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퍼머컬처의 원리를 이해하고 익혀야 합니다. 농장을 설계하고 만들던 마을에서 일을 하던 중간과정이나 결과를 놓고 어떠한 퍼머컬처 원리가 적용되었는지 추가적으로 적용할 원리는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퍼머컬처의 원리가 있지만 일관된 흐름은 “자연을 닮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퍼머컬처의 원리는 새로운 것이기 보다 자연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거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퍼머컬처의 원리 : 다양성
모든 것을 다양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자연의 기본적인 속성이 '다양성'입니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짓더라도 한 가지 작물만 넓은 면적에 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작물을 심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로부터 전해 내려던 것입니다. 간작(줄마다 다른 농작물을 심는 것)이나 혼작(다양한 작물을 마구 섞어 심는 것)은 전통적인 경작방법이었습니다. 실제로 충남 홍성에 귀농한 한 농부는 감자, 고추, 깨, 옥수수를 간작합니다. 이 농장에 견학을 간 귀농 희망자들에게 이런 방식은 농사일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고 (왜냐하면 줄이 바뀌면 작업내용이 달라지므로)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홍성지역에 고추병이 들었을 때 그 귀농인의 고추밭만이 건재하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숲이 병충해에 망가지지 않는 것은 숲은 다양한 나무와 풀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숲이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한가지 나무만 심어 다양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양성을 확보하면 재난을 막을 수 있습니다.
퍼머컬처의 다양성을 구현한 밭의 모습, 다양한 작물이 간작으로 심어져있다. 밭 주면에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잎과 열매는 동물의 먹이가 되고 밭의 유기물질을 공급하는데 쓰인다.
다양성의 원리를 농사에 적용하면 단지 병충해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종(논밭은 갈아 농사짓는 것)에 가축을 도입하면 다양성의 범위를 식물에서 동물까지 확대하는 것인데 이는 축분을 토양의 영양분으로 돌려줄 수 있는 복합영농을 의미하게 됩니다. 또한 작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작물마다 작업시기와 작업내용이 달라지므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시간적으로 내용적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 만큼 작업이 수월해지고 스스로의 노동으로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작물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많이 생산한다는 것이므로 지출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다양하게 만들어 수익의 안정성을 보장해줍니다.
다양성의 원리는 농사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의 에너지원을 다양하게 하여 에너지 부담을 줄일 수도 있고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을 만들 때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켜 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과정을 쉽게 만들고 결과를 충실하게 하면서 부수적인 여러 가지 효과를 함께 가져다 줍니다.
원주 가나안 농군학교의 밀밭, 콩과 간작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흙이 쓸려내려가지 않는다. 홍성 풀무학교의 텃밭, 다양한 작물을 혼작하고 있다.
병충해에 강하기도 하지만 모양도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