이 약간 들어갔다고 해서 너무 오버 하는 것 아닌가?”하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릴을 물에 빠뜨려본 낚시인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릴은 작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한 스푼 정도의 물만 들어가도 내부에 꽉 찬다. 결국 몇 방울의 물만 들어가도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부산의 한 루어낚시인이 릴을 들고 와서는 “물에 살짝 빠진 적이 있었는데 거의 젖지 않아서 그냥 썼더니 보름 정도 지나면서 서걱거린다”고 말했다. 볼락루어낚시를 하기 위해 장화를 신고 여밭을 건너다니다가 중심을 잃었는데 손에 쥐고 있던 낚싯대가 살짝 물에 닿으면서 릴의 1/3 정도가 물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물을 대충 닦아냈고, 물이 많이 묻어 있지 않아서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물에 빠져서 가져오는 릴의 50%를 차지한다.
일단 릴이 물에 빠지면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 할지라도 약간의 물기를 머금게 된다. 중요 부위라고 할 수 있는 핸들, 스풀, 라인롤러에 미세한 양이라도 물이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당장 물기를 닦으면 이들 부위는 정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들 속으로 침투한 물, 특히나 그것이 바닷물일 경우에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위의 낚시인의 경우도 그러했다. 드랙 노브를 풀어서 보니 윤활유가 물에 녹아 엉망이 되어 있었고, 스풀 안쪽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라인롤러는 염분이 말라붙어서 작동은커녕 수리를 위한 분리조차도 불가능해 베일 전체를 교환해야만 했다. 진작 세척을 받았으면 1~2만원으로 가능할 것을 결과적으로 5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서 눈물을 머금고 부품을 교체해야만 했다.
3 최소 1년 1회 세척은 기본
앞서 말했듯이 릴은 물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분과 접촉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소재와 완벽한 설계로 만들어진 릴이라 할지라도 이물질과 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좋은 릴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기적인 조립체인 릴은 작은 부품 하나라도 작동이 시원찮으면 도미노 식으로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는 것만이 ‘릴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