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숟갈 외
이준관
봄이 되어
꽃들이 새로 태어나고 있다
저마다 제 먹을 밥숟갈
하나씩 들고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아버지는 말했다
사람은 저마다 제 먹을 밥숟갈
하나씩 들고 태어난다고
꽃들도 제 먹을 밥숟갈
하나씩 들고 태어난다
그것이 큰 숟갈이든
작은 숟갈이든 상관없이
저녁이면 꽃밭에서
달그락 달그락
밥숟갈 부닺히는 소리 들린다
그 소리에
나도 덩달아 달그락 달그락 즐거워진다
저녁 종소리
풀밭에서 함께 뒹굴던
염소 몰고 들어오는 저녁
오늘도 수고로웟다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저녁 종소리
청솔가지 타는 냄새 자욱한 집집마다
아이들 부르던 소리
새들은 둥지를 밝힐 저녁별
부리에 몰고 돌아오고
어머니는 남포등을 별빛으로 닦아
가장 밝은 불을 켰다
저녁 종소리가 띄어 올린
고봉밥 같던 만월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일학년
일학년에 갓 입학한
손녕의 손을 잡고학교에 데려다준다
ㄱ문에 서니
나도 노란 손수건을 가슴에 단 개나리같은
일학년이다
틀리면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필과
종달새처럼 종달종달 부를 동요와
새끼염소처럼 매해매해 읽을 국어책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멘
일학년이다
제바꽃같은 의자에 앉아
기역 니은 디귿
반듯반듯하게 다시 배우고
미처 배우지 못한
행복하게 사는 법도
새로 배워야 겠다
카페 게시글
심우기가 만난 시
밥숟갈 외/이준관
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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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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