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가와 진로전문가 부부가 들려주는
아이를 다가오게 하는 부모,
달아나게 하는 부모
프롤로그1-1
#자녀는 축복일까? 원수일까?
부모교육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첫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자녀는 축복일까요? 원수일까요?”
연령에 따라 부모들의 반응이 조금씩 다르다. 유치원 부모들은 대부분 미소를 띠우며 답을 한다. “축복이에요.~~” 초등학교 부모들은 표정이 조금 굳어진다. 중, 고등학교는 어떨까? 거의 일치된 대답이 즉각 나온다. “원숩니다. 원수예요!!”
대답과 함께 모두 박장대소가 이어진다. 웃음이 경쾌하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자식이 원수처럼 여겨지는 부모. 실제 마음이야 원수일까? 그만큼 자식 키우는 일이 뜻대로 안되고 힘들다는 뜻이리라. “응애”하고 처음 아이가 태어날 때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건강하게 자라는 게 제일 중요하지요. 최선을 다해 키울 겁니다. 좋은 엄마가 될 거예요.”
이 마음이 본심이기에 자식이 원수라는 말에 박장대소를 할 수 밖에 없는 부모들의 자식 키운 세월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부모님은 보호자 인 것 같아요? 아니면 감시자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대답은 부모의 목소리와는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신이 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이 외친다. “감시자요! 진짜 제일 지독한 감시자예요!” 마음이 짠해진다. 4, 5살 때는 친구와 싸워서 울게 되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씨~~ 우리 엄마한테 일러줄 거야. 너 나중에 가만 안 둬~~”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였던 엄마!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온 세상이 두렵지 않았고, 믿고, 의지했던 아이! 이런 아이가 엄마를 감시자로 말하는 상황 역시 어느 특별한 가정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갈수록 힘겨워지는 부모역할
아이가 자랄수록 기쁨과 보람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부모는 점점 힘겨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하소연을 한다.
“도대체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순하던 아이가 갑자기 변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엄마도 사표를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도대체 아이 속을 모르겠어요. 물어보면 버럭 화만 내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 키워 놓았는데, 함께 있으면 불편한 관계가 되어 버리면 얼마나 슬프고 서글플까?
“저와 아들은 딱 2분간 모자지간입니다.”
20대 아들을 둔 한 엄마의 고백이다. 아이가 들어 올 때 “왔니?”라고 물으면, “네!”라는 짤막한 대답만 남긴 채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 ‘딱 2분간 모자 지간’ 이렇게 되어 버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심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했는데 너무도 매몰차게 뿌리쳐서 눈물이 났습니다.”
중학생 딸이 마음 문을 꽁꽁 닫은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이던 엄마의 하소연이다. 아이를 상담하던 중 뜻밖의 말을 들었다.
“저는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두려웠어요. 시험지를 들고 집으로 가던 그 길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3학년 때 수학경시 대회를 나갔는데 엄마는 1등을 하라고 했는데 3등을 했다. 시험지를 들고 집으로 갈 때의 느낌이 지금도 아이에게는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엄마인데 그 말도 못하느냐?”, “다 너 잘되라고 한 말인데.....”라고 할 수도 있다. 부모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수많은 말들을 아이는 엉엉 울면서 상처로 내어 놓았다. 엄마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결국 아이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 버렸다.
어떻게 하면 될까? 조급한 마음에 엄마는 수많은 자녀교육 서적을 읽고 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하지만 작심삼일일 때가 많다. 많이 아는 만큼 좌절감만 늘어가고, 자조 섞인 한탄만 커 질수밖에 없다. ‘에구 나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우리 모두는 안다. 결코 시간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