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그리고 전쟁과 분단 후
첫 정권교체,
그때로부터 내려오는 과제,
그에 관한 압축의 글
1997년 12월 18일 목요일.
분단된 남쪽에서는 15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20세기말 조국의 북쪽은
물난리로 황폐화되어 식량난에 직면하고,
그 남쪽은 IMF위기로 나락에 떨어졌다.
북쪽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총비서가 새로운 통치자로 나섰으며,
남쪽은 해방 후 실로 50여년만의
정당 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민족적 격동과 사변의 역사가 급속히 전개된 것이다.
의회정당정치를 통한 민주화와 통일을
정치노선으로 주창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은,
반민주정치와 불균형의 경제 및
치욕스런 지역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을,
차원 다른 자리매김으로 세워야할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나름대로의 신념과 행동으로,
군사독재와 싸우며 탄압을 이겨낸 김 후보에게,
각성한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한 투표행위에 입각하여
국정을 위임했다.
소수당, 지역당의 꼬리표를 단
이른바 인위적인 DJP 연합이었다.
우선 밖으로는,
전쟁과 분단으로 상처받은 정치와
외국자본에 잠식된 경제뿐만 아니라,
뒤틀린 문화로 추악하게 타락한 나라의 면모를,
국민스스로 극복하여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투지와 용기를 보여줬어야 하며,
안으로는
민족통일을 목표로 새로운 정신의 꽃을 피워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현실을
통합의 혁신적 국면으로 열어야 했다.
남과 북은 화해와 용서를 서로 베풀며
낡은 질서와 유산을 청산하고,
올바른 민족의 이념과 강령의 용광로에 불을 지펴야했다.
그 힘겨운 과제는 남과 북의 통치자와
모든 민족에게 부여되던 역사의 명령이었다.
그렇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오늘, 여기 참여정부로 오기까지
뚜렷한 뱃길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정부가 요즘 시달린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쳐있다.
부연하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지적한 요강들을
그대로 전승해오나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퇴보가 아니라 떳떳한 전진이며,
정의와 평화를 향한
꾸준하고 진솔한 발걸음이 되어야한다.
또한 역사는 좌절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을 때,
번영의 싹으로 황량한 땅을 뚫고 자란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지금의 국제정세와 남북의 환경은
위기이며 난관의 형국이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나라들의 도발적 경쟁은
- 각 나라마다 산적한 내부 장애가 막아서도-
신중하게 대처하고 지혜롭게 헤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이 나라의 안과 밖은 불순한 요소가 자리 틀고
기회주의적이며 이기적인 독버섯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우리는 자멸을 원치 않는다.
다만 자축을 원하며
저만 살려는 세력들의 이합집산에 맞서
끊임없이 대치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도도한 정신적 결의로 비약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방법은 있고 많다.
없는 게 아니라 모른 척 하며 회피하거나,
오히려 많아서 다급해하지 않는데 있다.
우리 안의,
아쉽게도 우리들 가슴 안에 한결같은 눈가림과
너무 뻔하게 덮어두고 방치하던 자기고백이 첫째다.
이는 무엇이었나.
이념과 사회정치적으로, 지역과 세대별로
화평의 방안을 뚜렷이 그을
매뉴얼의 의도적인 은폐와 부재였거나
실종으로의 기억상실이었다.
그것은 필요하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높은 각성과 참회를 통해 뉘우치는 개인과 집단에게,
그로 걸 맞는 적합한 책임을 감당케 하고
이행케 함으로써 함께 할 바를 여는 거다.
그것이 좌든, 우든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서는
포용과 마주보고 걸어오는 화해의 방식이다.
치유의 가장 빠른 회로다.
그 위에서만이 사랑은 진정 힘을 발휘할 터다.
또한 거기에
진정한 인간애와 민족성을 복원하는 지름길이 열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정서적, 윤리적, 논리적 근거가 있겠다.
변화는 항상 정결한 자들의 의향과
정결할 용의가 있는 자들의 흉부 속에서 터져 나온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과거를 아물도록 딛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최선의 자애이며
극치의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갈 길,
발아래 놓인 역사의 미학이며
참신한 시대인식의 고상한 태동이겠다.
이 세상에 단결처럼 쉬운 게 없다.
불행히도 단결다운 단결을 해본 적이 없으니
지금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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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수구사대세력들이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을
무성히도
유난스럽고 극성스럽게도 떠들어대던
그 무렵의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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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