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은날.
이틀간 내린 비로 배움터 마당은 촉촉하고 군데군데 물구덩이가 파여있습니다.
순천판 근처에서 유룡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혜민을 만났습니다.
혼자서 씩씩하게 잘 걸어갑니다. 1학년, 2학년 때 걷는 게 힘들어서 집에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잤던 혜민이가 참 많이 자랐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동무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걷기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천지인 언니들이 낙안의 한옥현 선생님댁으로 농사순례를 가서 초등동무들과 마을인생학교 언니들이 서로 어울려 만났습니다. 노월경로당까지 함께 걷다가 언니들은 먼저 침묵 걷기로 가고 민들레반 동무들은 한 줄로 서서 걸어갑니다.
이번 주 한 주간 제가 5,6학년 아침열기와 밥모심, 마무리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천지와 약 두 달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5,6학년이네요.
올해 한가족어울마당 주제가인 '서로서로 도와가며'로 아침열기를 시작했습니다.
옆 교실인 민들레반에서도 '서로서로 도와가며'와 '달팽이의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서준이는 감기가 심해서 결석입니다. 집에서 편히 쉬기를요.
아침열기를 마치니 10시 45분입니다. 주말에 기억나는 일과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한 바퀴씩 돌아가면서 했더니 시간이 훌쩍 흘렀네요. 동무들은 11시 풍물 배움에 참여하고 저는 할아버지 마음공부 시간에 뒤늦게 들어갔습니다.
점심밥모심을 여러분의 정성스런 밥상차림에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했지요. 요즘은 상추를 참 잘 먹고 있습니다. 걷기 후 들어오는 길에 민들레가 딴 상추가 풍성합니다.
오후 배움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고 민들레 교실에서는 빛칠하기, 5,6학년과 마을인생학교 동무들은 말씀과 밥의 집 청소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오늘 새참은 색깔도 맛도 고운 무지개떡입니다. 5,6학년은 마무리 후 나가면서 말씀과 밥의 집에 들러 각자 들고 갔습니다.
학생들이 교실을 떠난 후 저는 교육청에 보낼 메일 답신을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대안교육기관 정책에 관한 의견 설문지였습니다. 농사 일복으로 갈아입고 정문쪽에 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동무들과 함께 '행복'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아침부터 배움터 예초기로 예초를 부지런히 해주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이제 농사배움 시간입니다. 한옥현 선생님이 천지인 중에서 상율과 선민을 트럭에 태우고 오셨어요.
오늘은 옥수수 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지난 나무날 게릴라식으로 만든 이랑위에 비닐을 덮고 삽으로 흙을 파고 덮어서 비닐이 날리지 않도록 하고 그 위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삽질할 때는 힘을 잘 못써서 입에서 입김이 풀풀 나더군요. 한옥현 선생님이 저보고 밥을 잘 먹는데 왜 그리 힘을 못쓰냐고 하시더군요. 그러게요. 닭집에 있던 거름을 옮기는 일을 맡은 상율과 준성을 빼고는 모두들 옥수수 심는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느렸지만 다른 부지런한 일꾼들 덕분에 마무리할 수 있었지요. 마무리 후에 선생님은 상율과 선민을 데리고 낙안으로 바로 가셨고 마을인생동무들은 세월호 관련 영화인 '바람의 세월'을 보러 나갔고 민들레는 퇴근했지요. 낮에 사풍어머니교사들이 비벼놓은 비빔밥을 저와 구정과 우동이 할아버지가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힘든 노동 후의 식사는 참 맛있지요.
이렇게 저녁이 흘러갑니다.
고맙습니다.